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걷다

- 시선이 머문 자리에는 아직 초록이

by 웅토닌

다시 걷다

   -웅토닌


숨은 멈춰 있을 때보다

움직일 때 먼저 돌아온다

몸은 아직 걷는 존재라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발이 땅을 찾고

땅이 발을 받아줄 때

심장은 박자를 되찾고

호흡은 억지 없이 깊어진다


다시 걷는다는 것은

앞으로 가는 일이 아니라

리듬으로 돌아오는 일

내가 돌아오는 일이다


숨이 돌아오고

몸이 돌아오고

그 위에서 우리는 걷는다

다시 걷고, 다시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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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병실에 머물던 시간은 움직이지 못해서가 아니라

삶이 잠시 멈춘 것처럼 느껴지던 시간이었습니다.

창문 너머로 지나가는 계절과 사람들을 바라보며

나는 늘 같은 자리에 있었고, 세상은 나 없이도 잘 움직이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 다시 걷게 되었을 때, 그건 회복의 증명이 아니라

삶이 나를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신호처럼 다가왔습니다.

한 걸음은 조심스러웠고, 두 걸음은 떨렸지만

그 떨림 안에는 두려움보다 다시 시작해도 된다는 허락이 담겨 있었습니다.


걷는다는 것은 멀리 가겠다는 다짐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다시 살아도 괜찮다는 몸의 동의였습니다.

숨이 돌아오고, 리듬이 돌아오고, 비로소 마음이 따라옵니다.


그래서 나는 믿게 되었습니다. 삶은 한 번에 회복되지 않지만,

걸음만큼은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지금 이 자리에서

다시 걷는다는 것은 다시 희망을 선택하는 일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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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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