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치 않고 긍정적이기를...
그러고 보니 내 주위에 암환자가 적지 않게 있다.
당시에는 진심으로 걱정해 주고 울면서 그 사람의 이름을 불러가며 기도해주고 했었는데...
역시 나에게 닥친 일이 아니어서였을까?
이렇게 그들이 느꼈을 두려움과 막막한 불안함을 피부로 느끼게 되니까 새삼 우리가 얼마나 남의 일에 무심했었나 돌아보게 된다.
다음 3개월까지는 걱정하지 말고 회복에만 신경 쓰려고 애쓰고 있다.
남편도 평소와 다름없이 일하고 있고, 딸들과 나는 말할 필요도 없이 일부러라도 평상시와 같은 텐션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일들을 해나가고 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내가 남편을 위해 보양식을 많이 신경 쓰고, 소질 없던 요리에 전보다 조금 많은 신경을 쓴다는 거... 정도ㅎㅎ
모든 생각을 유쾌하게 하려고 한다.
남편이 나에게도 몇 번 이야기했지만 근황을 물어오는 이들에게 말한다.
"우리 집사람은 아주 만고강산이에요, 별로 걱정이 안 된대요. 치료 잘될 거라고 저한테도 너무 걱정하지 말라네요. 우리 집사람이 저보다 믿음이 훨씬 좋아요. 허허~"
왜 불안하지 않고 걱정이 안 되겠나 마는 솔직히 그 걱정보다 괜찮을 거라는 믿음이 더 크긴 하다. 우리의 문제보다 크신 하나님을 믿기에 더욱 그렇기도 하다.
전에도 이야기했듯이 내게는 얼굴로 인한 열등감과 믿고 사랑했던 아버지의 불륜으로 인해 죽고 싶었던 사춘기 시절이 있었다. 만약 나에게 신앙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방황하며 우울감에 사로잡혀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며 괴로워하며 살고 있든지 아니면 아주 나쁜 방법을 선택했겠지.
나의 요즘 기도제목 가운데 하나는 이거다.
'모든 걸 맡깁니다, 하나님의 뜻이 있겠지, 그분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시련만 주시는 분이라는 걸 알기에 나는 오직 기도할 뿐...'이라고 말하지만 정말 정말 예상치 못한 안 좋은 일들이 닥쳐와도 이 믿음이 계속되게 해 달라는 것...
며칠 전에 아이들이 재미 삼아 MBTI 검사라는 걸 해보자고 해서 하게 되었는데,
아이들이 말하기를 본인이 본인을 제일 모른단다.
예를 들어 질문이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는 편인가?" 이면 '나는 100% 공감하지'라고 생각해도 가족들이 살아오면서 보아 온 나의 성격은 '전혀 아니올시다' 일 수 있다는 거다.
맞는 말이다 싶어 각 문항마다 일단은 당사자가 답을 하고 가족들이 보기에 아니다 싶으면
'엄마는 그럴 때 이런 편이지'
'너는 이 쪽에 더 가깝지'
'에이, 아빠~그건 아니지' 이런 식으로 객관적으로 답을 해나갔다.
"내가 그런다고? 아닌데..."
"아니야, 언니 성격이 그렇다니까"
"야, 너는 완전 이쪽이지"
"와~아빠는 자신을 너무 모르네 ㅋㅋ"
다소 억울한 부분들도 있었지만 결국 깔깔대며 서로의 것을 정리해 주고 나온 검사결과가, 맞다 싶은 부분이 정말 많았다.
결론적으로 우리 네 식구의 MBTI상의 성격은 이렇다.
어떤 사람이 울고 있는 것을 봤을 때의 각자의 반응을 살펴본 결과,
나와 작은 딸은 옆에서 같이 울어주기
큰 딸은 울고 있는 원인을 찾으려고 하기
마지막으로 남편은 그 울음의 원인ㅋㅋ
모두 박장대소하며 "맞다, 맞다!!!"를 외쳤고 남편도 피식 웃는 걸 보니 본인도 인정하는듯하다.
재미로 시작했지만 이렇게 웃으며 긍정적이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보면 우리 몸도 마음도 조금 여유로워지지 않을까 싶다. 걱정이 문제를 해결해 주는 건 아니니까...
더불어 오늘의 교훈은
'적어도 남에게 울음의 원인은 되지 말자ㅋㅋ'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