오랜 노트에서 발견한 '나'
"모닥불을 보자, 내 머리와 마음 속의 수많은 생각이 날 괴롭히다가 멈췄다"
"우리가 세상을 너무나 지극히 평범하지 못하게 스스로 괴롭히며 사는 것 같다"
오늘 아버지가 방에서 내가 오래 전에 썼던 노트를 발견해 보내줬다. 내용을 보자 웃음이 절로 났다.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14살에서 15살 사이에 적은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로 28살이니 그 당시 내가 살았던 만큼 한 번 더 산 셈이다.
위에 두 구절은 이 노트에 들어 있던 문장이다. 15살의 나는 지금과 똑같이 생각이 많아 힘들었던 것 같다. 15살도 사실 살기 힘들다. 근데 28살이 되서도 그 당시와 비슷한 고민과 생각을 한다는 것은 40살이 되서도 크게 차이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고민 대상과 깊이는 조금씩 바뀌겠지만.
<죽어도 변하지 않는 세상> 제목으로 내가 썼던 글도 찾았다. 2012년에 적었는데 당시 고모부가 위독하시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향했을 때 나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내 마음 속에서는 당연히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는 확신에 가득찼다"
"그러나 고모의 목소리에서 생각하면 안될 일이 계속 머리에 맴돌았다"
그러며 나는 누군가가 죽어도 세상이 그대로인 것에 의문을 품었다. 고모부의 죽음은 내가 겪은 첫 지인의 사망이었다. 글은 "죽어서도 나의 아름다운 흔적이 아름답게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으로 마무리됐다.
이 글을 읽고 나는 15살 때와 지금 생각하는 것이 너무 비슷한 것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최근 6년간 알고 지냈던 대학교 후배가 세상을 떴다. 금요일 이른 저녁 평소 전화를 하지 않던 동생한테 전화가 왔고 후배 이야기를 듣게 됐다.
다음 날, 장례식으로 향하는 동안에도 나는 후배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바쁘단 이유로 연락을 하지 않았던 스스로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휴대폰을 열어 연락했던 것을 보니 지난해 초에 아프단 소식을 듣고 괜찮은지 안부를 묻는 내용 뿐이었다. 후배는 답장으로 "나 몸 멀쩡해"라며 해맑게 보냈다.
그렇게 장례식장에 갔다가 밤늦게 집에 온 나는 잠에 들었다. 일어나 정신없이 회사에 출근하고 점심을 먹고, 또 비슷한 일상이 반복되다 보니 일상생활에 스며들어 있는 나를 발견했다. 누군가의 죽음이 슬픈 것은 사실이지만 모두들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15살의 나도 그런 것들을 보며 흔적을 남기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전반적으로 노트에 적힌 내용은 지금의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리 모두가 어린 시절 고민은 다소 하찮게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성인이 된 이후 고민도 유년기 고민과 성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은 평생을 비슷한 고민을 매번 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독자 여러분께 간단한 제안을 해보고 싶다. 이것은 15살, 28살의 내가 전하는 말이다.
어쩌피 또 하게 될 고민이니 최대한 즐겁게 살아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