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거 르 쿨트르(JLC)의 '리베르소(Reverso)'처럼 폴로 경기에서 유리의 파손을 방지하기 위해 창안된 시계도 있지만 스포츠 경기를 위해 만들어진 시계는 없었다. 1920년대에 롤렉스에서 손목시계에 방수의 개념을 도입하게 된다. 기계식 시계들은 충격에 약하다. 어느 정도의 생활 방충은 가능하도록 가장 취약한 밸런스에 방충 기능이 추가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계식 시계들은 충격에 약하다는 구조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반면에 무브먼트에 움직이는 부품이 없는 LCD 시계는 액정을 제외하고는 충격에 강하다. 1983년 카시오에서 G-Shock가 개발된 이유이다.
생활 방수 시계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롤렉스는 일상생활은 물론 수영할 때도 사용할 수 있는 밀폐형의 케이스와 나사 체결식 크라운을 가진 '오이스터(Oyster)'를 만들게 된다. 이어, 1945년 창립 40주년을 기념하는 쥬빌리 브라슬렛까지 장착함으로써 물에 젖지 않는 시계가 등장한다. 남자용 시계는 1910년대에서 1920년대까지 손목시계가 등장하면서 '스트랩 시계'라고 불렸다. 브라슬렛은 여성용 팔찌의 개념이었으므로 남성용의 시계에는 가죽 줄을 사용하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그러나 롤렉스의 인기와 함께 1960년대에 부유한 소비자들도 롤렉스의 데이트 저스트 같은 스테인리스 스틸 시계가 편리하다고 느끼게 된다. 18K에 스트랩 시계만 만들던 파텍 필립, 바쉐론 콘스탄틴, 오데마 피게 같은 브랜드들도 1970년대에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올 스틸 제품을 발표하게 된다.
이태리 리테일러들의 요구에 따라 오데마 피게가 1970년에 제랄드 젠타에게 브라슬렛 일체형의 스포츠 시계의 디자인을 의뢰하여 탄생한 것이 현대에 '하이엔드 스포츠 시계'의 대명사인 로열 오크이다. 1972년 바젤 페어에서 처음 등장하게 된다. 이어 1976년에 제랄드 젠타가 디자인한 파텍 필립의 노틸러스가 등장한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1978년 창립 222주년 기념 모델로 '222'라는 스포츠 시계를 발표하여 스위스의 오랜 역사를 가진 노포들이 전부 스포츠 모델을 만들게 되었다.
로열 오크와 노틸러스의 특징이라면 롤렉스나 오메가보다 슬림한 무브먼트를 사용하여 플랫한 디자인으로 착용감이 좋아졌다는 점이다. 남성용의 시계가 33~35밀리 정도가 보통이던 시절에 38 밀리의 사이즈로 등장하여 소비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에 이르러 오데마 피게와 파텍 필립을 대표하는 모델로 성장하게 된다.
올 스틸제 시계였지만 브라슬렛이 일체형으로 디자인된 시계여서 제조 비용이 고가였다. 그 때문에 18K 스트랩 시계보다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었다. 로열 오크의 베젤 디자인은 방수효과를 높이기 위한 것이었지만 로열 오크의 인기와 함께 1980년대에 새롭게 등장하는 고급 스포츠 시계들의 표준으로 자리 잡게 된다.
1945년 롤렉스의 대표 제품인 데이트 저스트 이후 1953년 턴-오-그래프(Turn-O-Graph), 익스플로러를 시작으로 프로페셔널 시계가 등장한다. 당시 본격적으로 시작된 히말라야 등반, 극지 탐험, 스킨 스쿠버, 심해 탐사 등에도 사용할 수 있는 시계를 개발하여 기술력을 겨루는 것이 목적이었다. 공군의 파일럿과 해군의 잠수사들을 위해 회전 베젤이 처음 등장하게 된다. 또한 군인이나 극지 탐험가들에게는 야간의 시인성이 중요했으므로 검은색 다이얼에 야광 기술이 개발되었다. 프로페셔널 시계로 분류되는 시계들의 전형적인 디자인이다.
프로페셔널 시계들은 방수 기능이 기본이었으므로 롤렉스가 선도하고 오메가가 롤렉스를 추격하는 양상이었다. 1957년 오메가는 방수 케이스에 엔지니어들을 위한 내자성 기능을 가진 시계인 레일 마스터, 심해 잠수사들이 사용할 수 있는 씨마스터와 자동차 레이서나 비행사들이 사용하기에 적합한 스피드 마스터를 세트로 발표한다. 롤렉스의 프로페셔널 시계들에 대응하기 위한 시계들이었다. 그리고 이중 스피드 마스터가 1962년 NASA에서 우주비행사들에게 지급할 개인장비 선정을 위해 비공개적으로 시험한 테스트에서 합격하게 된다. 오메가를 상징하는 문 와치(Moon Watch)의 등장이다.
이 처럼 롤렉스와 오메가를 중심으로 1950년대에서 1960년대에 걸쳐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사용할 수 있는 시계들이 개발되었다.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필요가 없는 시계들이었지만 1990년대 얇은 시계들과 LCD 쿼츠 시계에 흥미를 잃은 젊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게 된다.
쿼츠 혁명이 진행되던 1970년대와 1980년대는 얇은 시계와 LCD 시계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던 시계들이었다. 스위스 대부분의 브랜드들에서 기계식과 쿼츠로 얇고 슬림한 시계들을 판매했다. 세이코, 시티즌, 카시오, 타이멕스에서는 다양한 기능을 가진 LCD 시계들을 주력 제품으로 판매했다. 얇은 시계들은 정장용의 스트랩 시계, LCD 시계들은 롤렉스 스타일의 스포츠 시계였다. 소비자들은 LCD 시계에 더 열광했고 스위스는 닉슨 쇼크에 의한 급격한 환율 상승과 오일 쇼크의 영향으로 일본 메이커들에게 완전히 밀려나게 된다. 대부분의 스위스 브랜드들이 파산하여 Swatch의 우산 밑에 모이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