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불행은 무엇인가요?

10년째 적응 중인 서울살이

by 히읗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당신은 행복하기 위해 사시나요?”


나는 답했다.


“아니요. 저는 불행하지 않기 위해 삽니다.”


살다 보니 행복이란 너무나도 멀리 있는 것 같고, 불행은 너무 가까이 있는 것 같아서 행복을 좇기엔 너무 지치고 힘드니까 가까이 있는 저 불행만 어떻게 피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실 그날의 난 딱히 불행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행복하지도 않았지만 딱 고르자면 사실 불행보단 행복에 0.1 더 가까웠다. 이렇듯 어쩌면 행복은 늘 내 옆에 있었지만 지치고 힘드니 그걸 알아채지 못한 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불행은 딱히 고민하지 않아도 바로 느껴지는 반면 행복은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그때가 행복했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니 우리는 늘 신경을 곤두 세우고 행복의 주파수를 애써 맞춰야 비로소 찾을 수 있다. 어쩌면 그 주파수를 맞춰가는 게 삶이지 않을까?




서울에 올라와서 난 가끔 행복했고, 자주 불행했다. 아마 서울역에 두 발을 디딘 그때부터 아니 어쩌면 서울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던 그때부터 내 삶에 행복보다 불행이 더 자주 찾아오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서울역에 도착했을 때 반갑기 보단 오히려 두려움이 컸던 이유였다.


은행경비원을 하면서도 주말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던 건 단순히 돈이 부족해서만은 아니었다.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게 너무 힘들었다. 머릿속은 자꾸 잡념이 떠나지 않았고, 그 잡념들은 나를 계속 갉아먹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시간만 허비하고 있기보단 그 시간에 일이라도 하면 돈은 더 벌 수 있으니 빠르고 쉽게 시작할 수 있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골랐던 것이다.


일주일을 내내 일만 하며 보냈던 그때,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편했다. 그나마 일하고 있을 땐 생각할 시간이 조금 덜 하니 견딜 만했지만 그 외 시간은 버티는 게 정말로 힘들었다.


그래서 주말에도 일을 시작했던 것이다.


야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주말 내내 1년간 하면서 느낀 건 생각보다 계절의 변화는 빠르고 갑작스럽다는 것이다. 매일 해 뜨는 시간도 모르고 살았는데 새벽을 지나 사위가 밝아지는 것을 보면 어느새 여름은 가고 가을을 지나 겨울이 오고 있다는 게 실감 났다.


겨울이 오면 밤은 더 길다...

그래서 난 겨울을 기다렸다.


아침해가 너무 밝아 잠결에 뜬 두 눈이 부셔 다시 잠을 청하는 게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다.

밝은 아침이 너무 싫었다.


이 불행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생각했다. 새벽을 지나면 아침이 오고, 겨울이 가면 봄은 오는데 그럼, 나의 이 불행스러운 삶도 지나면 행복이 찾아오겠지? 이 같은 생각을 새벽 3시 편의점 앞에 앉아 아무도 없는 컴컴한 거리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도 잘 몰랐다.


밤이 이렇게나 길고 길 줄은 말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기나긴 밤도 언젠가는 반드시 아침을 맞이하게 된다.


시간이 흘러 길고 긴 밤을 지나 아침을 맞았을 땐 이제 더 이상 아침에 해 뜨는 게 싫지 않게 됐다. 그렇다고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글쎄….?


다만, 이젠 조금 알 것도 같다. 불행을 견디는 방법을 말이다.

모든 것은 결코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뭔가를 안다고 하는 것이 사실 오만인 줄 알고 있다.

알기는 개뿔…


분명 또다시 찾아온 불행 앞에서 난 지금의 나를 저주하고 원망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난 차라리 그럴 거면 지금 불행했으면 좋겠다. 행복을 기다리고 소망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불행할 때뿐이니깐.


배부르면 더 이상 배부름을 원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지금 불행하냐고 묻는다면, 글쎄...?


다만, 이제는 행복한지 불행한지 스스로 묻지 않으려 한다. 삶을 행복이냐 불행이냐 두 가지 명제만으로 나누기엔 너무 복잡하고 또 다채롭기 때문이다. 그저 주어진 환경에 물 흐르 듯 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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