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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밥 Jun 22. 2024

좋은 사람이야? 좋기에는 부족해?

영화단상 / 인사이드 아웃 2 (2024)



인사이드 아웃 2 (Inside Out 2, 2024)


인간의 감정에 얽힌 이야기를 만화로 풀어간다고???


<인사이드 아웃>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이 그랬다. 그때의 감정을 표현하자면 ‘놀람’과 ‘우려’ 사이라고나 할까? 우리가 접하고 있는 어떤 매체든 기본적으로 인간의 감정을 표현해 온 것이라는 점에서 보자면,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더라도 여태까지 해오던 일이다. 하지만 사람의 원초적인 감정 하나하나를 캐릭터로 삼아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고 하니 놀람 반 우려 반이라는 감정을 드러내고 말았다. 구분해서 헤아리자면 끝도 없을 텐데, 그 많은 감정을 어떻게 따로따로 표현한단 말인가?


그런 놀람과 우려의 결과는 '기우(杞憂)'라고 부르는 감정을 불러냈다.



다섯 종류의 감정 캐릭터로 도전하여 성공을 거두고 이어진 속편  <인사이드 아웃 2>에서는 네 종류의 감정 캐릭터가 추가로 등장한다. 인간 주인공 라일리가 어린이에서 소녀가 된 만큼 그 마음을 표현할 감정의 수가 늘어난 것이다. <인사이드 아웃 2> 포스터에서 “비상! 새로운 감정들이 몰려온다!”는 카피와 새로운 캐릭터의 모습을 보면서 드대체 어떤 감정들이 추가된 것인지 궁금했었는데 알고 보니 불안(Anxiety), 부럽(Envy), 당황(Embarrassment), 따분(Ennui)이었다.


전편의 고집스런 어린이 라일리는 13세의 참한 소녀로 성장해 있었다. 공부 잘하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낼 뿐만 아니라 운동(아이스하키)까지 잘하는 모범적인 학생이 되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제가 발생한다. 아이스하키 캠프에 같이 가게 된 라일리의 절친 그레이스(Grace)와 브리(Bree)가 라일리와 다른 학교로 진학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게다가 그레이스와 브리하고도 같이 가게 된 아이스하키 캠프에 라일리의 롤 모델이기도 한 선배 발렌티나가 온다고 하니 기쁘면서도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고민스러운 것이다. 절친들과의 이별이 아쉬운 마당에 우상과의 만남에 치중하고 싶은 마음도 크고 자신의 아이스하키 실력도 제대로 발휘해야 팀에 뽑힐 수 있으니 심정적으로 난리가 난 것이다.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이로 운영되고 있는 감정 제어 본부에도 긴급 벨이 울리며 법석이 벌어진다. 라일리의 사춘기 감정이 폭발하자 사춘기 벨이 긴박하게 울린 것이다. 그래서 불안이, 부럽이, 당황이, 따분이가 감정 제어 본부에 입장하게 된 것이다.


<인사이드 아웃 2>의 큰 틀은 두 그룹의 리더 격인 ‘기쁨이’와 ‘불안이’의 대결이다. 이전에는 컸던 ‘기쁨’의 역할이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줄어들게 되고, 이전보다 복잡한 상황에 놓인 라일리의 마음에는 ‘불안’의 역할이 끼어들기 쉬워진 것이다. 기존의 다섯 멤버는 “나는 좋은 사람”이라는 나무를 키우기 바빴고, 기쁨이는 라일리의 좋지 않은 기억이 담긴 구슬을 날려 보내기 바빴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나쁜 생각일랑 지워버리는 게 능사라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사춘기에 들어선 라일리의 널 뛰듯 출렁이는 마음은 제어가 되지 않는다.  ‘불안이’를 주축으로 한 추가 멤버들은 기존 멤버들을 제외하고 작업을 하려고 그전에 키웠던 “나는 좋은 사람” 나무는 아예 뽑아버리고 다른 자아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그들의 노력으로 얻어진 결과는 “좋기에는 부족한 사람”이란 나무였다. 물론 그 나무를 키웠다고 라일리의 문제가 해결된 것도 아니었다.


도대체 어떡하란 말인가?


사춘기에 접어들게 되면 새롭게 마주치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의 고민으로 마음이 요동치게 된다. 심리적 단계로 보면 걱정-불안-두려움-경악의 순서라고 하는데, 마음이 흔들리는 기본 요인은 궁극적으로 걱정과 불안이다. 익숙하지 않은 상황을 마주하면 어떻게 넘길지 걱정스럽고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불안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런 점에서 <인사이드 아웃 2>에서 가장 민첩하게(?) 활약하는 캐릭터가 ‘불안이’라는 설정에 공감이 간다. 절친과의 관계, 우상과의 만남, 새로운 관문에의 도전이 한꺼번에 닥치자 라일리의 마음에 혼란이 오게 된 것이고, 그것을 바로잡기 위하여 감정 캐릭터들의 모험이 시작된 것이다. 다시 얘기하자면 기쁨이 충만하기만 바라는 마음에 불안이 끼어들면서 겪게 되는 감정의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인사이드 아웃 2>는 전편보다 더 많은 캐릭터를 기용했지만, 그들의 활약이 해결 방법은 아니었다. 라일리의 좋지 않았던 과거 기억을 날려 버린다고 해결되지도 않는다. 좋은 것만 생각하려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고 자신의 부족함을 끊임없이 채찍질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절친, 롤 모델, 자신의 성과 사이에서 고민하는 라일리의 분투. 라일리의 마음이 균형을 이룰 방법을 찾기 위한 감정 캐릭터들의 모험. 그런 과정을 거쳐 나름의 결과에 이르기까지 사춘기 소녀 라일리와 그녀의 감정 캐릭터들이 노력하는 귀여운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인사이드 아웃 2>의 관람이다. 관객으로서 한 일은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이고 감동을 받은 것이었다.


<인사이드 아웃 2>을 굳이 <인사이드 아웃>과 비교하자면, 신선함은 부족할지 몰라도 스토리텔링은 더 재미있어졌다고 느꼈다. 시간이 흘러 재미가 더해질수록 어려움 또한 더해지는 게 세상 사는 일 아니던가. 그런 의미에서 ‘인사이드 아웃’ 시리즈는 조금 더 이어져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성장하며 겪게 되는 무궁무진한 스토리를 귀여운 감정 캐릭터들과 엮어 보면 참 재미있어지겠다 싶어서. 이번 편에 등장할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했던 ‘수치심’과 ‘죄책감’은 어떤 형태로 언제쯤 출연하게 될지 궁금하고, 이번에 특별출연(?)했던 ‘추억(Nostalgia)’ 할머니가 본격적으로 등장할 때까지 시리즈가 계속될지도 궁금하다. 고약한 일로 고생하는 인간의 마음은 떠올리고 싶지 않지만 앙증맞은 감정들이 그런 상황에서 어떤 모험을 펼치게 될지 궁금하다면, 고약한 생각인가?




보태는 말

살짝 출연하는 ‘깊이 숨겨둔 비밀(Deep Dark Secret)’ 캐릭터도 그 비밀도 재미있다. 타인에겐 몰라도 본인에겐 엄청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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