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이 미덕이고 자랑은 그 사람이 좀 우스워보인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랑하는 걸 좋아하는 아이 같은 마음이 있다.
그리고 누군가 잘 되면 진심으로 기뻐하고 축하해 준다. 그들이 자랑하는 것이 하나도 불편하지 않다. 얼마나 좋으면 저렇게 보이고 싶어 할까.. 때로는 숨기지 못하고 드러내는 행동이 미성숙하게 느껴져도 그 자체로 순수한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어른들은 남의 시선과 사회적인 관계 때문에 겸손한 척 가장할 수 있지만 아이들은 있는 그대로 마음을 다 보여주지 않나. 좀 아이 같은 사람이구나 하고 귀엽게 생각하고 만다. 남들도 나를 그렇게 봐주길 원한다. 하지만 세상은 절대로 자랑질을 용서하지 않고 그런 행동은 주변에 적을 많이 만드는 지름길이 된다.
자랑을 많이 하는 사람은 오히려 내면이 취약하고 열등감이 많을 수도 있다는 말에 공감하기도 한다. 진짜로 가진 사람은 굳이 자기 증명하려 애쓰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이 알아서 인정해 주기 때문이다. 사랑과 인정에 목마른 사람들이 자랑질을 많이 한다고 생각하면 또 나름 연민이 간다.
그런데 꼭 그렇지 않아도 그냥 살면서 느꼈던 좋고 기뻤던 순간을 다 말하고 싶어 하는 나 같은 성격을 타고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자랑하는 사람을 싫어하는 마음이 없으니 남들에게 미움받을 짓이라는 걸 머리로는 아는데 마음으로 잘 느끼지 못하니까 하는 행동일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자랑을 하면 물론 당연히 부럽다. 하지만 그 마음이 시기 질투로 이어지지 않는다. 어느 심리학자가 그랬다. 주변 사람이 잘되고 그것을 입 밖으로 굳이 말하면, 같은 위치에 놓여있던 내가 반대로 아래로 내려가는 것 같은 불안감이 생겨서 그들을 같은 자리로 끌어내리고 싶어 하는 마음 때문에 싫어하는 것이라고..
나는 반대로 생각하는 편이다. 언젠가는 나도 그 위치로 올라가면 되지 하고 말이다. 지나치게 긍정적인 성격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만약 그렇게 안되면 또 어떤가.. 다른 사람의 성공을 거울삼아 노력한 걸로 지금보단 조금은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만약 감히 넘볼 수 없는 타고 난 자랑거리가 있다면 난 어차피 천국에 가면 사람은 다 평등하니까 우주의 먼지와도 같이 짧은 이 세상은 조금 불공평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성경에도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힘들다고 하지 않았나.. 그들이 가진 부와 성공과 재능을 내가 못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해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이 자랑질할 일이 많이 생기면 좋겠다.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와 비교하는 대신 맘껏 부러워하고 또 열심히 축하해 주겠다.
솔직히 SNS에서 자랑하는 것을 뭐라고 하는 사람들이 난 참 재밌다. 어차피 아닌 척 해도 본인들도 이곳에서 뭐든 자랑하고 있지 않나.. 교묘하게 숨기는지 드러내놓고 하는지 차이일 뿐이지
자랑하는 걸 비판하면서 '난 미성숙한 그들과 달리 이렇게 겸손하고 의식이 있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라고 자랑하고 있는 거니까.. 그들에게 어차피 SNS의 기능 중 하나를 차라리 대놓고 활용하시라 말하고 싶다. '날카로운 비평을 하는 이만큼 똑똑한 나'라고 그냥 자랑해도 기꺼이 들어드릴 만큼 넓은 마음을 장착하고 있다고 나는 다시 자랑한다. ^^
서로 자랑질하고 무슨 소리를 해도 기뻐해주고 용인이 되는 그런 관계는 가족뿐이다. 내 남편과 아내가 내 아이들이 잘되어서 자랑하면 얼마나 기분이 좋나.. 크리스천은 공동체 안에서 서로 한 가족이라고 늘 말하니까 남이 잘되면 더 기뻐해야 되는 거 아닐까..
그냥 서로가 서로를 이해해 주고 격려하며 축하해 주는 사랑 많은 세상에서 살고 싶다. 물론 위선적인 겸손이 아닌 진심으로 자신을 낮추고 다른 사람을 세워줄 수 있는 자기 성찰적인 겸양의 미덕을 가진 참된 겸허함을 소유한 사람을 난 진심으로 존경한다. 그런 사람이야말로 기독교적인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이고 나 따위가 감히 넘보지 못하는 내공이 있는 사람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아마도 그런 퍼도 줄지 않는 바다와 같은 사랑을 가진 사람은 자랑질하는 인간을 안쓰럽게 볼지 언정 미워하진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나는 오늘도 서로의 부족하고 못난 점을 이해하며 용납하고 기쁜 일에 즐거워하고 서로 사랑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