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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판 Jan 24. 2023

작은 기적- 설을 보내며

주저리주저리- 이것도 기적이라면

작은 기적


삼 년 만에 설 모임에 갔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들들, 며느리들, 딸, 사위

손녀, 손자, 증손녀, 증손자 등

스무 명이 모여서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돼지 잡기 게임을 했다.

화투 48장을 뒤집어 놓고 그중에

돼지 그림이 있는 카드를 뒤집는 사람이

상금을 차지하는 게임이었다.

상금은

모든 사람에게 만 원씩 걷었으니

어린 증손주들 빼고 열여덟 명

18만 원이었다.


나이 어린 순서대로 한 장씩 골라 뒤집었다.

중간에 누군가 뽑겠지. 그게 나였으면

하는 마음으로 다들 설렘을 갖고 

한 장씩 뒤집었는데

모두 한 바퀴 돌 때까지 

돼지는 나오지 않았다.


다들 신기해하며 

이제 나올 확률은 더 높아졌다고

더욱 큰 기대감을 갖고 뽑기를 하는데

이런!

다시 한 바퀴 돌 때까지도

돼지그림 카드가 

나오지 않았다


뽑기에 참여한 사람은

잠자는 증손자와 아들 하나를 제외하고

열여덟 명인데 

두 번 돌 때까지 나오지 않다니!


이제 카드는 열 두장

뽑을 확률은 더 커졌다

다들 흥분하여 한 명씩 뒤집는데

쉽게 나올 것 같던 카드는

마지막 두장을 남겨두고도 나오지 않았다


이럴수가!

돼지가 있는 카드는 

48번째에 나왔다

게다가

그 카드가 누구에게 갔느냐 하면

아무도 예상하지 않았고 

배려의 마음을 갖지 않았음에도

명절 음식준비에 가장 수고한 

며느리에게 갔다


이건 정말 거의 기적 같은 일

마지막까지 돼지그림 카드가 나오지 않은 것도

가장 고생한 며느리가 그 카드를 차지한 것도


모두들 감동을 받았다

하나님이 수고를 알아주신 것인가

그 착한 며느리는 얼떨결에 

보너스를 받았다

그 보너스로 

아이스크림과 치킨을 쏘았다


어쩌면 별 것 아닌 카드 뒤집기 게임이

일어나기 힘든 확률과 이벤트로

기쁨과 감동을 선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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