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세
'comma_magazine님이 사진을 공유했습니다.' 하루의 시작, 에디터는 눈뜨자마자 SNS에 접속합니다. 밤새 다른 사람들이 업로드한 사진을 휙휙 넘기기도 하고, 뉴스 영상을 보며 오늘의 세상사를 확인하기도 하죠. 저뿐만 아니라 여러분에게도 그런 경험이 있을거라 생각되는 건, 아마 우리가 이미지의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우리는 이미지로 정보를 얻고 이미지에 포착된 순간을 전유합니다. 객관성을 띠는 이미지를 소비함으로써 세상에 대한 진실을 취득했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사실, 이미지는 객관적이지 않습니다. 이는 '굴절된' 진실을 담고 있습니다. 현실을 아무리 거울처럼 비추려해도 그 과정에서 창작자의 의식은 이미지 속에 은밀하게 스며들기 때문입니다. 창작자의 사진 구도, 노출 방식, 연속적인 시간의 흐름 속 단 한 순간만을 포착하는 프레임...여러분은 그 프레임 바깥의 것을 상상해본 적이 있나요? 이미지 또한 회화, 데생처럼 창작자의 의도가 반영된 산물이지만, 우리는 이를 현실의 기록이라 착각하고 사건을 바라보는 잣대로 쓰곤 합니다.
이러한 사실을 간파해, 어떤 창작자는 이미지를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킬 장치로 이용하고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기도 합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연예인의 순간적인 표정이나 눈빛을 클로즈업해 이를 가십거리로 일삼는 것이 그 예죠. 또 지난 이태원 압사사고 때, 피해자들의 코스튬이나 노출 부위를 포커싱함으로써 사고와 무관하게 이들을 성적으로 비난하려는 의도의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어떤 이미지는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의해 계몽주의적 요소로 쓰이기도 하는데요. 한 사진 작가는 베트남 전쟁은 야만적인 식민전쟁으로 보이게끔, 한국전쟁은 소련과 중국에 맞선 투쟁으로 보이게끔 사진을 찍어 화두에 올랐습니다. 이미지를 프로파간다처럼 쓴 것이죠. 이처럼 창작자는 이미지의 힘을 이용해 자신의 내밀한 의도를 표현하고, 그로 인해 진실은 왜곡되곤 합니다. 그러나 왜곡된 이미지는 이미 박제되어 우리의 머릿속에 각인됩니다.
이렇게만 이야기하면 창작자의 잘못만을 따지는 것처럼 보이겠습니다. 그러나 사실, 우리가 이미지를 소비하는 방식도 현실과는 간극이 있습니다.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식민지 전쟁, 어젯밤 재밌게 본 코미디, 연예인 가십 모두 대동소이한 취급을 받기 때문입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 사진을 보고 우린 일시적인 충격과 연민을 느낄 뿐, 그 이상의 행동은 취하지 않습니다. 마치 재난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보는 시청자처럼요. 이러한 이미지들을 반복적으로 접하다보면 그 감정조차도 무뎌지고, 우리는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 무력감을 느낀 채 여전히 관찰자의 입장을 고수합니다. 그러면서 매스컴에 떠도는 이미지를 많이 본 것만으로 세상에 대한 지식을 체득했다고 생각합니다. 본다는 게 곧 안다는 걸 의미하지도 않고, 안다는 게 곧 이해한다는 걸 의미하지도 않는데 말이죠. 부끄럽지만 에디터도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여러분에게 양심의 가책을 느끼라고 훈계하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이미지를 볼 때마다 민감하게 반응하기란 사실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다만 이쯤에서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의 말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바라보는 자는 권력을 가진 사람이고, 바라보이는 자는 권력에 예속된 사람이다." 바라보는 자와 바라보이는 자가 따로 정해진 것 같지만, 사실 우리는 바라보는 자인 동시에 바라보이는 자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이미지를 소비하지만, 언젠가 우리도 누군가의 카메라에 포착돼 누군가의 입맛대로 취급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사진을 본 그 누구도 이미지가 갖고 있는 객관성의 허울에 속았다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있는 그대로를 봤을 뿐이라고 주장하겠죠. 시선의 권력은, 그런 식으로 돌고 돕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이미지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해한다는 것은, 이미지에 포착되지 않은 것을 상상하려는 시도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이미지는 현실이 아니라 가공된 결과이고, 사실을 공급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인식을 자극할 뿐이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를 맹신해선 안된다는 말입니다. 단 한 장의 사진이라도 신중하게 판단하려는 노력이 고질적인 이미지 소비 방식의 돌파구가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들을 무심코 넘길 때쯤 이 말이 떠오르길 바라며, 지금 당신의 시선은 ‘어떻게’ 향하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