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부재 사회
최근 '부정선거론'이 사회 곳곳에 퍼지고 있다. 점심에 카페, 저녁에 호프집에만 들어서도 체감이 될 지경이다. 몇일 전에는 친구와 치킨집에 들어섰는데 우리를 둘러싸고 양 옆 테이블에서 "개표 다시 해야해"라며 소리치는 일도 있었다.
만약 그 날 치킨집에서 나에게 "부정선거 믿냐"고 물었다면 나는 "아니요"라고 답했을 것이다. 내가 부정선거를 믿지 않는 것은 선거가 옳바르게 이뤄졌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초등학교 시절 반장 선거에 나간 적이 있는데 당시 나는 간발의 차로 당선이 됐다. 나에게 진 친구가 이번 반장 선거가 조작됐다고 주장을 하면 이를 위해 무슨 증거를 대야 하는가.
물론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무작정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내가 보기에 중국 해커 개입, 민주당 시스템 조작 등은 허무맹랑해 보인다. 선거 시스템이 부실해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공감하지만 그 자체를 부정하면 사회는 신뢰 부재 상태에 빠진다.
그냥 이야기만 퍼지면 다행이지만 피해는 장기적으로 지속된다. 예전에 광우병 사태를 기억하는가. 당시 삼양라면에 미국산 소 분말이 들어 있다는 이야기가 퍼지며 회사는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이처럼 음모론은 단순히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피해를 준다.
삼양라면의 경우에는 분말을 분석해서 밝혀 내면 그만이지만 부정선거론은 성격이 분명히 다르다. 수사기관이 조사해 어떤 결과를 내든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일단 수사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졌고 두 번째는 이미 사법부에서 부정선거가 아니라고 판결을 냈음에도 지금까지 주장하고 있다.
특히 선거는 민주주의 핵심 요소라는 점에서 더욱 위험하다. 선거를 기반으로 대표자를 뽑는 민주주의 구조에서 선거를 믿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가. 게다가 이 부정선거론을 해결할 방법도 보이지 않는다. 이들의 주장처럼 지금까지 모은 표를 전부 재검표하면 끝날까.
아니라고 본다. 한 번 재검표를 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매번 수차례 개표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 이른다. 선거를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방금 표를 확인하고 넣었지만 믿지 못하는 것이다. 한 번 재검표한 것은 믿을 수 있는가. 재검표할 것을 예상하고 표를 바꿔치기 했다고 주장하면 그것은 어떻게 증명해야 하나.
시스템 자체를 부정하기 시작하면 사회는 유지될 수 없다. 민주주의 근간인 선거를 믿지 못하게 되면 우리는 어떻게 사회를 이끌어야 하는가. 독재 국가에서는 부정 선거를 할 필요가 없긴 하다. 하지만 민주주의 국가라면 선거 시스템 자체는 믿고 진행되어야 한다. 각 후보자가 참관인을 보내고 투표함에 표를 넣고 이를 이동해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서 개표하는 이 과정을 어떻게 바꿔야 부정선거론자들도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