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확진과 힘든 시간을 겪으며
지난 2주는 나에게 엄청나게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이제 겨우 정신이 들어 마음을 추스르고 몇 자 적어본다.
몸이 너무 괴로우니 글을 쓰는 것도, 책을 읽는 것도, 성공을 꿈꾸는 것도,
한 푼이라도 더 벌어보려는 것도 다 부질없게 느껴졌다.
내 몸이 힘들면 가족도 친구도 나 자신조차도 나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혹, 몸이 너무 힘들어서 마음이 무너지는 사람을 보면
그러지 마라고 할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함께 울어주는 것이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도.
나에게는 슈퍼 면역력이 있는 줄 알았다.
재채기를 하는 오빠와 같은 차 안에 있었을 때도 감염이 안 됐고,
남편과 함께 밥도 먹고 일상을 지냈어도 감염이 안되었기에.
예방접종 두 번 한 것의 효과이기도 할 거라고,
마스크 열심히 쓴 덕분이기도 하다고 생각하며
감염 안 되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다.
설령 걸려도 무증상 감염이나 약하게 감기처럼 지나갈 줄 알았다.
하지만 겪어보니,
나도 결코 예외가 아님을 실감하였다.
질병도, 고통도, 죽음도 예외란 없다는 것을.
큰 질병 없이 80, 90세까지 사시는 분들은 정말 운이 좋은 분들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남편은 주로 열과 기침, 목통증 때문에 고통스러워하였는데,
나를 감염시킨 바이러스는 내 위장계를 공격하였다.
열이 잘 안 떨어졌고, 특히 나를 가장 괴롭힌 것은 온몸을 쑤시는 통증과 속을 긁는 느낌,
그리고 멀미 증상이었다.
확진이 되고 고통을 겪게 되자 처음 드는 생각은 자책이었다.
욕심 안 부리고 이마트만 가지 않았어도,
이마트에서 집까지 추운 날 겁 없이 걸어가지만 않았어도 안 걸렸을 텐데…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사고 싶은 물건이 하나 있었고, 그 물건을 살 돈을 확보한답시고
이마트 상품권을 포인트로 바꾸러 갔다가 날이 좀 풀린 것 같아 20여분을 걸어서 집에 왔는데
그날 밤부터 온몸이 쑤시는 몸살이 오고 열이 안 떨어지고 몸이 너무 힘들어서
코로나 자가진단을 해보았고 양성이 나왔다.
일반 감기약으로 나아보려 했는데, 종합감기약은 열도 몸살도 잡지 못했다.
게다가 오심증상까지 올라오기 시작하자 몸을 어찌할 수 없어
가까운 의원에 가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아서 확진판정을 받았다.
병원에서 정식 확진이 되자 보건소에 신고가 되었고,
보건소에서 확진일부터 7일간 격리하라는 문자가 왔다.
어차피 몸이 너무 힘들어서 어디 나갈 수도 없었다.
병원에서 지은 약을 먹고 상태가 제법 호전되나 싶었는데
열과 몸살과 오심증상은 도무지 가라앉지 않고 밤에 잠을 자지 못하게 만들었다.
수시로 몸을 일으켜야 했기 때문이다.
입맛을 잃어버려 음식도 제대로 못 먹는 상태여서 더 호전이 안 되는 것 같았다.
수액주사가 간절했다.
나는 링게르, 링게르 하면서 고통스러워했고 남편은 딱히 도움이 안 됐다.
나는 수액주사를 맞을 수 있는 병원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근처 병원 여러 군데 전화를 해봤는데 격리자는 수액주사를 놔줄 수 없다고 했다.
네이버 맘카페가 생각나서 들어가서 검색해 보니 비슷한 형편인 사람들이 올려놓은 정보가 있었다.
119에 물어보면 친절하게 가르쳐준다기에 용기를 내서 119에 문의 전화를 했다.
119 상황실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은 급하면 대형병원 응급실로 이송하거나
아니면 가까운 병원의 연락처 목록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수액주사가 가능한지는 직접 전화해서 물어봐야 했다. 이미 해본 방법이었다.
가까운 옆도시의 신설병원에 수액주사를 맞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전화를 했더니 낮에 가면 맞을 수 있었다.
지난 목요일, 사랑하는 아들이 중학교 졸업식을 하는 날,
나는 수액주사를 맞으러 병원으로 갔다.
주사를 맞을 수 있는 병원이 몇 군데 없다 보니 환자들이 넘쳐서
한 시간 가까이 기다려서 겨우 의사를 만났고, 주사를 맞을 수 있었다.
주사실에는 자리가 없어서 텅 비어있는 내시경 회복실의 좁은 침대에 누워서 겨우 맞았다.
수액을 맞고 나서는 그래도 제법 몸살기운이 가셨다.
멀미약과 해열진통제 등 강력하게 처방해 준 약 덕분에 열도 하루 이틀 만에 거의 잡혔다.
그런데 오심증상은 쉽게 안 잡히고 나를 계속 괴롭혔다.
이 와중에 지난 토요일에는 새 집으로 이사를 갔다.
이사 가면 기뻐야 하는데, 기쁘기보다는 모든 게 번잡하고 피곤하고 귀찮았다.
그냥 누워서 쉬고 싶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힘들면서도 조금씩은 좋아지기 시작했고, 시간이 해결사가 되어주었다.
두 주가 지난 지금에서야 입맛이 돌아왔고, 몸을 움직여도 멀미가 안 나니 살 것 같았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질병이 코로나(오미크론)라는 것을 겪고서야 알았다.
오미크론을 겪으면서 깨달은 세 가지
- 내가 나 스스로 생각했던 것보다 무척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것. 질병이 온 것을 자기 탓을 해봐야 아무 소용없음을 알면서도 자책이 되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고, 이 또한 어리석다.ㅠ
- 몸이 무너지면 마음은 저절로 무너지게 된다는 것. 몸이 힘들면 마음 또한 온전하게 지켜내기가 힘들다는 것을, 코로나 우울감을 겪으면서 실감했다.
- 죽음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늘 도사리고 있다는 것. 죽음이 남의 얘기 같지만 몹시 아플 때는 그 죽음이 나를 넘어뜨릴 수도 있겠다는 것이 실감이 되었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어려움을 겪고 보니 도대체 어떻게 사는 것이 제대로 사는 것인가. 인생에 대해 의문이 생기고 성공과 물질에 대한 욕심들이 참 부질없게 느껴졌다. 인생이 허망하게 느껴졌다.
유튜브에서 몸맘을 위로하거나 격려하는 영상들을 많이 찾아 들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뭔가 해답을 찾고 힘을 내고 싶어서.
몸이 거의 정상으로 돌아오니 마음도 많이 회복되었다. 그래도 몸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질병의 위험들을 생각하면 건강을 지키기 위한 노력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깊이 생각하게 된다.
감사하며 기뻐하며 살아가는 것을 삶의 모토로 삼고 있으면서도 쉽게 흔들리는 나의 연약함을 실감하며
그래도 오늘 나의 회복에 기뻐할 수 있음을 감사하고 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