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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리 Sep 17. 2024

보내지 않은 여름


요즘은 어쩌면 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내가 자주 입에 담는 말은,


- 그래도 여름이 가는게 아쉬워.


땀 많은 내가 이 지독하게도 지독히 내리쬐는 올해 여름을 겪고서도, 늦은 밤 스쳐지는 시원한 공기에 저런 말을 내뱉는 걸 보면 난 정말 여름이란 계절을 좋아했나보다. 사실은 덥다 덥다 더워죽겠다 바깥에 날씨 디졌다 이런 말만 해댔던 여름날들 이었는데 .. 별로 좋아해주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막상 또 떠난다니 붙잡아두고 싶은 마음부터 나왔다. 여름의 시작은 기억도 안나는데 왜 또 끝이라고하니 옆에 두고만 싶지.


사실 여름을 붙잡아두고 싶은 마음은 앞으로 흐르지 못하는 나에게서 나왔다. 걱정이 있는 건 아니었는데, 자신이 없었던 것 같다. 혼자 있는 시간들에 용기가 없고 겁이 났다. 어떻게든 하루를 보냈지만 사실 꽤 많은 시간이 흘러있음을 체감하고는 더 무서웠다. 여름이 가는데 난 예전을 생각했다.


그래서그런지 잠시 길목에 멈춰준 여름이 나를 안았다. 다시 팔등이 따갑고 목덜미에 땀이 흘렀다. 다시 여름이다. 자신을 잊지말라고 마지막 인사를 한다. 시간에 머물러 있지 말라고. 내일을 겁낼 필요가 없다고 며칠 더 곁을 내준다. 더워. 아직 날이 더우니, 좋아하는 여름이 가기 전에 내일은 더 용기를 내. 아직 이 여름이 나를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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