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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판 Nov 05. 2022

이석증-무시무시한 경험

치료 사례 나눔

내가 겪어본 질병의 증상 중에 전에 겪어보지 못한 무시무시한 통증이나 느낌이 딱 두 번 있었는데, 그중의 하나가 이석증이다. 증상이 얼마나 희한하고 끔찍한지는 아마 경험해 본 분들은 아실 것이다. 5년 전 처음 발병 때 다행히 치료가 잘 되었고, 그 뒤 재발 없이 잘 지내고 있는지라, 경험 공유 차원에서 한번 적어본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떴는데 몹시 피곤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일어나야겠기에 몸을 일으켰는데, 헉! 상체를 20도 정도 일으키자마자 갑자기 이 빙빙 돌아서 더 이상 몸을 들어 올릴 수가 없었다. 어지러워서 다시 몸을 드러누웠다. 누우니 괜찮았다. 나는 너무 당황스러웠다. 뭐지?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어제까지 분명 별 이상이 없었는데. 물론 요즈음 몹시 피곤하긴 했다. 그래도 잘 지내고 잠도 그럭저럭 잔 것 같은데, 왜 갑자기 아침에 몸을 일으킬 수가 없는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마비 증상이 생기는 건가? 아니면 뇌졸중?

다시 천천히 몸을 일으켜보려고 했는데, 상체를 절반 정도 들어 올리기 전에 다시 천정이 빙글 돌았고, 몸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마치 카메라를 실수로 떨어뜨렸을 때 카메라가 빙글빙글 돌면서 주변 사진을 찍을 때의 영상이랑 느낌이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천장천천히 도는 것도 아니고, 아주 빠른 속도로 휙 돌아가면서 어지러움이 같이 동반되어 드러눕게 만들었다. 이때의 공포감이란…

나는 일단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 상황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고민했다. 화장실도 가고 싶은데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머리를 천천히 이쪽저쪽으로 돌려봤는데 어지러워서 돌리기 힘들었다. 남편이 출근 준비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눈물이 나오는 걸 꾹 참으며 남편을 불렀다. 몸을 일으킬 수가 없다고. 뇌졸중의 증상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남편도 당황해하는 것 같았다.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고 일단 쉬어보라고 했다. 나는 상심한 마음 때문에 목소리가 크게 안 나와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자기, 출근 안 하는 게 좋겠는데. " 하고 말했다. 남편도 고민이 되는 것 같았다. 적극적으로 뭘 하려고 들지는 않았다.

난 119를 불러야 하나? 고민했다. 일단, 좀 마음을 가라앉히며 머리를 왼쪽 오른쪽으로 살살 돌려보았다. 그랬더니 어느 쪽으로 돌릴 때는 어지럼증이 좀 덜 하고, 반대쪽으로 돌릴 때는 어지럼증이 좀 더 심해졌다.

불현듯 이석증이 떠올랐다. 이석증인가? 


한참을 그러고 누워있다 보니 증상이 조금 가라앉아서 어지럽지 않은 방향으로 몸을 돌려 천천히 몸을 일으켜 기다시피 하여 화장실에 겨우 다녀왔고, 머리가 약간 둥 뜬 듯한 통증과 현기증이 느껴지긴 했지만 그래도 좀 견딜만하게 상태가 조금 나아졌다. 그래서 119보다는 직접 병원에 가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심해서 옷을 챙겨 입고 근처 대학병원 이비인후과에 갔다. 멍한 느낌을 감내하며, 한참 기다려 드디어 의사를 만났고 의사는 진찰을 해본 뒤 이석증이 의심되는데 조금 더 정확한 검사를 하자고 했다. 이석증과 비슷한 증상의 다른 질병도 있다고 했다. 옆 방에 있는 검사실에서 보조 의사가 검사를 진행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선글라스 같은 안경을 끼고 똑바로 누웠다가, 오른쪽으로 몸을 기울여 누웠다가 일어나기, 다시 반대쪽으로 몸을 기울여 누웠다가 일어나기, 누웠다가 45도 각도로 일어나기(?) 등의 몇 가지 자세를 의사의 지시에 따라 실시했다. 어지럼증이 심한 쪽으로는 고개를 돌리기도, 몸을 일으키기도 힘들었다. 동작을 할 때 특수안경과 연결되어있는 모니터에서 눈의 움직임을 관찰해서 병의 진단을 하는데 참고하고 있었다. 


검사 후 의사는 전정기관 밖으로 나와 어지럼증을 일으킨 이석들을 전정기관 안으로 다시 돌아가게 만드는 치료(이석치환술)를 바로 진행했다. 방법은 이석증이 있는 귀의 반대쪽 방향으로 몸과 고개를 돌려서 적당한 각도로 누워있게 한 뒤 그대로 몸을 일으켜 어지럼증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어지럼증이 아직 있으면 다시 한번 같은 방법을 하면서 이석이 본래 장소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일주일 가량은 옆으로 누울 때 이석증이 없는 쪽으로만 누워있도록 했다. 이석이 다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인 것 같았다. 치료가 끝나자 다시 전문의를 만났고, 전문의는 어지러울 때 먹을 안정제 같은 약을 처방해주었다. 그리고 재발할 수 있다는 등의 설명을 했다. 증상이 재발하지 않는 한 다시 올 필요는 없다고 했다.


생각보다 간단하게 치료가 끝난 셈이었다. 나는 머리가 둥 뜬 느낌과 약간 내리누르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이만하면 다행이다 생각하며 집에 왔고, 병원에서 알려준 대로 누울 때는 한쪽 방향으로만 누워있으며 몸을 잘 쉬어주었다.


이석증은 대개 3개월 내에 재발한다고 해서 혹시 재발할까 봐 긴장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재발하지 않았고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다. 처음 경험했던 끔찍한 증상에 비하면 치료는 어렵지 않은 셈이었다. 

재발이 된다거나, 상습적인 어지럼증이 생기면 운전이나 자전거 타기 등은 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석증도 스트레스와 과로, 면역력 저하 등이 주요 원인인 것 같다. 사람이 살면서 경험하지 말아야 할 증상 중에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벌써 경험했지만.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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