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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판 Feb 17. 2023

엄마가 만든 음식보다 배달음식을 더 좋아하는 아들

주저리주저리 글

오늘도 엄마표 밥보다는 배달음식 시켜주기를 원하는 아들을 보면서 자괴감에 빠진다.

도대체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되었을까. 왜 아들은 내가 요리하는 음식보다 배달음식을 더 좋아하게 되었을까. 난 왜 마땅한 음식을 못 만들어서 아들이 배달음식만 찾게 만들까?


가장 큰 원인은 내가 아들 입맛에 맞는 요리를 잘 못하는 것이겠지만, 굳이 이유를 좀 찾아보자면, 아니 핑계를 대자면 아래와 같다.


첫째, 어렸을 적부터 아들이 내 음식에 맞추어 식사를 하도록 훈련을 시켰어야 하는데 아들 입맛에 맞추어 음식을 만들기 위해 애썼다. 아들은 내가 엄마한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나한테 맞춰준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먹을거리에도 이용하게 되었다.


둘째, 직장에 다닐 때 하루종일 일하고 집에 오면, 녹초가 돼서 저녁식사 준비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나의 직장 피로감이 높이질수록 음식을 배달시켜 먹는 횟수가 점점 늘어났다. 나중에는 반찬을 시켜서 밥만 해서 먹는 일도 많았지만 그럴 경우에도 아들은 따로 한 끼 식사음식을 배달시켜 먹는 걸 더 선호했다.


셋째, 밥을 해 먹지 않더라도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이기 위해서 가급적 집 주변의 음식점을 찾아가서 사 먹곤 했다. 집 주변의 맛집 직원들이 우리 얼굴까지 익힐 정도로 몇몇 음식점을 애용하였다. 하지만 전염병 대유행으로 외식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지면서 음식을 배달시켜 먹는 횟수가 훨씬 늘어났다.


넷째, 배달음식 시켜 먹는데 불만을 별로 못 느끼는 가정 분위기. 내가 요리하기 힘들다 하면 대신 요리해 줄 사람이 없다. 때문에 내가 요리를 못하면 음식을 사 먹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었다.



이유를 쭉 적다 보니, 결국은 아들이 어렸을 적부터 습관을 잘못 들인 나에게 가장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이 깨달아져서 씁쓸한 마음이다. 훌쩍 자라 버린 아들은 엄마 음식에 맞춰서 아무거나 잘 먹으려는 의지가 별로 없으며 자신에게 물어보지 않고 식사 메뉴를 정하면 화를 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매 끼니마다 다음 끼니에는 무슨 음식을 먹을 건지가 주요 대화내용이라면 할 말 다한 셈이다. 아들의 음식취향을 너무 많이 받아준 내 탓이 가장 큰데, 이제 와서 고치기도 쉽지 않다. 아들의 불어나버린 체중은 덤으로 얻은 결과이다.  어쩌다 배달을 전혀 안 하는 날이 신기할 지경이다. 급식은 무척 고마운 식사가 되어버렸다. 그나마 반찬을 골고루 먹을 수 있으니.


갈수록 음식값, 배달료는 식겁할 정도로 오르고 있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라도 배달 횟수를 줄이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 되었다. 요즘은 아들이 좋아하는 배달 메뉴를 집에서 간단히 해 먹을 수 있는 반조리된 제품을 사서 요리해먹기도 한다. 직장에 다니니 어쩔 수 없다는 핑계도 이젠 통하지 않는다. 퇴직한 지 벌써 2년이 다 되었다. 내가 요리에 재미를 붙여 어떻게든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주면 조금 바뀔지도 모르는데, 나에게는 그런 재능도 열정도 부족하니 답이 없다. 이 상황을 어떻게 개선할지 고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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