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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판 Feb 04. 2023

유료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 이용하기

아파트 입주 경험 나눔

전에 살던 아파트에서는 음식물쓰레기 처리 비용이 공용관리비에 포함돼 있었다. 음식물쓰레기를 수거함에 갖다 버리는 게 일이긴 했어도 으레 그렇게 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지냈다. 그런데 새 아파트에서는 약간 다른 방식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어 경험을 나눠본다.

(새 아파트에서는 뭔가 획기적인 음식물쓰레기처리 방식이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했는데 내 착각이었다.ㅠ)



아파트에 이사온 날, 음식물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카드를 지급받았다.  편의점에서 돈을 충전한 카드를 이용해서, 버리는 음식물쓰레기의 양만큼 비용을 지불하면 되었다. 이 방법이 번거롭게 느껴져서 며칠은 버리지 않았는데, 음식물 쓰레기 양이 늘자 어쩔 수 없이 버리러 가야 했다. 물론 그전에 편의점에서 현금 만원을 주고 카드에 돈을 충전했다.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는 통은 세 개가 나란히 놓여있었다. 카드투입구에 카드를 집어넣었다. 카드리더기처럼 꼭 맞게 넣지 않고 그냥 헐겁게 끼워넣으면 인식되었다.


 카드가 인식되면 음식물쓰레기 수거함의 뚜껑이 열렸다. 그리고 안내 멘트가 나왔다. 음식물을 다 집어넣으면  '닫힘' 버튼을 누르라고. 음식물쓰레기를 다 넣고 '닫힘' 버튼을 누르자 뚜껑이 닫히면서 무게를 쟀다. 카드투입구 화면에 무게와 비용이 연달아 뜨면서 여성 목소리가 몇 킬로그램인지, 비용은 얼마인지 말해주었다. 그리고 카드 금액이 비용만큼 줄어들었다. 낯설었지만 한 번 사용해 보니 나름 편리했다. 음식물 쓰레기 1킬로에 70원 정도 비용이 나왔다. 큰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자기 돈을 직접 지불하고 음식물쓰레기를 버린다면 배출되는 양이 줄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물쓰레기를 담아 온 지저분한 비닐봉지를 버리는 통은 옆에 따로 있었다.






얼마 전부터 의류건조기,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가 가정의 필수가전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음식물처리기가 주방의 필수품으로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만큼 주부들에게는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 것이 골칫거리이다. 음식을 먹는 것까지는 좋은데,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쓰레기와 배달시켜 먹다 남은 음식 등은 대부분 음식물쓰레기가 되어 버려진다.  이때문에 주부들은 매일 혹은 며칠에 한 번씩 음식물쓰레기를 담은 봉투를 들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음식물쓰레기수거함에 버리는 일을 감당해야 한다. 음식을 만들고 치우는 일을 도맡다시피 하는 주부들의 최종 일거리인 셈이다. 물론 주부 아닌 다른 사람들이 버리는 경우도 많이 있겠지만 주부가 있는 집의 경우 음식물쓰레기 버리는 일은 거의 주부 몫이다. 우리 집의 경우도 내가 전담하고 있다. 좋아서 전담하는 것은 아니고 딱히 대안이 없으니 내가 하는 것이다. 날이 더워지면 아무래도 자주 버려야 하는데 거의 매일 음식물쓰레기를 버려야 할 때는 약간의 우울감마저 들곤 했다.(이 냄새나는 일을 언제까지 해야 하나 하는 기분 때문에ㅠ)  


그래서 새 아파트로 이사 올 무렵, 입주민들 사이에 음식물처리기가 주요 관심사 중의 하나이며, 많은 입주민들이 구매를 하고 있고, 우리 집도 사야 할지 모르겠다고 남편이 말했을 때 몹시 기뻐서 눈물이 나올 뻔했다.(음식물쓰레기 때문에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갑자기 깨달아짐)

 뭘 사는 것을 몹시 꺼려하는 남편이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서 필요성을 절감한 것 같았다. 내가 자주 안 버리면 냄새나는 음식물 쓰레기가 여러 날 방치돼 있거나 여름에는 벌레가 날아다니는 꼴이 보기 싫어서겠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몹시 반가운 생각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조금만 고생하면 되는데, 비싼 전기제품 하나 더 늘리고 음식물 쓰레기 조금 말리겠다고 하루종일 기기를 돌릴 생각을 하니 그것도 참 번거로운 일이긴 했다. 그래서 얼른 사자고 남편을 조르지는 않았다.


검색해 보니 음식물처리기의 종류는 처리 방식에  따라 다양했다. 음식물쓰레기가 모아질 때까지 부패하지 않도록 보관만 하는 음식물쓰레기전용냉장고, 싱크대에서 음식물쓰레기를 잘게 갈아서 하수구로 바로 내려보내는 방식(이건 환경오염이 너무 심할 것 같음), 음식물쓰레기를 발효시켜서 거름으로 재활용하는 방식, 음식물쓰레기를 말려서 일반쓰레기로 버리는 방식 등. 이거다! 하고 딱 꽂히는 기기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가격도

천차만별이었다.(생각보다 고가 제품이 많았음) 냄새와 소음, 한번 처리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점 등은 제품을 고르기가 어렵게 했다.



음식물쓰레기를 갖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서 버리고 올라가는 과정이 번거롭기는 하지만 아직은 견딜만하다. 여름이 되면 음식물수거통에도 날벌레나 개미들이 돌아다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냄새도 나겠지. 그러면 아마도 음식물처리기를 사게 될 것이다. 먹을 때는 사랑받는 음식물들이 버려질 때는 천덕꾸러기가 되는 것도 참 아이러니다. 시골집에서 엄마는 어떻게 했더라? 생각해 보니, 웬만한 남은 음식물은 고양이 같은 동물들 차지가 되었고, 처치 곤란한 음식물건더기는 땅을 파고 묻었던 것 같다.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가전의 종류만 자꾸 늘어나고 있다. 그래도 음식물쓰레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주부들에게는 의류건조기 못지않게 유용한 아이템이 될 것이다. 어쩌면 나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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