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딸로 살았던 나의 삶
나는 동요 '얼룩송아지'가 싫다
by for healing Jul 29. 2024
나는 태어날 때부터 얼굴 한쪽 뺨에 큰 점이 있었다. 하필 여자 아이 얼굴에, '멜라닌 모반'이라는 것인데 이름이 무엇이든 간에 하필 여자 아이 얼굴에 있는 그것으로 인해 내 별명은 줄곧 '얼룩송아지''점순이'커서는 '아메바'등이었다. 길을 가다가 마주친 철없는 아이들은 대놓고 얼굴에 그게 뭐냐고 물어보기도 했고 어른들은 '에구~예쁜 얼굴에 안 됐네'라며 걱정해 주는 척 혀를 찼다.
남들 앞에 서는 게 무섭고 싫어지던 사춘기를 겪으며 세상이 그저 싫고 사람들의 시선이 마냥 버겁기만 하던 암담하던 어린 날.. 그 당시 수 십 번, 혹시나 하는 희망을 가지고 찾았던 병원에서 치료가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흘리던 가슴 먹먹한 눈물과 신기한 물건 보듯 쳐다보는 견딜 수 없던 주위의 시선들... 어렸기에 더 힘들었던 그 모든 절망과 상실감들...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싫어해서 '혼자서도 잘 노는 아이'였던 나.
사람들과 눈 마주칠까 봐 늘 땅 만보고 걷던 나.
어디를 가나 나의 왼쪽 얼굴을 보이지 않아도 되는 구석진 자리에 앉아야 마음이 놓이던 나.
이렇게 태어난 게 죄는 아닌데 늘 죄인처럼 쭈글이로 살았다.
그런 나를 보며 엄마는 더 미안해하며 사셨다.
"차라리 엄마 얼굴이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그럴 때면 나는 만만한 엄마에게 꼬장을 부렸었다.
"약 올리는 거야? 안 되는 일인 거 뻔히 알면서?"
꼬일 대로 꼬인 나.
누군가 건드리기만 하면 폭발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거울 보기가 죽기보다 싫었다.
그래도,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점이 있으면 어때? 그래도 우리 딸이 세상에서 제일 예뻐"
라고 말해 주는 아빠와 엄마가 있는 '우리 집'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만큼은 안전하고 행복하다고 느끼며 살아왔었는데 아빠는 큰 배신으로 나뿐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준 것이다.
나는 크리스천이다.
엄마도 크리스천이시다.
아마도 그래서 우리는 이 크나큰 어려움을 견뎌나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에게서 위로받기를 기대하지는 않은지는 오래되었다.
이런 내게 결혼을 하라신다.
그렇게 '결혼'이라는 제도에 혹독한 배신을 당한 그녀, 우리 엄마가...
그 과정을 다 지켜본 그녀의 딸 '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