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묵묵히 시간을 끄는 자
[K-Zodiac] 두번째. "소 牛(우)" 이야기
- 묵묵히 시간을 끄는 자
깊은 산골 마을에 노인과 소녀가 살고 있었다.
마을이라 부르기엔 집 하나와 허름한 헛간이 전부였고,
사람이라 부르기엔 둘뿐이었다.
마을 입구에는 산처럼 쌓인 큰 돌무더기가 있었다.
그 돌길 하나만 넘으면 시내로 내려갈 수 있었고,
그 길이 두 사람이 세상과 연결되는 유일한 길이었다.
어느 날 밤, 천둥과 함께 산이 울렸다.
비는 멈추지 않았고, 땅이 갈라지는 소리가
어둠 속에서 이어졌다.
아침이 되었을 때, 돌산은 무너져 있었다.
길은 완전히 막혔고, 바깥으로 나갈 방법은 사라졌다.
노인은 말이 없었다. 소녀는 울음을 삼켰다.
먹을 것은 며칠 치가 전부였고, 겨울은 아직 멀었다.
그들과 함께 있던 존재는 단 하나,
소였다.
소는 무너진 돌더미 앞에 섰다.
돌은 소보다 컸고, 산은 여전히 위태로웠다.
노인은 고개를 저었다.
“안 된다… 그건 너의 힘으로도 안 된다.”
그러나 소는 뒤돌아서지 않았다.
첫날, 소는 돌을 밀었다.
돌은 움직이지 않았다.
둘째 날, 소는 다시 밀었다.
돌은 아주 조금 기울었다.
셋째 날, 소의 어깨에서는 피가 배어 나왔다.
그러나 소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밤이 되면 소는 헛간으로 돌아와 짚을 씹었고,
새벽이 되면 다시 돌 앞에 섰다.
노인과 소녀는 처음으로 밭을 일구기 시작했다.
돌을 치운 자리에 흙을 모으고, 물길을 내고,
논과 밭을 만들었다.
그 모든 시작은 소가 만든 작은 틈에서 비롯되었다.
계절이 바뀌고, 눈이 내리고,
다시 봄이 왔을 무렵 돌무더기에는
사람이 지날 수 있는 길이 생겨 있었다.
그 길은 한 번에 열린 것이 아니었다.
수백 번의 밀림, 수천 번의 걸음,
밤과 낮을 가리지 않은 시간의 흔적이었다.
마침내 시내 사람들의 발길이 다시 닿았다.
마을은 예전보다 넓어졌고, 논밭은 더 기름져 있었다.
사람들은 그 길을 보며 말했다.
“누가 이걸 해냈느냐.”
노인은 소를 바라보았다.
소녀는 소의 목을 껴안았다.
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늘은 그 모습을 보고 소에게 말했다.
“너는 시간을 끌어온 것이 아니라
시간을 쌓아 올린 존재다.”
그리하여 소는
‘지속의 별’이 되었다.
이 별은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이 포기하려는 순간마다 이렇게 속삭인다.
“오늘도 밀어라. 움직이지 않아도 괜찮다.
멈추지만 않으면 된다.”
영웅은 한 번에 세상을 바꾸지 않는다
소는 힘의 상징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시간’의 상징
시작을 열어 준 까치 뒤에서 소는 삶을 끝까지 밀어 준다
다음 "호랑이 虎(호)" 이야기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