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Pick]화려해야만 하는 크리스마스?
화려함과 우울함 사이: Merry Christmas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화려한 12월입니다. 거리의 화려한 조명과 장식, 반짝이는 트리, 짤랑거리는 종소리와 캐럴까지. 모두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모습입니다. 한 해의 끝에 맞닿아 있는 기념일이기 때문일까요? 12월이 되면 마치 안부 인사처럼 크리스마스 계획을 묻고 답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많은 이들이 집중한 휴일인 만큼, 크리스마스를 화려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서둘러야 합니다. 좋은 레스토랑이나 숙소를 예약하려면 적어도 몇 달 전부터 재빠르게 움직여야 하죠.
유독 다른 기념일보다도 ‘크리스마스’에 대한 감상이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양한 날 것의 생각이 궁금해 인스타그램으로 이에 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22개의 응답이 돌아왔죠. 먼저 1년 내내 캐럴을 듣는다는 한 친구가 있었는데요, 그저 크리스마스라 이런 설렘을 만끽한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나 홀로 집에, 러브 액츄얼리 등의 크리스마스 영화를 틀어두고 케이크를 먹는다고 하네요. 친구들을 불러 모아 배달 음식을 양껏 시켜 먹는 홈파티를 한다는 응답도 꽤 많았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크리스마스를 긍정적으로 여기는 것은 아닙니다. ‘크리스마스 증후군’, ‘스트레스마스(stressmas)’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있나요? 화려하고 즐거워야만 할 것 같은 크리스마스에 오히려 우울함과 부담감을 느끼는 현상을 뜻하는데요, 사람들의 응답에서도 이 현상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들뜨는 분위기에 무엇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을 느끼지만, 막상 너무나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갈 곳을 잃기도 하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면 잠깐은 즐겁다가도 평소와 같은 무료함을 느낀다고 하는 응답이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라고 특별한 게 없네?”를 매년 학습하다 보니 기대가 없어지고 오히려 부담을 느끼는 것입니다.
“Merry Christmas”라는 단어는 즐거운 크리스마스, 즉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는 행복한 미사’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이르러 그 종교적 의미가 옅어졌을 뿐만 아니라 타 종교인을 배려하는 차원에서도 ‘Happy Holiday’라는 단어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화려하게 보내야 할 것 같은 크리스마스에 회의적인 입장이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사실상 한국의 경우 ‘부처님 오신 날’과 같이 전통이나 특별한 목적의식이 있는 휴일이 아니기도 하고요. 최근 크리스마스 시즌의 마케팅에서도 ‘크리스마스’라는 단어를 제외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명동 신세계 백화점 본점 내부에 마련한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더 기프트 숍(The Gift Shop)’도 크리스마스가 아닌 ‘홀리데이’ 선물상점이라는 이름을 내세웠습니다. 유통업계의 전반적인 입장에서는 내년 초 휴일의 프로모션까지 확대하여 진행하기 위함이라고 하네요. ‘크리스마스’라는 직접적인 단어를 사용하기보다는 연말과 새해까지 통합할 수 있는 ‘holiday’라는 단어로 대체하는 것, 효율적이고 적합한 선택인 듯합니다.
이미지 출처: 소비자평가 2023올해 크리스마스는 유독 추울 예정이라고 합니다. 크리스마스가 있는 주에는 기온이 영하권을 웃돌아 지역별로는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예상된다고도 하네요. 어떤 이들에게는 가족, 친구들과 함께하는 따뜻한 시간일 수 있겠고, 또 다른 이들에겐 우울감을 불러오는 크리스마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또한 크리스마스 증후군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단어를 알게 된 이후 홀로 우울감을 느끼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여러분도 크리스마스 그 자체에 부담을 가지고 있다면, 올해부터는 조금 편안한 마음을 가져 보는 건 어떨까요?
이번 겨울호에서도 콤마어들이 생각하는 크리스마스에 대한 소모임 기사를 만나볼 수 있는데요,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