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판 Jun 29. 2023

별을 찾다


별이 보고 싶었다


이토록 맑은 밤에

별이 하나도 안 보였다

도시의 불빛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말이 안 된다 생각하였다


태곳적부터 존재하던 별빛이 보고 싶었다


서랍 깊숙이 잠자고 있던

쌍안경을 꺼내 들었

오랜 전 큰오빠가 선물한

낡은 쌍안경이었다


전등을 끄고

빛을 차단하고

창문을 열었다


동그란 원 안에 보이는 밤하늘은

더 가깝고 더 깊게 느껴졌다

잠시 하늘을 뒤졌다


눈이 검은 하늘에 익숙해지자

마침내 발견한 별 하나

보석보다 더 작게 빛나는 별

우주가 거기 있다고

나에게 손짓하는 별을

드디어 찾았다


둘,     셋,     넷,

별들이 빛나고 있었다

드문두문 보이는 별들 사이로

수많은 별이 있을 것이었다

쌍안경으로도 보이지 않는 무수한 별빛들이

그리웠다

오래전 어느 밤에 보았던 그 찬란한 별빛들이


쌍안경을 내렸다

하늘은 다시 어둠만을 보여주었다

마음의 눈으로 어둠을 바라보자

북두칠성, 북극성, 카시오페이아, 그리고 주변을 수놓은

별자리들이 보였다


문득

오래전 큰오빠와 함께 어두운 숲길에서 보았던

밤하늘이 떠올랐다

쌍안경이 소환한 그리움의 시간이었


매거진의 이전글 고장 난 벽시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