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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링고 Oct 30. 2022

디자인이 중요해!

브라슬렛 시계의 유행과 자동 무브먼트들의 쇠퇴

파텍 필립, 오데마 피게, 바쉐론 콘스탄틴 같은 노포들까지 롤렉스 데이트 저스트에서 시작된 스포츠 시계들을 만들자 모든 브랜드들에서 브라슬렛 일체형 시계들이 등장하여 브라슬렛 시계 경쟁에 몰두하게 된다.



1970년대 중반부터 피아제, 오메가, 에벨 등 스위스 고급 브랜드들은 얇은 쿼츠 무브먼트를 사용하여 브라슬렛 시계들을 경쟁적으로 출시된다. 다양한 브라슬렛 디자인이 등장하는 시기이다. 한편, 1980년대는 기계식 시계를 포기하는 브랜드들과 기계식 시계와 쿼츠 시계를 함께 만드는 브랜드로 갈리게 된다. IWC, 오메가, 론진 등 대부분의 스위스 브랜드들은 기계식 시계를 완전히 포기하고 쿼츠로 이동하는 시기이다. 일본의 세이코도 기계식 시계 제조를 포기하고 주도권을 잡고 있던 쿼츠 시계 개발에 집중한다. 파텍 필립, 오데마 피게, 롤렉스 등은 쿼츠 시계를 판매하면서도 기계식 시계를 계속 만드는 브랜드였다.


롤렉스 미다스와 첼리니


스포츠 시계의 출발점이었던 롤렉스도 1962년에 미다스(Midas)를 발표하며 얇은 시계 경쟁에 동참하게 된다. 소비자들에게 가장 덜 알려진 롤렉스 '첼리니' 라인의 시작이다. 1970년대 이후 얇은 시계의 유행이 어느 정도이었는 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롤렉스를 대표하는 오이스터 퍼페츄얼과 달리 다양한 디자인으로 만들었지만 대부분 골드 시계이고 얇은 시계들이다. 미다스(Midas)는 제랄드 젠타가 디자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브라슬렛 일체형으로 전체가 골드인 시계이다. 얇은 시계 전쟁에 대비하는 만큼 미다스는 가장 얇은 프레드릭 피케 21의 수동 무브먼트를 사용했고, 이 보다 저렴하게 판매할 첼리니의 다른 모델들에 사용하기 위해 직경 20.8 밀리에 두께 2.55 밀리의 새로운 수동 무브먼트(칼리버 1601과 1602)도 만들게 된다.


쿼츠 혁명기에 스위스 시계의 변천 과정을 가장 명료하게 보여주는 것이 IWC의 인제뉴어(Ingenieur : Engineer의 독일어) 모델의 변천과정이다. IWC의 인제뉴어는 내자성(오메가의 레일 마스터) 시계로 1955년에 발표된 IWC를 대표하는 자동 시계였다. IWC의 군용 시계를 대표하는 Mark 11이 수동 무브먼트를 사용했던 대표적인 모델이다. 얇고 슬림한 정장용 시계에는 두꺼운 자동보다 얇은 수동 무브먼트인 칼리버 89가 사용되었다.


1960년대의 인제뉴어


IWC는 오메가나 론진처럼 다양한 무브먼트를 만들지는 않았지만 수동과 자동의 무브먼트를 지속적으로 개량하여 사용하는 전형적인 매뉴팩처(무브먼트 자체 생산 브랜드)였다. IWC가 무브먼트의 생산을 중지하게 되는 과정을 확인해 보자.



로열 오크와 노틸러스를 디자인한 제랄드 젠타는 1976년에 IWC의 인제니어를 1970년대 스타일로 디자인해주게 된다. 그가 디자인한 인제니어가 '인제니어 SL'이다. 당시 시작된 유행에 따라 브라슬렛 일체형의 디자인이다. 1960년대와는 일단 디자인에서 완전히 구분된다. IWC의 인제뉴어도 롤렉스 데이트 저스트 타입의 디자인에서 로열 오크, 노틸러스로 상징되는 브라슬렛 일체형의 스포츠 시계로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IWC Ingenieur Ref. 1832


1976년 인제뉴어 SL의 첫번째 모델은 자동 시계였고, IWC의 마지막 자동 무브먼트인 Cal. 8541B가 사용되었다. 1976년부터 1983년까지 543개만 생산되고 생산이 중지된다. 1976년 이후 두껍고 무거운 기계식 시계의 판매가 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샘플이다.


IWC Ingenieur Ref. 3303


인제니어 SL 자동 모델이 발매된 다음 해인 1977년에는 ETA의 쿼츠 무브먼트를 사용한 쿼츠 모델 Ref. 3303 모델이 발매되고, Ref. 3305, Ref. 3350 등 무브먼트를 성능이 향상된 무브먼트로 변경되며 1989년까지 생산된다. 1970년대 중반에 슬림한 쿼츠 무브먼트들이 개발되자 1970년대 말에는 기계식 무브먼트를 밀어내고 스위스에서도 쿼츠 시계들이 대세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IWC Ingenieur Ref. 3506 (ETA 2892)

1983년 인제뉴어 SL 자동 시계가 Ref. 3505로 재발매된다. 이 무렵부터 기계식 시계에 대한 수요가 생겨나지만 아직 대세는 쿼츠 시계였다. 이후 모델을 변경해 가며 1996년의 Ref. 3522 모델까지 모델을 여러 번 변경하며 발매되었다. 첫 자동 모델과 ETA 2892를 사용한 첫 시계의 등장 연도를 감안하면 IWC는 1976년에서 1983년 사이에 손목시계용 무브먼트의 생산을 완전히 중단한 것으로 추정된다.


IWC, 오메가, 론진 등 기계식 시계 생산을 중단하고 쿼츠에 집중했던 브랜드들이 1980년대 중반 이후 기계식 시계에 대한 수요가 재등장하자 ETA 무브먼트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기계식 시계의 생산을 중단하지 않았던 롤렉스가 1980년대 중반 이후 IWC, 오메가, 론진 등 경쟁 브랜드에서 기계식 시계를 재생산하자 인하우스 무브먼트로 경쟁에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롤렉스가 1980년대 중반 이후 1960년대의 경쟁자들을 완전히 제압하고 스위스 고급 시계를 상징하는 브랜드로 자리를 잡게 된 과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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