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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판 Jul 06. 2023

고장 난 벽시계

고장 난 벽시계가 제 맘대로

가다 멈추다를 반복한 지 오래되었다

곧 버려야지 맘먹으면

초침이 살아 움직이고

시간을 맞춰놓으면 모르는 사이

다시 멈추어있다


한 번은 실제 시간과

비슷한 시간으로 움직이고 있어서

놀란 적도 있다

자신만의 기준대로 움직이는 시계가

신기하고 기이하다



동그란 나무틀에 둘러싸인 투박한 모양에다가

초침소리도 시끄럽다

새로 끼운 aa건전지가 닳아 멈출 때까지

제 삶을 살아가도록

그냥 두어야 할까?


시간을 알려주지 못하는 시계라니!

버리면 그만인 것을 

왜 난 오늘도 고장 난 벽시계를 

버리지 못하는 것일까?

오랜 시간 정든 탓일까?

내 마음을 닮아서일까?


영 찜찜하면  인사라도 하고 버리면 될 것을

그동안 고마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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