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Zodiac] "개 犬(견)" 이야기

곁을 지키는 자

by 웅토닌

[K-Zodiac] 열한 번째. "개 犬(견)" 이야기

숲의 가장자리에 사람이 살고 있었다.
숲과 들의 경계, 완전히 숲의 것도 아니고
완전히 인간의 것도 아닌 자리였다.


사람은 불을 피울 줄 알았고 도구를 만들 줄 알았지만

밤이 되면 여전히 두려웠다.
불은 따뜻했지만, 그 불이 꺼지면
숲은 언제든 사람을 삼킬 수 있었다.


그 무렵, 숲의 동물들은 불을 피했다.

사슴은 냄새만 맡고 달아났고
멧돼지는 불빛이 흔들릴 때마다 방향을 틀었으며
고양잇과의 눈은 불꽃을 계산하듯 멀리서만 반짝였다.


오직 한 무리만이 달랐다.

불을 두려워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불에 기대지도 않는 존재들.
불 근처에서 멀찍이 앉아
연기와 열, 사람의 숨을 함께 견디던 짐승들.
그들이 개의 조상이었다.


어느 날 밤, 불이 흔들렸다.
장작이 젖어 있었고, 바람이 세게 불었다.
불꽃이 약해지자 숲의 소리가 가까워졌다.
가지 부러지는 소리, 숨 섞인 울음,
굶주린 것들의 발자국.


사람들은 불을 더 피웠다.
불꽃이 갑자기 치솟았고
불똥이 튀어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그 순간, 그 짐승 하나가 불 가까이로 다가왔다.


다른 동물들이 본능적으로 피하던 자리였다.
연기에 눈을 찡그리고

발바닥이 데일만큼 뜨거운 땅 위에 서서
그 짐승은 불과 숲 사이에 몸을 두었다.


불은 개를 밀어내지 않았고
개는 불을 적으로 여기지 않았다.
불은 처음으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사람과 짐승이 함께 서 있는 중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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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였다.
개는 불을 지키는 자리에 앉았다.
사람이 잠들면 깨어 있었고
불이 꺼질 듯하면 먼저 움직였다.
개는 불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불이 꺼지면 무엇이 오는지 알고 있었다.


사람은 처음으로 깨달았다.
이 짐승은 사냥꾼도 아니고
가축도 아니며 도망치지 않는 존재라는 것을.


그러던 어느 밤,
숲의 균형이 무너졌다.
굶주린 무리들이 몰려왔고
불을 줄이면 위험했고 불을 키우면 들켰다.


아이들이 울었고

사람들은 숨을 죽였다.


그때 개는 불 앞에서 일어섰다.
달려들지 않았다.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불과 사람 사이에 섰다.
숲을 향해 몸을 낮추고 이빨을 드러내며
선 하나를 그었다.


“여기까지.”

개는 싸운 것이 아니라
경계를 만들었다. 사람이 도망칠 수 있는 시간,
사람이 무너지지 않을 시간을.


상처가 생겼고 피가 흘렀다.
그러나 개는 불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새벽이 오고 닭의 울음이 들릴 때까지
개는 자리를 지켰다.


그제야 사람은 개를 안았다.
명령도, 감사의 말도 없었다.
다만 알게 되었다.


이 짐승은
사람의 편을 든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으로 남아 있을 자리를 지켰다는 걸.


하늘은 그 장면을 보고 말했다.


“너는 인간을 지킨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시간을 지켰다.”


그래서 개는 불 옆에 남았다.
숲도, 사람도 아닌 자리에서
연대의 별이 되었다.


지금도 사람이 이렇게 느낄 때

그 별은 가장 밝게 빛난다.


“누군가 내 편이 되어 줄까?”


그때 개는
말 대신 불 가까이에 조용히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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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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