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OMMA MAGAZINE Jan 20. 2024

[Editor's Pick] 주체적 추종의 모순

디토 소비에 대한 고찰


‘디토 소비’가 2024 소비 트렌드로 떠올랐습니다. 아이돌 뉴진스의 노래 ‘디토(ditto)’가 떠오르실 것 같은데요. 그 디토와 같은 단어가 맞습니다. 디토(ditto)는 라틴어 어원의 단어로, 대화에서 공감을 나타낼 때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나도 마찬가지야’, ‘인정’ 정도의 의미를 지니는데요. ‘디토 소비’란, 사람이나 콘텐츠, 커머스를 추종해 구매하는 소비 트렌드를 말합니다. 개인의 가치관을 반영한 대상을 찾고 그것을 주체적으로 의사결정에 활용한다는 것입니다. 즉, 나의 취향을 반영하는 대상을 따라 소비하는 것이죠. 



디토 소비의 핵심은 ‘시성비’입니다. 현대인들은 이제 ‘가격 대비 성능의 비율’이라는 뜻의 ‘가성비’에서 나아가 ‘시간 대비 성능의 비율’을 찾게 된 것인데요.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나의 가치관에 맞는 대상을 찾아 추종함으로써 복잡한 의사결정 시간을 아끼는 효율적인 결정을 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지나치게 많은 정보와 제품 속에서 자신이 공들여 선택한 제품이 실패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며 이러한 경향이 나타났다고 하네요.


출처: 세이코홀딩스 ‘세이코 시간백서 2022년’


하지만 이러한 디토 소비, 조금 위험해 보이지는 않나요? ‘주체적 의사결정’과 ‘추종’이라는 두 단어의 양립이 어딘가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디토 소비의 등장 배경이라는 것 역시 마음에 걸리는데요. 유명 연예인 뿐 아니라, 유튜버,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등 추종의 대상이 너무나도 많아진 지금, 자신의 가치관을 명확히 정립하지 못한 소비자들이 분별력 있는 추종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듭니다.


실제로 사람들이 객관적 추론보다는 감정에 따른 판단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차례 입증되었습니다. 미국의 한 대학 연구에서 기능성 자기공명장치(FMRI)를 이용해 사람들의 뇌를 스캔한 결과, 추론 기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배외측 전전두엽피질’은 거의 활성화 되지 않은 반면 감정 처리와 관련이 있는 ‘안와전두엽피질’은 가장 많이 활성화 되어 있었다고 하는데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감정에 따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입니다. 디토 소비라는 명목이 합리적 추론의 과정을 더욱 감소시키고, 비이성적 추종을 유도하지는 않을까 우려가 됩니다. 


출처: 청년의사


여러분도 최근 디토 소비를 하고 있지는 않았나요? 그렇다면,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주체적’ 디토 소비였나요? 디토 소비는 소비에서의 복잡한 의사결정 과정을 단순화시켜 준다는 점에서 분명 우리에게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주관을 명확히 수립하지 못한 채 무분별한 추종의 길로 빠져서는 안 되겠죠. 단순히 시간이 아깝다거나, 실패가 두렵다는 것이 추종의 이유가 되어서도 안 될 것입니다. 트렌드를 따르는 것도 좋지만, 결국 ‘나’라는 사람은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니까요. 

작가의 이전글 [Editor's Pick] 샘플링 곡의 발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