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감다가 든 생각
머리를 감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손가락으로 두피를 벅벅 문지르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손가락이 아주 단단하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왠지 생각보다 내구성이 좋지 않을 것 같다는 기분.
그래서 잠깐 멈췄다.
만약 지금, 이 손가락이 부러진다면 어떻게 될까.
어디가 제일 먼저 상할까.
그리고 회복하는 데는 얼마나 걸릴까.
그렇게 별것 아닌 질문들이
머리를 감는 사이에 하나둘 떠올랐다.
이상한 건, 그 질문들이 하나도 급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놀라지도 않았고, 무섭지도 않았다.
그냥 “그럴 수도 있겠구나” 정도였다.
아프면 쓰지 않으면 되고,
부러지면 고정하고 시간을 주면 된다.
몸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다른 것들에 대해서는 전혀 그러지 못했다.
몸이 아프면 쉬는 게 당연한데,
이상하게 감정은 그렇지 않다.
아픈 걸 알면서도 계속 쓰게 된다.
괜찮은 척하고,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고 생각한다.
고정하지도 않고, 멈추지도 않고,
그냥 그대로 하루를 살아낸다.
손가락이 부러졌다면
나는 아마 바로 병원에 갔을 것이다.
그게 과하다고 느끼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어떤 감정들에 대해서는,
왜인지 늘 “이 정도는 참을 수 있다”고 말한다.
머리를 다 감고 나서도
그 생각은 한동안 남아 있었다.
무엇을 언제까지 쓰고 있는지,
이미 다쳤다는 신호를 무시하고 있는 건 아닌지.
오늘은 그저,
잠깐 손을 멈춰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