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for healing Oct 17. 2024
치료가 다행히 효과가 있어서 통증은 많이 줄었다.
하루에 진통제를 8~10알 정도 먹어야 했고 발가락 주변을 계속 세게 눌러주어야 그나마 통증이 덜하기 때문에 공기압마사지기를 하루종일 다리에 끼고 살았다. 새벽에도 일어나 진통제를 먹어야 할 정도로 심했던 통증으로 인해 몸무게도 3~ 4kg 정도가 줄었었다.
식구들의 사랑과 교회가족들의 눈물의 기도 덕분에 날마다 상처는 잘 아물어갔다.
문제는, 통증은 거의 사라졌지만 궤사가 깊었던 두 발가락 끝, 발톱 부분의 딱지가 자연스럽게 떨어져야 하는데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계속 남아있는 거다. 절대 억지로 떼지 말라고, 그러다 상처 나면 또다시 순환이 안 되는 체질로 인해 궤사 될 수도 있다고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는데.. 이놈의 성질머리가 조그만 딱지도 두고 보지 못하는 성격이라 하루종일 발끝만 노려보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확 떼어버리고 싶은데 그걸 참는 게 힘들다.
상처를 떼어버리고 싶어 하는 걸 본 남편과 딸들은
"딱지에 신경 쓰는 거 보니까 이제 좀 살만한가 보다. 그래두 당신, 절대 떼면 안 돼!"
" 엄마! 발가락 좀 그만 쳐다봐. 보고 있으면 자꾸 손대고 싶어 지잖아."
"아우~우리 엄마 어떡하지? 저거 분명히 뗄 거 같은데~"
아니 무슨 애도 아니고 날 단속하느라 다들 다른 일 하다가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하듯이 고개를 훽 돌려 나를 주시한다.
남편은 '애착인형', 나는 '걱정인형'
이번에 딸들이 우리 부부에게 붙여준 별명이다.
"엄마! 만약에 엄마 발가락 자르잖아? 그러면 아빠 죽는다, 엄마는 의연한데 아빠는 아주 다 죽어가요~우린 또 아빠가 엄마를 이렇게 사랑하는지 몰랐네ㅋㅋ아빠는 엄마의 애착인형이야 ㅋㅋ"
"엊그제 엄마가 마트 갔었잖아? 아빠가 나갔다가 집에 왔는데 엄마가 안 보이니까 온 집이 떠내려가게 '여보 삼창'을 하는 거야~그러면서 왜 엄마를 내보냈냐며~엄마 다리도 아픈데 나보고 갔었어야지 하는 거야, 어이없어!!"
"60대 노부부의 감동실화야, 그냥ㅋㅋ"
'여보삼창'ㅋㅋ
무슨 만세삼창도 아니고...
그래, 같이 늙어간다는 게 이런 거지 싶다.
서로 걱정해 주고 챙겨주고...
확실히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멘털이 약한 것 같기는 하다.
우리 집 남자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겉으로는 강한 척하지만 참 마음이 약하다.
이 남자는 본인이 병원 가는 것도 주사 맞는 것도 무서워한다.
나는 내 혈관에 주삿바늘 들어가는 걸 빤히 보는 스타일이다. 언젠가 간호사가 나를 보고 하는 말이
"다른 분들은 주사 맞을 때 고개를 돌리시던데~~"
'아! 내가 너무 빤히 보고 있으니까 간호사선생님이 부담스러운가? 어디 주사 잘 놓나 보자, 한 번에 찔러라'
지켜보는 것처럼 ㅎㅎ
30번 정도의 거머리 치료 끝에, 드디어 나의 인내심이 바닥나기 전, 어느 날 거짓말처럼 슬리퍼를 신다가 자연스럽게 딱지가 떨어졌다.
얼마나 기뻤는지~남들이 들으면 그게 뭐 대수인가? 싶겠지만, 약 1년에 걸친 거머리치료였다.
나를 위해 기도해 주셨던 많은 분들이 함께 기뻐해 주셨고 우리 아이들은 박수까지 쳐주며 좋아했다.
비록 깊었던 상처였기에 딱지가 떨어지면서 발톱이 뽑히고 발가락 끝의 3분의 1 정도가 잘라져 나가긴 했지만... 그리고 그 잘린 부분이 시리고 저린 증상은 남았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열 발가락이 모두 남아있다. 너무 감사한 일이다.
그 와중에 걱정인형인 내가
"발가락 끝이 잘리고 발톱이 없어서 여름에 슬리퍼 못 신겠다" 했더니
역시나 말발 센 작은딸이
"물에 빠진 놈 건져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게 딱 엄마얘기네, 아무도 엄마 발가락 안보거든?" 한다.
한입에서 감사와 걱정과 불평이 동시에 나오는 엄청난 재주를 가졌다, 나는...
제발 감사만 하자~즈에발~~ 내가 나에게 부탁할게, 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