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펑> 기능에 대한 고찰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냈어?”
이 흔한 질문, 이제 Z세대에게는 불필요한 질문이 되었습니다. 왜 일까요?
바로, 인스타그램의 ‘스토리’ 기능 탓입니다. 이것은 사진과 동영상을 24시간 뒤에 사라지는 짧은 콘텐츠로 업로드할 수 있게 함으로써, 누구나 손쉽게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게 해주는 기능인데요. 최근 이 기능의 목적과 수단이 뒤틀려, ‘나의 일상’의 공유가 목적이 아닌, ‘스토리 업로드’를 위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진 듯합니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며 안정감을 느낀다는 설문에 대한 응답 비율이 최근 2년 사이 50%에서 36%로 감소한 것을 보면, 스토리 기능이 우리의 일상에 어떠한 강박을 심어 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난 9월, 카카오톡이 이러한 인스타그램의 스토리 기능을 똑같이 모방한 ‘펑’이라는 기능을 출시했습니다. 최근 몇 년 간 카카오톡은 단순 연락 수단이 아닌 복합적인 SNS 플랫폼으로 변화하려는 동향을 보이고 있는데요. 프로필 업데이트 표시부터, 공감 스티커, 멀티 프로필 기능에 이어, ‘펑’이라는, 24시간 내의 일상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공유해 상호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또 한 번 추가한 것입니다.
사용자들의 반응은 좋지 않습니다. 지나친 모방에 대한 비판뿐 아니라, 카카오톡이 가진 기존의 장점과 특성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기능이라는 의견입니다. 기존의 카카오톡은 비공개적이고 개인적인 1:1의 대화, 익명이 아닌 실명의 소통, 친밀함과 솔직함을 브랜드 전략으로 내세워 타 기업들과는 차별화된 포지셔닝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카카오톡은, 인스타그램과 같은 공개형의 광범위 플랫폼을 쫓는 행보를 보여주며 기존의 브랜드 차별성을 잃고 있습니다.
카카오톡의 이러한 변화는 타 SNS 플랫폼들이 제공하는 유사 이점도 제공하지 못합니다. 최근 SNS 플랫폼들은 개인이 계정을 성장시켜 모은 구독자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로 발전되고 있는데요.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이 가진 ‘실제 지인들과의 소통 수단’이라는 근본적 한계는 개인 계정의 광범위한 노출을 통한 구독자의 확장을 불가능하게 해, 사용자들에게 수익 창출의 효용을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카카오톡은 타 SNS의 장점은 제대로 취하지 못할뿐더러, 개인적이고 안정적인 공간이라는 지위마저 상실하며 본래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과도한 수익 창출 구조로 변해가는 플랫폼들 사이, 우리가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었던 공간은 이렇게 사라져 버리는 것일까요. 친구, 연인, 가족과 함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던 카카오톡이 현대인들에게 또 다른 불안과 강박이 되어버리진 않을까, 우려가 됩니다.
오늘, 당신의 자연스럽고 편안한 일상은 지켜지고 있나요? 정신없는 ‘소통’ 플랫폼들에 휩쓸리게 되는 요즈음, 과거의 카카오톡처럼 사적인 편안함을 잃지 않는 하루하루의 필요성이 더욱 소중하고 절실하게 느껴지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