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초

- 온돌을 짓는 꽃

by 웅토닌
복수초 - 안인 권혁준

온돌을 짓는 꽃

- 웅토닌


눈이 채 녹기도 전에

복수초는 문을 연다

봄을 기다린 게 아니라

손님을 먼저 불렀다


추위를 이기려 한 게 아니다

땅속에서 불을 지펴

먼저 온돌을 놓았다


작은 몸 하나로

계절보다 앞서 불씨를 당기고

해보다 먼저 따뜻해졌다


꽃잎은 일부러 오목해

바람이 머물 자리,

햇살이 고일 방 한 칸을 내어준다


들어오라 말하지 않아도

벌은 안다

여긴 잠시 쉬어도 되는 곳이라는 걸


복수초는 견디는 꽃이 아니다

이겨내는 꽃도 아니다

찾아올 이를 위해 미리 방을 데우는 꽃이다


봄은 손님으로

들어와 한참을 머물러

생명을 만들고 떠난다.

복수처 - 안인 권혁준

이 시는 강릉 안인에서 권혁준 님이 담아낸 복수초 사진을 보는 순간,
머리보다 마음이 먼저 반응하며 바로 쓰여졌습니다.


눈을 녹일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봄이 오기를 묻지도 않으며,
먼저 불을 지펴 자리를 내어주는 꽃.

나는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먼저 실행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조건이 갖춰지면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
움직임으로 조건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복수초처럼 환경을 탓하지 않고,

계절을 재촉하지 않으며, 조용히 먼저 방을 데우는 존재로.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삶이 아니라
봄이 머물 수 있는 자리를 먼저 준비하는 삶을

선택하기 위해 오늘, 복수초를 닮고 싶어졌습니다.

복수초 - 안인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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