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타운 요가원 순례기

by 미르mihr


지금 나는 얼추 2년째, 돈 들여 요가수련을 하고 있다. 처음의 계기는 인스타에서 본 사진 한 장이었다. 제주도의 푸른 하늘이 펼쳐진 초원에서 바람을 맞으며 누군가 요가를 하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나도 한번 저렇게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더랬다.


아직 실력이 안되는지라 그 사진 속에서처럼 멋지게는 할 수 없었지만, 어쨌거나 요가를 배우게 된 뒤 어느 날 제주도에서, 자연 속에서 바람을 맞으며 요가를 하는 꿈은 이루었다. 그리고 요가를 배운 뒤로는 먼 곳에 여행을 가면, 그곳의 요가원에 가 보는 것도 여행의 큰 재미가 되었다.



올드타운 남쪽에는 공원이 하나 있는데, 알아본 바에 의하면 거기에서 아침마다 사람들이 모여 요가를 한다고들 했다. 그래서 여행 첫날 이른 아침, 마침 숙소에서도 멀지 않은 그곳에 찾아가 보았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딱 내가 머무는 기간 동안은 '치앙마이 꽃 축제'를 위한 준비 때문에 공원 자체를 폐쇄해 버렸던 것이다.


야외 공원에서 이른 아침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곳곳에서 모인 많은 사람들과 함께 요가를 할 수는 없었지만, 그 덕에 또 여러 장소에서 다양한 스타일의 요가원 투어를 할 수 있었다. 치앙마이 올드타운에는 요가원이 꽤나 많았고, 7박 8일 동안 머무는 동안 나는 요가원 4곳의 수업에 참여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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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 간 곳은, 처음 묵었던 숙소 코 앞에 있던 'Freedom Yoga'.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서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자니, 어디선가 요가할 것 같은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잠시 후 접수를 받는 사람이 나타났는데, 아무래도 한국 사람임에 틀림없었다. 그러나 나는 그에게 콩글리쉬로 그는 내게 한국식 영어로, 서로 예약 확인을 하고 접수처리를 했다.



2층에 자리한 소박한 수련실은 사방으로 창문이 나 있어서, 치앙마이 건기의 상쾌한 아침 바람이 솔솔 불어 들어왔다. 조용한 주택가 근처라 분위기도 고요하고 평온했다. 태국 선생님이 영어로 수업을 진행했는데, (잘하지도 못하는) 영어로 요가 수업받는 게 처음이라, 게다가 태국식 영어는 더욱더 알아듣기가 어려워, 요가 수련 시간에는 본래 마음의 눈으로 자기 몸 구석구석을 바라봐야 하지만, 그때만큼은 주변의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눈치껏 따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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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간 곳은, 'Wild Rose Yoga Studio'. 이곳 역시 주택가 골목에 있는 평화로운 요가원이다. 요가원 자체가 아름다워서 그냥 그 공간에 한 번 더 가고 싶은 마음에, 떠나오는 날 아침에 한 번 더 갔던 곳이기도 하다. 수업 도중 태국 요가 선생님이 갑자기 한국말로, '어깨 피고~'라고 말했다. 놀랍기도 하고 재밌기도 해서, 그제야 주위를 둘러보니 열서너 명의 수강생들 중에서 한국 사람이 나 포함 네 명 정도 되는 듯했다.



세 번째 간 곳은, 올드타운의 정 가운데에 위치한 'Chiangmai Yoga'. 가장 번화한 거리에 있는지라, 이른 아침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도로의 오토바이 소음과 함께 수련할 수밖에 없는 곳.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체험한 요가 수업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 요즘 내가 수련하는 아쉬탕가요가를 짧게 압축한 수업이라 친숙하기도 했지만, 수업을 이끌어준 선생님이 굉장히 유쾌하고 열정적이었다.



아무래도 관광지이고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1회성으로 참여하는지라, 다른 요가원에서는 대체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그래서 선생님의 핸즈온이 거의 없거나 있어도 아주 가볍게 터치해 주는 선으로, 수업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 수업의 선생님(이름이 Aom이라 했다)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참가자들 한 명 한 명을 거의 들어 올리거나 끌어안다시피 핸즈온을 해줬다. 나 역시 그분에게서 아주 좋은 에너지를 나눠 받은 느낌이었다. 치앙마이에서 돌아온 지금, 가장 생각이 많이 나고 그리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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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갔던 곳은 'Yoga Pretzel Chiang Mai'. 여기는 요가뿐만 아니라 내가 아직 해본 적 없는, 사운드 힐링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있어서 체험해 보러 갔다. 저녁 시간 대에 'Crystal Bowl Sound Bath'라는 프로그램이 있길래, 아름다운 소리로 하루를 마감할 수 있으려나 하는 기대로 찾아갔더랬다.


잠시 호흡을 하고 난 뒤 매트 위에 눕자, 선생님은 이 수업이 모두에게 아마도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당부했다. 가만히 누워 소리만 들으면 되는데 어렵긴 뭐가 어렵다고. 그러나 거의 1시간 동안 누워 크리스털 보울 소리를 듣는 일은 그의 말처럼 정말, 쉽지는 않았다.


우선, 저녁 무렵의 올드타운 거리의 시끌벅적한 소리가 크리스털 보울 소리보다 훨씬 크게 들려왔다. 요가원 바로 옆에 라이브 공연 레스토랑이 있었는데, 거기에서 공연을 시작하자 내 귀는 그 소리에 더 집중을 하고 말았다. 또 이런저런 소리를 들으며 누워있으려니, 이런저런 상념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사라졌다가를 반복했다.


헌데 그날 밤 꿈에, 그 상념들 중 하나가 좀 더 스토리를 갖추고 나를 찾아와, 조금 신기했다. 그래도 이런 정적인 프로그램은 아직 내게, 그렇게 흥미롭게 다가오지 않는다. 아직 나는, 명상에 들 때가 되지 않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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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게 알게 되어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올드타운 문화예술센터인 캄빌리지의 옥상에서도 선셋요가 수업이 열린다. 해질녘 그곳에서 올드타운의 풍경을 내려다보며 하는 요가도 꽤나 멋질 것 같다.



그러나 실상, 진정한 요가 고수라면 언제, 어디서든, 게다가 홀로여도 아니 원래 수련은 홀로 하는 것이므로, 얼마든지 요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아직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고 싶어 하는 나는 아직 갈 길이 멀도다.


언젠가 진짜 요가 고수가 되어 다시 치앙마이 올드타운에 간다면, 그때는 아무도 없을 꼭두새벽에 고즈넉한 사원 마당에서, 신성하고 영험할(?) 그곳의 기운을 온몸으로 받으며, 홀로 고요하게 요가 하리라. (아 참 그런데, 올드타운 곳곳에서 새벽마다 개싸움하며 돌아댕기던 커다란 개들이 다가오면 어떻게 하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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