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일기

by Jay Kwon

살면서 그런 일들이 있었다.

내가 겪은 상황의 맥락이 내가 의도한 대로 가지 않고 방향을 튼다.

내가 바라보는 시선과 타인의 시선 사이에 간극이 생기고

나의 입장은 타인의 시선에선 비겁한 변명이 된다.


난 변명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왜 넌 제대로 된 해명을 하지 않느냐는 말을 들은 적이 많았다.

이유는 심플했다.

상대방에게 일일이 해명을 하고 다니는 소모적인 일에 관심이 없었고

내게 간절한 인연인지의 여부에 따라 선택적인 변명을 했던 것 같다.


그 탓인지 난 예측되지 않은 난처한 상황을 많이 겪어왔다.

그럴 때마다 난 항상 침묵을 택해왔고,

오해는 확장되고 간혹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침묵은 언제나 나에게 옳았다.

변명과 해명은 종종 상대방의 머리채를 거칠게 잡아채야 했고,

적확한 설명과 사실요구는 모두의 얼굴을 붉히게 했다.

타인과의 갈등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은

내 도덕률에는 존재하지 않는 인생 철칙이었다.


내 인생에서 타인이라는 상수는 너무 소중했지만,

내 삶을 바꾸는 결정변수로 환치되도록 두지 않았다.

항상 중요한 건 나였다.


타인에 있어 난 항상 진실을 선택했다.

행복에는 축복을,

성과에는 경의를,

불행에는 공감과 연민을,

노력에는 응원을,

난 그들에게 항상 진실만을 선택해 왔다.


거짓과 뒷담.

이것들은 인간의 감추고 싶은 가장 어두운 밑바닥의 혼탁함과 닮아있다.

너무 어두워서 도통 보이지 않지만,

내밀하게 들여다보면

열등감, 질투, 이기심, 인정욕구, 소속감, 우울함 등으로 범벅이 된

너절한 감정들이 조합되어 폭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난 자기 전 천장을 바라보며 나를 독대하는 시간에,

스스로 얼굴을 붉히고 치욕과 부끄러움에 몸을 떠는 것을 참을 수 없었기에,

그런 감정에 매몰되는 것을 용납한 적이 없었다.

지저분한 감정이 가뜩이나 옹졸한 내 가슴에 싹을 피게 두지 않았다.


그러나 문득 요즘,

그릇된 유혹이 내 내면에 깃들고 있는 것이 아닌지

끊임없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는것이었다.


나이는 먹는데

왜 난 퇴행하고 있는 건지.

옛날에는 화살이 날라와도 몸을 틀어 피하거나 맞고 잠깐 아파하고 말았는데

이젠 맞은 화살 갯수를 세어보며 이를 갈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내 내면에 몰래 깃든 비열한 감정과

치밀한 외줄 타기하고 있는 위태로운 요즘,

오히려 사회적인 관계로 만난 사람들이

내게 방패를 들어주는 상황이

유독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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