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지 않으면 길이 아니다
징검다리
놓여진 돌을 따라 조심조심
한 발 한 발 건넌다
그러다 물속이 궁금해
빠져본다
호기심에 온 몸이 젖는 줄도
모르고...
한 동안 한 걸음에 내 달렸다
물길을 들여다 볼 생각조차
못하고...
이제는 멈춰서서 손도 담궈보고
놓인 돌도 옮겨본다
그래도 되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통즉불통(痛即不通), 불통즉통(不痛即通)”
아프다는 것은 통하지 않기 때문이고,
통하면 아프지 않습니다.
환자분들께 늘 드리는 말입니다.
고인 피는 염증을 만들고 통증을 낳습니다.
고인 물은 썩어 부패하고,
마침내 생태계를 망가뜨립니다.
사람도 다르지 않습니다.
흐르지 않으면 굳어지고,
소통하지 않으면 스스로를 고립시킵니다.
꼴통 틀딱이 되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통하고, 더불어 살아야 합니다.
멋진 징검다리가 있었습니다.
마치 황순원 님의 단편 「소나기」처럼
한때는 낭만과 운치를 품었을 자리였습니다.
하지만
제멋대로 방치된 징검다리는
조금만 비가 와도 물이 넘쳐 흐르고,
오랫동안 쌓인 낙엽과 잡목이 뒤엉켜
더 이상 길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물길로 들어갔습니다.
돌 틈에 낀 자갈과 모래를 걷어내고,
쌓여 있던 낙엽과 잡목의 퇴적물을 퍼내자
막혀 있던 물길이
한순간에 트였습니다.
고인 물은
새로운 물줄기를 만나 자연스럽게 섞였고,
어느새 버들치들이
그 흐름을 따라 모여들었습니다
이제 계곡물은
스스로 새로운 길을 만들며
숲을 지나 흘러갈 것입니다.
그리고
수많은 숲의 이야기들을
다음 자리로
조용히 전해 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