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여섯 시쯤 잠에서 깨어났을 때, 동남쪽 하늘에 초승달이 가늘고 아름답게 빛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주변 풍경도 나름 예뻤지요. 나는 기쁜 마음에 서랍 속에서 고이 잠자고 있는 쌍안경을 꺼내어 달을 관찰해 보기로 했습니다. 손에 들 때마다 선물해 준 큰오빠를 기억나게 하는 쌍안경으로 달을 들여다보았는데, 세상에!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달의 그늘진 부분, 동그라미가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아! 그렇지 초승달의 보이지 않는 부분에는 저렇게 둥근 덩어리가 숨겨져 있었지? 새삼 깨달음이 오면서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설레는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달과 약간 떨어진 허공에는 역시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던 별 하나가 은은하게 빛나고 있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어쩌면 샛별일지도 모르겠네요. 이 별도 예뻤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달을 보면서 기뻐하다가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보았는데, 스마트폰은 눈보다도 더 달의 찬란한 모습을 담아주지 못했습니다. 물론 전문적으로 촬영할 수 있는 사진가라면 가능했겠지만, 기계를 잘 못 다루는 저에게는 제대로 담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사람의 눈이 일부분 밖에 볼 수 없듯, 사람의 마음도 부분 밖에 볼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위에 주저리주저리 적어 넣은 '최고의 삶'을 생각하면서, 아침에 보았던 초승달을 떠올려봅니다. 눈으로 보면 빛나는 부분밖에 볼 수 없는 달. 세상을 바라볼 때 우리 마음은 이렇게 빛나는 부분만 바라보면서 부러워하고, 동경하고, 그 이면에 있는 진짜 삶의 덩어리를 잊곤 하지요.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이는 삶의 참모습들. ( 엉뚱하게도 티브이 유퀴즈온더블럭을 보다가 갑자기 깨달음이 왔어요^^)
내 삶의 모습들. 설령 우리 모습이 초승달처럼 빛나지 않아도, 달은 달이며, 눈에 보이지 않아도 별은 별이라는 것을 생각해 봅니다. 내 삶이 그만큼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