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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망의 법칙: 퇴사 후 길을 잃는 이유

B-6. 1249 번외 | 야생에서 통하는 건 ‘진짜 나’다

by 일이사구

폭망의 원인은 능력 부족이 아니다.

대부분 착각에서 시작된다.


특히 “나는 준비돼 있다”는 믿음이

가장 위험한 출발점이다.


퇴사하면 사람들은 대체로 비슷한 말을 한다.


“이제 나를 위한 삶을 살겠다.”

“조금 쉬면 방향이 보이겠지.”

“내 경력이면 어디서든 통하지 않을까?”

“내 계획은 잘될 거야.”


하지만 회사 밖 현실은


생각보다 고독하고,

기대보다 냉정하며,

체감은 훨씬 더 차갑다.


월급은 멈추고,

감정적 안전지대는 즉시 사라진다.


이 사실을 제때 인지하지 못하면

사람들은 두 갈래로 흔들린다.


하나는 리듬을 잃은 채 시간을 흘려보내는 길,

다른 하나는 희망회로를 돌리다 무리수를 두는 길.


그리고 이 두 경로는 결국

같은 결말로 이어진다.


폭망은 늘 비슷한 패턴으로 시작되고,

생존은 언제나 같은 원칙으로 지켜진다.


1. 개인적 이유: 회사 밖의 ‘나’는 회사 안의 ‘나’가 아니다


1-1. 직급·경력이 야생에서도 통할 거라는 환상

회사 안의 ‘나’는 오래도록 시스템이 만든 존재다.

직급, 직함, 대기업 브랜드, 평가 등급.


안에서는 그 모든 것이 힘이 되고,

심지어 회사도 말해준다.


“당신은 좋은 인재예요.”

“경력자죠, 능력 있어요.”


그러나 회사 밖에 발을 내딛는 순간,

그 말들은 더 이상 나를 보호해주지 않는다.


바깥에서의 나는

경력자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세계에 들어온 초심자에 가깝다.


왜냐하면 우리는 오랫동안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으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명함이 정체성을 대신했고

상사가 우선순위를 정해줬고

동료가 책임을 나눠 들었고

회사가 하루의 리듬을 만들어줬고

월급이 생계를 유지해 줬다

이 모든 기반은

퇴사하는 순간 동시에 사라진다.


이 단순한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회사 밖에서도 난 여전히 경력자다.”

이 착각을 내려놓는 순간에서야

비로소 진짜 출발이 가능해진다.


1-2. ‘쉬면 길이 보인다’는 달콤한 오해

회사 밖에서 길을 잃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이 한마디다.


“한두 달 쉬면서 생각할게요.”


달콤하지만 위험한 문장이다.

왜냐하면 방향은 쉬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방향은 움직여야만 보인다.


쉬는 순간 리듬이 무너지고,

정체성의 공백이 넓어지며,

불안은 조용히 증식한다.


‘쉬면서 길을 찾는 사람’은

사실 이미 방향의 초안을 갖고 있던 사람뿐이었다.


대부분은 쉬는 만큼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길을 잃는다.


1-3. ‘본전 생각’이 마음을 흔드는 이유

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람은 자연스럽게 과거를 계산하기 시작한다.


“지금 회사 다녔으면 월급이 얼마였을 텐데…”


이 계산은 사람을

과거에 묶어두고,

현재를 흐리게 하고,

미래의 불안까지 끌어온다.


이럴 때 필요한 건 후회가 아니다.

필요한 건 관점의 전환이다.


퇴사 뒤의 시간은

단순한 공백이 아니라

인생에 몇 번 오지 않는 재정비의 기회일 수 있다.



2. 구조적 이유 — 두려움의 근원은 퇴사가 아니다

사람들은 흔히 이렇게 말한다.

“퇴사가 두렵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두려움의 근원은 퇴사 자체가 아니다.

그보다 훨씬 더 큰 구조적인 진실이 숨어 있다.


2-1. 누구나 결국 회사를 떠난다

우리는 종종 퇴사를 “예외적인 사건”으로 여긴다.

그러나 오너가 아닌 이상

회사 생활은 언젠가 필연적으로 끝난다.


퇴사는 단지

조금 일찍 찾아온 “후반전의 시작”에 가깝다.


그런데 SNS와 유튜브는

퇴사를 극단적으로만 말한다.


“지금 떠나면 망한다.”

“지금 떠나야 기회다.”


이런 문장들은

개인의 경험 하나를 절대법칙처럼 포장한 말일 뿐이다.


결국 중요한 건 하나다.


내가 내 선택을 감당할 수 있는가.


2-2. 수명은 길어졌고 월급 받을 시간은 짧아졌다

사람들은 이렇게 계산한다.


“퇴직금 + 연금 + 자산이면 버티겠지.”


하지만 현실은 훨씬 넓고 깊다.

수명은 길어지고

고정비는 오르고

물가는 빠르게 변하고

경제는 예측이 어렵고

무엇보다 내가 얼마나 더 살지 모른다


즉, 우리는

예측 불가능한 시간을

예측 가능한 돈으로 버텨야 하는 구조 안에 있다.


이 간극이

퇴사 후 불안의 진짜 근원이다.


2-3. 결국 누구나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이 구조를 이해하면

결론은 오히려 단순해진다.


회사 밖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은

모든 사람이 갖춰야 할 기본기다.


그리고 그 능력은

어떤 극적인 선택에서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다.


작은 선택들, 작은 배움들, 작은 실험들이

천천히 쌓여 만들어지는 힘이다.



3. 방향 없이 ‘돈 되는 일’부터 고르는 순간 폭망은 시작된다

퇴사 후 가장 많이 보게 되는 패턴:

갑작스러운 프랜차이즈 창업

분위기에 휩쓸린 투자

시장 검증 없는 아이템

역량과 어긋나는 직군 선택

트렌드만 보고 뛰어드는 창업

왜 이런 일이 생길까?


불안이 커지면 사람은 ‘논리’보다 ‘감정’으로 결정한다.

그리고 현실은 그 감정을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응징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하나다.


리스크 최소화.

실패해도 다시 설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 구조는 항상 이렇게 시작된다.


“나는 이 분야에 대해 아직 모르는 게 많다.”

“최악의 상황이 오면 감당할 수 있는가?”


정체성, 비전, 자기 점검.

시장조사, 실패 사례 분석.


이 모든 것은

사업가뿐 아니라

직장인, 프리랜서에게도 동일하게 필요한 기본기다.



4. 제2의 인생은 결국, 온전히 당신의 것이다

내 이야기가 조금 차갑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현실을 외면하는 순간

더 큰 착각이 시작된다.


그리고 중요한 건 여기서부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나아가야 한다.


과거는 바뀌지 않는다.

미래는 누구도 모른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단 하나,

모든 답은 당신에게 있다.


넘어져도, 흔들려도, 실패해도

그 시간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 경험들은

당신의 제2의 인생을 떠받치는 근력이 된다.


정체성을 세우고,

비전과 전략을 정리하고,

리스크를 점검한 뒤,

확신이 생기면 작고 빠르게 움직여라.


그리고 배우라.

배움의 밀도가 쌓일수록

당신은 회사 없이도 설 수 있는 사람으로 변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단 하나다.


지금의 선택이 미래를 바꾼다.


완성보다 진화.

그 과정이 곧

나의 실험, 나의 커리어다.


행동은 지금이고, 기록은 나중이다.





이 글은

3-8. 퇴사·이직 결정 후 더 불안한 이유는 무엇일까

에서 시작된 ‘퇴사 후 불안·생존’ 시리즈의 세 번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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