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공립학교 10

생활 교육

by 새 날


지아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우리 동네 신문에 지아 이름이 실린 적이 있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 실시한 일종의 개인 경제 지식 경시대회(Personal Financial Contest)에서 지아네 팀이 우승을 하는 쾌거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2013년이니 지아가 11학년 때의 일이다. 우승 상금이 $1000여서 팀원 4명은 250달러씩 나누어 받았다. 아이들은 사실 경시대회 우승에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 전국 대회 참가에 대해서는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 당시 지아는 경제학을 한 시간 듣고 있었는데 고교에서 실시하는 경제교육은 단지 유명 경제학자들의 경제 이론을 배우는 것뿐 아니라 졸업 후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경제 지식들을 모두 포함하였다. 예를 들면 크레디트 스코어나 퇴직연금저축(401K), 주식 시장, 세입자 보험, 학자금 융자 이자율 등등에 대해 배운다.

여기서는 이민자로서 내가 경험해야 했던 새로운 제도, 401K와 Credit Score에 얽힌 이야기를 좀 해 보자.


401K는 미국 정부와 기업들의 가장 중요한 직원 복지 정책 중 하나다. 401K는 노동자에게 절세와 회사의 추가 적립이라는 이중의 혜택이 있는 제도이다. 401K는 내가 얼마만큼 적립할 것인지를 %로 정해 놓으면 매번 급여를 줄 때마다 자동으로 적립된다. 저축한 금액은 세전 공제하므로 많이 저축할수록 세금이 줄어드는 효과를 가져온다. 내 기억이 맞다면 한국의 연금 보험처럼 세금 공제가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100만 원을 벌어서 10만 원을 401K에 저축하면 90만 원에 대해서만 세금이 부과된다. 회사는 10만 원에 더해 천 원 혹은 규정에 따라 일정 금액을 더 적립해 준다. 401K에 저축한 10만 원은 주식시장에서 운용되다가 내가 출금할 때 찾는 액수에 따라 세금이 부과된다. 다시 말해 401K에 저축된 자금은 회사가 뽑은 뮤추얼펀드 중 내가 선택하여 투자하게 되며, 얼마의 손실이 나건 이익이 나건 관계없이 찾는 금액에만 세금이 부과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위의 10만 원이 복리로 증식하여 10년 후 백만 원이 되었다 해도 이익을 본 90만 원에 대해 이익으로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내가 출금할 때 그 금액을 수입으로 세금이 계산된다. 내가 일했던 병원의 경우, 만 1년 이상 일한 full/part time 직원은 내가 401K에 적립하는 금액의 1% 를 병원이 추가 적립해 주었다. 그건 우리 병원이 아직 별도의 기업 연금 (Pension)을 직원의 근무 기간과 직원의 나이, 연봉에 근거하여 지급하기 때문에 매우 낮게 책정된 것이다. 미국에서는 기업이 파산하면 기업연금도 사라지므로 많은 기업에서 노동자들은 기업 연금을 축소하고 401K의 추가 적립을 증가하는 걸 선호한다고 알고 있다. 미국의 모든 기업이 401K적립을 허용하는 것도 아니고 허용한다 하여도 고용주의 추가 적립 6-10%를 하는 것도 아니다. 캘리포니아 공무원들처럼 공무원 연금이 잘 되어 있는 회사의 경우에는 본인이 저축의 방법으로 401K에 적립할 수 있으나 회사의 추가 적립은 제로인 경우도 있다. 401K의 단점은 59.5세 이전에 돈을 찾으면 10%의 벌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나를 포함하여 한국에서 이민 온 간호사들은 이런 지식을 배우지 못하고 시작하여 취업 후 1-2년이 지나서야 401K에 가입하였다. 아무튼 결과적으로 나는 은퇴 후 매달 미국 정부의 사회보장연금(Social Security)과 병원이 주는 연금을 받고 필요하면 그동안 적립 투자한 401K에서 출금하여 부족분을 메운다.


크레디트 스코어 제도 역시 한국에서 온 이민자들에게는 낯선 것이었다. 당시 함께 취업했던 간호사 중 가장 먼저 집을 샀던 간호사의 모기지 중개인이 이런 한국 간호사들을 교육하겠노라 하여 다 같이 그 간호사의 집에 간 적이 있다. 그날 들은 내용은 미국에서는 크레디트 스코어가 좋아야 돈을 빌릴 때 낮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고 하였다. 좋은 크레디트를 갖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돈을 빌리고 제때에 갚는 것이라고 하며 전혀 돈을 빌리지 않으면 크레디트 히스토리가 없어 크레디트가 좋아지지 않는다. 그러니 빨리 집을 사야 빨리 좋은 크레디트를 갖게 된다는 것이었다.

사회생활 못하는 내가 질문했다.

"좋은 크레디트를 가지려는 건 집을 살 때 낮은 이자율을 받으려는 건데 지금 나쁜 크레디트로 집을 사서 높은 이자를 낼 거면 나중에 크레디트가 좋아지는 게 무슨 소용이죠?"

