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염없이 펑펑 그칠 줄도 모르는 듯 내리기도,
고요히 자기들끼리 어쩔 줄을 모르는 듯 그 자리를 떠돌기도,
거뭇한 가지 위로 한뼘 만큼 뚜껑이 덮여 온 세상이 하얗게 보였을 때도,
내리던 눈을 볼 때마다 바랬다.
그새 봄꽃에 잎이 났던데
소란한 사이 잊혀진 같이 보지 못한 눈이 생각났다.
작고 하얀 것을 보며 목소리로 얘기하고 싶었다.
이 세상을 녹게 하는 건 결국 작고 하얀 것이네.
내가 너와 나누고픈 것은
손금 위로 가만히 내리기를 기다리다 그새 녹아도,
쥐어지지 않아도 대단하지 않은 것들이라고 얘기하고 싶었다.
다음 해 눈에는 어떤 마음이 내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