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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MMA MAGAZINE Jan 27. 2024

[Editor's Pick] 과연 '홀드백'이 먼저인가

한국 영화가 마주할 다음 국면

한 해 동안 영화관에서 평균 몇 편의 영화를 관람하시나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주는 편리함, 그리고 비싼 티겟 값으로 영화관에 간 지 오래됐던 터라 2024년이 시작됨과 동시에 <괴물(2023)>을 혼자 관람했습니다. 고(故) 사카모토 류이치 음악 감독이 협업한 예술 영화로, 개봉 이후 호평이 이어짐은 물론이고 칸 영화제 각본상을 받은 작품이죠. 환상과 현실의 사이를 다루는 이 영화는 영화관이라는 공간이 주는 압도감과 함께 내면에 오랜 잔향을 풍겼습니다. 올해 영화관을 더 자주 방문해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했고요. 


이미지 출처: Unsplash


최근, 정부가 극장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의 OTT 공개를 일정 기간 유예하는 ‘홀드백(Hold Back)’ 기간을 극장 개봉 후 6개월로 규정할 계획임을 밝혔습니다. 관객 10만 명 미만, 제작비 30억 원 미만 등 소규모 작품을 제외하고 정부가 지원 및 투자하는 일반 상업 영화에 한해 우선 적용된다고 하는데요. 지난해 일반 한국 영화 37편 중 OTT에 공개된 작품이 24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 지원작의 비중은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1조 7,400억 원의 정책금융을 마련함에 따라 정부 지원작은 더 늘어날 전망이죠. 


정부의 입장은 극장에 걸린 작품이 일정 기간의 홀드백 없이 곧바로 OTT로 넘어갈 경우, 극장은 물론 한국 영화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황재현 CJ CGV 전략지원 담당은 “한국 영화가 개봉한 뒤 OTT에 공개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드라마틱하게 단축됐다. 이전에는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약 6~12개월의 간격을 뒀었는데, 이런 암묵적 합의가 완전히 붕괴돼 한국 영화 산업 전체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영화 산업의 활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홀드백을 법적으로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과연 영화 산업의 위축이 이 때문만일까요? 


영화계 전반뿐만 아니라 소비자들 또한 한국 영화를 살릴 길이 요원해졌음을 느끼는 듯합니다. OTT의 성행 이전에 물가 상승으로 인해 비싸진 티겟 값이 영화관을 찾지 않는 큰 이유로 꼽히죠. 일각에서는 가격에 비해 질적으로 만족하기 어려운 수준의 연출이나 스토리를 보여주는 영화가 많아 영화의 질적 하락 자체를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합니다. 본래 국내 영화는 상영관 중심의 독과점 특수를 누리며, 영화관이 영화 유통에 있어 절대적 위치에 있었지만, 위의 이유로 OTT가 영화관을 대체하면서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영화관 활성화에 앞서 영화 자체의 질적 향상과 더불어 영화 산업 구조의 근본적 변화가 시급해진 것이죠. 


이미지 출처: 영화진흥위원회


하지만, 설상가상으로 영화진흥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2024년 예산안에서 한국 영화 다양성 확대와 시장 성장의 젖줄이라고 할 수 있는 창작·지원 예산을 대폭 줄였습니다. 시나리오 공모전 운영비 예산, 한국 영화 차기작 기획개발지원 예산, 독립예술 영화 제작 지원 예산 등을 대폭 줄였고, 이는 곧 독립 예술 영화 창작자들에게 타격, 그리고 한국 영화의 다양성 위축을 뜻합니다. 다큐멘터리 감독들은 영화진흥위원회 예산을 받아 최소한의 스태프를 꾸리고, 그러한 지원이 영화제나 지역문화재단 등 다른 지원으로 이어지면서 5~6년간 작업을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미지 출처: Unsplash


홀드백을 제도화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극장으로 다시 돌아올 것을 보장할 수 있을까요? OTT의 등장으로 영화 예술이 완전히 새로운 차원에 들어섰습니다. 그럼에도 영화는 계속되어야 하고요. 상업 영화의 근본은 예술·독립 영화로부터 옵니다. 홀드백은 최소한의 장치로 두고 창작의 다양성과 질을 높일 수 있는 각종 지원을 확대하는 데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요? 정부에게는 다음 국면을 풍부하게 하는 동력을 마련할 담론이 필요해 보입니다. 우리 또한 영화란 무엇인지 재정의하며 눈앞의 현상을 비판만 할 수는 없고요. 점검의 태도와 시선이 필요한 듯합니다. 그들도, 우리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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