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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판 Jan 30. 2023

무관심일까, 무심함일까?

주저리주저리 - 남편에 대하여

아침밥을 먹으면서 티브이에서 나오는 예능을 무심코 보고 있었다. 출연진들이 이야기를 마무리하면서 "나는 OO 인간이다"라는 정의를 스스로 내려보는 내용이 나왔다. 그들의 말을 들으면서 문득, 그럼 나는 '어떤 인간'으로 나 자신을 정의할 수 있나?라는 물음을 생각해 보다가 노트북 앞에 앉아 티브이를 보고 있는 남편에게 물었다. "자기는 무슨무슨 인간이야? 정의 내려봐!"라고. 그러자 잠깐 생각에 잠기던 남편은 "나는 시골에서 살고 싶은 인간이다." 하고 자신의 욕망을 담아 대답을 하는 것이었다. 시골이 그렇게 좋으냐, 그 후줄근한 집에, 하고 핀잔을 하며 나는 웃었다.


그다음에는 남편이 나에게 "당신은?" 하고 되물어야 어쩐지 자연스러울 것 같은데, 남편은 자기 이야기만 하고 거기서 끝이다. 나를 어떤 인간으로 규정할지 생각에 잠겨있던 나는 내가 어떤 인간인지 말할 대상을 찾지 못한 채 내 마음을 곱씹는 것으로 대화를 멈추고 말았다. 남편에게 "나한테도 물어봐봐." 하던가 " 음~ 나는…" 하고 내 생각을 이어서 말할 수도 있었지만 오늘은 왠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 대신 '남편은 나에게 무관심한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왔다.

그리고 남편이 나에게 했던 무심한 행동들을 머릿속에 떠올려보았다.


며칠 전에 눈이 펑펑 왔을 때, 눈 덮인 공원과 집 주변 산책을 나갔다.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서 풍경 사진을 찍으며 남편을 주인공으로 한 사진도 몇 장 찍어주었다. 그러면 남편이 내 폰을 달라고 하여 나를 주인공으로 한 사진도 한 두 장 찍어줄 법도 한데, 그러지 않았다. 나는 셀카를 찍었다. 종종 그랬다. 직장에 다닐 때도 내가 너무 늦게까지 집에 안 오면 무슨 일인지 궁금해서 전화를 할 법 한데 궁금해서 전화하는 일이 드물었다. 대중교통을 타고 어딘가 외출했을 때 좀 데리러 와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을 때도 힘들다고 데리러 와달라고 부탁을 해야 데리러 오지, 알아서 데리러 오는 법이 거의 없었다. 


내가 말을 해서 요구하면 들어주기는 하는데, 자발적으로 나를 챙겨서 하는 려의 행동은 드물었다. 이런 것까지 바라기엔 너무 긴 결혼생활을 한 것일까?

생각해 보면 그는 원래 그런 성향의 남자였다. 내가 편한 게 좋고 나 중심적인.


그의 행동은 무관심일까, 무심함일까?  인터넷 사전을 찾아보니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었다.


무관심: 관심이나 흥미가 없음

무심함: 아무런 생각이나 감정 따위가 없다. 남의 일에 걱정하거나 관심을 두지 않다.


나의 결론은? 

그는 무심하다. 굳이 이유를 대자면, 알아서 해주는 일은 별로 없지만 해달라고 하면 해주는 편이다. 내가 솔직하게 말하고 어떤 행동을 고쳐달라고 얘기하면 고치려고 노력은 한다. 자신이 정말 싫은 게 아니라면. 

남편이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내가 더 남편을 사랑하는 것일까? 문득 이런 생각들로 씁쓸함을 느끼는 아침이었다. 


여자와 남자가 아닌 아내와 남편의 관계? 뒤바뀐 관계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씁쓸한 기분을 계속 갖고 있기는 싫어서 나만의 해결법을 생각해 냈다. 그동안 남편이 있어서 다행이었던, 정말 좋았던 경험들을 기록하였다가 서운한 마음이 들 때 읽어보면서 위로를 받는 것이다. 이것만은 꼭 말해줘야겠다 싶은 것만 말하기로 했다. 글을 쓰다 보니 떠오른 나만의 해결법이다. 


역시 글을 쓰는 것은 마음을 정리하는데 무척 좋은 방법이다.^^


(참, "나는 감사와 기쁨을 누리는 인간이다." 이것이 남편에게 말하지 않은 나 자신에 대한 정의내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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