"그래도 미국에서 살려면 좋은 크레디트를 가져야 합니다. 그러니 빨리 집을 사세요."

"????"

그날 모임을 열었던 그 간호사는 4-5년 후 미국의 집값이 폭락했을 때 내가 전화 안부를 묻다가 집값 떨어진 얘기를 했더니 너무 기뻐하는 것이었다.

"집값이 떨어졌으면 이제 모기지를 더 안 내도 되는 거 아니에요? 내가 40만 불짜리 집을 30만 불 내고 10만 불을 모기지를 얻었는데 이제 집 값이 30만 불이 되었으면 난 더 이상 모기지를 낼 필요가 없잖아요."

사회생활을 못하는 난 그날 또 한 번 진실을 말하여 그녀를 실망시켰다.


수입이 없는 미성년자는 독자적으로는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없지만 부모의 신용카드계좌에 추가하여 본인 이름의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나는 아이들이 운전을 시작한 16세에 나의 신용카드 계좌에 아이들을 추가하여 아이들이 각자의 이름으로 된 신용카드를 가지고 다니게 했다. 필요시 주유를 하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이렇게 하면 나의 크레디트스코어가 아이들에게도 적용되고 아이들의 크레디트 히스토리가 길어져 아이들이 독립할 때 좋은 크레디트스코어를 갖게 한다. 내가 미국에 처음 왔을 때 타깃스토어에 갔다가 비자카드를 만들라는 권유를 받고 신청했다가 며칠 후 나의 카드 신청을 거부한다는 편지를 받은 적이 있었다. 영주권도 없는 외국인인 데다가 고정 수입도 없고 신용 점수도 전혀 없었던 탓이다. 그래도 그냥 현금 거래만 하고 지내다가 지은이가 오클랜드 A 야구팀 경기를 보러 가자고 하여 티켓을 사려고 했더니 미국 신용카드가 없어 결제가 되지 않았다. 그날 나는 주거래 은행에 가서 선납 신용카드(Prepaid Visa Card)를 만들었고, 그게 나의 미국에서의 크레디트 점수를 쌓는 시작이 되었다. 며칠 전에 나의 크레디트 점수를 보니 꽉 찬 만점이 되어 있었다. 돈 빌릴 필요가 더 이상 없어진 탓이다.


고교 교육 중에는 운전 교육도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15.5세가 되면 운전 필기시험을 볼 수 있다. 필기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아이들은 온라인으로 교통 법규들을 배운다. 필기시험을 통과하면 임시면허가 주어지고 성인의 동승하에 운전을 연습할 수 있다. 시내 운전 연수를 3회 이수하면 수강확인증이 주어진다. 16세가 되면 수강확인증을 제출하고 운전면허 시험을 볼 수 있다. 운전면허를 학교에 제출하면 2.5 학점을 획득한다. 저소득층의 아이들은 이 학점을 획득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운전 연수 비용이 비싸 저 소득층의 부모들은 감당할 수 없고 차를 살 형편도 안되므로 굳이 면허를 따지 않고 미룬다. 그러나 고교 졸업 후 취업을 하려면 새크라멘토에서는 차가 없인 출퇴근이 제한되므로 취업 자체가 불가능 해지는 경제의 악순환에 빠진다. 방법은 취업과 함께 부모님의 집을 떠나 직장 가까운 곳에서 방을 빌려 독립할 수밖에 없다. 법적 성인이 되면 운전 연수 수강증을 제출하지 않아도 실기시험을 볼 수 있다.


그 밖에 한국의 고교 교육과 차별되는 것 중 하나는 건강 과목이 2.5학점 들어가 있는 것이다. 건강 교육은 잘은 모르지만 주로 식품 영양에 관한 것과 중학교부터 시작하는 성교육이 포함되는 것 같다. 최근에는 성교육과 함께 에이즈 예방교육도 필수로 포함한다고 한다. 건강 교육도 온라인으로 자습하기도 한다. 이 교육 탓인지 소다를 좋아하던 지은이는 고교 고학년 이후에는 일절 소다를 마시지 않고 물만 마신다. 아마 우리 셋 중 가장 건강하지 못하게 먹는 건 나일 것이다. 나는 나를 통제하지 않는 만큼, 아이들이 자랄 동안 아이들에게 먹는 것에 대해 잔소리를 한 적이 없고 늘 아이들이 먹고 싶은 대로 먹게 했다. 실은 늘 아이들만 집에 두고 일하러 가야 하는 처지에 배고플까 걱정했지, 뭐든 너무 먹을까 걱정하는 건 사치였다. 어떤 부모는 과자를 아이들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숨겨 두고 몇 개씩만 꺼내 주는 등 철저히 통제하는 것도 보았는데, 그렇게 아이들이 스스로를 통제하는 걸 배울 기회를 주지 않고 키우면 아이들은 어떻게 하면 과자를 엄마 몰래 꺼내 먹을까, 어떻게 몰래 규칙을 어길 것인가만 궁리하며 살게 되지 않을까?

과자를 좀 더 먹거나 덜 먹는 것보다 아이들에게 부모가 그들을 신뢰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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