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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언제부터 미국, 스페인에 신경 썼냐?

사람, 참 간사하네~

by for healing

사람이 참 그렇다.

나하고 상관없는 일에는 관심이 정말 눈곱만큼도 없다.

아이들이 학교 들어가기 전에는 집 앞에 횡단보도가 위험한지, 학교 앞 불량식품이 유해한 지, 뭐 이런 거에 전혀 관심이 없다가 아이들 입학과 동시에 첫 번째 기도제목이 되어버렸었다.

'학교 일진이네, 왕따네, 그런 게 사회문제구나' 생각은 했지만 우리 아이들이 중,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이 사회가 이래서는 안 되는데... 이 청소년 문제들을 어떡하면 좋아!!'

갑자기 사회운동가로 변신하여 열을 내기도 했다.

내 자식 다리 부러진 것이 남의 자식 죽을병 걸린 것보다 더 가슴 아프더라는 막말로 인간의 악함을 묘사한 글을 읽어 본 적이 있다.

나는 내가 조금은 고상하고 조금은 상식 있고 조금은 개념 있다고 생각해 왔는데 완전 오산이었다.


미국에서 공부하던 큰 아이가 아침 일찍 전화를 했다.

보통 엄마가 놀랄까 봐 아침에는 전화를 잘하지 않는 딸이다.

"어~무슨 일 있어?"

"엄마! 뉴스 봤어?"

"아니, 왜?" 가슴이 쿵쾅거렸다.

"여기 폭탄테러 났어, 사람들 많이 죽고 난리 났어."

"....."

"엄마??? 엄마! 폭탄이 터졌다고! "

"너는? 너 괜찮아?" 하긴 괜찮으니까 지금 전화하고 있겠지, 제정신이 아니다.

"난 괜찮은데... 폭탄 터진 장소 바로 앞에 있던 카페에서 커피 마시다가.. 나오고 얼마 안 있다가 터졌는데.."

원래 침착한 아이 목소리가 아직도 떨리고 진정이 안되어 목소리에 울음이 가득 찼다.

친구와 커피 마시고 나오는데 굉음이 들리더니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나면서

'도망쳐' '사람이 죽었다' '누군가 총을 갖고 있다'

뭐 이런 소리가 들리더란다. 처음에는 폭탄 테러라는 건 상상도 못 하고 무슨 일인지도 모른 채, 도대체 몇 명이 총을 들고 쫓아오는지, 어디로 뛰라는 건지도 모르고 무조건 뛰었단다.

그러더니 옆으로 피투성이 사람들이 달려가고 구급차와 경찰차가 지나가고...

딸아이가 다리에 힘이 풀려 자꾸 주저앉자 옆에 있던 친구가 거의 끌고 집에 까지 데려다주었다고 했다.

카페에 조금 더 앉아 있었으면 자기도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겠다며...

아~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구나! 뉴스를 켜 보았다. 처참한 모습들. 딸이 무사한 것을 감사하면서도 널브러진 시체들을 보며 딸의 무사함에 대해서만 감사했던 것에 대한 뭔지 모를 미안한 마음...


얼마 전, 작은 딸이 있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도 지하철 테러가 있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또 타고 있던 버스가 다른 버스와 추돌하여 손목을 다쳐서 병원에 다녀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크고 작은 사건 사고 속에서 하루를 돌아보게 된다.

아침에 나갔던 모습 그대로 집에 돌아올 수 있음에,

혼자 화장실 갈 수 있음에,

이것저것 먹을 수 있고, 잘 배설할 수 있음에,

쉴 수 있는 집이 있음에,

함께 기도하고 웃고 이야기할 수 있는 행복한 가정이 있음에...

이 모든 것에 새삼 감사하다.


미국과 스페인...

지도에서, 뉴스에서, '걸어서 세계 속으로' 에서나 보았던 나라들이다.

지금은 우리 딸들이 그곳에서 공부하고 있다.

이전까지 나와 아무 상관없는 나라였다.

그런데 이제는 나의 관심이 그 안에 있다.

그리고 나는 이제 그 나라들을 위해 기도한다.


내 자식 또래의 아이들이 사고를 당했다는 뉴스를 보면 그냥 지나쳐지지가 않는다.

하루종일 TV를 보며 눈물을 흘린다.

가슴이 아프다.

부모가 되기 전에는 몰랐던 감정이다.

이전까지 나와 아무 상관없는 아이들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나의 관심이 그들 안에 있다.

그리고 나는 이제 그 아이들을 위해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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