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점선면 Aug 10. 2023

수박향이 나는 소년

사랑을 배우다_Flipped

FLIPPED(EMBER)/ 플립_출처 Daum 영화

이李씨(이하 이): 2017년, 두 아이가 모두 나가서 숙박을 하고 오는 주말이 있는데, 마침 우연히 이 영화 개봉소식을 내가 알게 되었어.


알음알음 국내 영화팬들에게 알려져서 우리나라에서 적극적으로 재개봉을 요청했다는 사연을 들어서, 어떤 영화길래 그런가 궁금해서 남편에게 같이 보자고 했지.


그러니까 영화를 먼저 보고, 소설은 그 후에 읽었어.

영화가 원작을 잘 담고 있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아서, 소설을 읽으면서도 영화 장면이 새록새록 생각이 나서 좋더라고.


남편은 감상평이 별로였는데, 나는 풋풋한 소년소녀 감성이 예뻤어.


책 표지 밑단에 'New Bouns Material Inside(새 보너스 자료 수록)'이라는 글이 보이지? 저자가 책을 출판하고 나서 독자들에게 받은 메일과 감상평들, 영화를 먼저 본 사람들이 보낸 메일들, 영화화되기까지 일들이 같이 수록되었는데, 그걸 읽는 것도 무척 재미있었어.


점선면(이하 점): 소설을 중심으로 말해줘 봐, 어떤 점이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부분이었을까?


: 책의 내레이션이 교차로 진행되거든. 그러니까 두 명의 화자, 여주인공 줄리와 남주인공 브라이스가 교대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건데, 같은 사건을 두고서 각자 다른 감정을 느끼는 걸 독자입장에서 보게 되니까 이게 너무 재미있는 거야. 제목이 Flipped 잖아, 거꾸로 뒤집어 놓은 거 같이 두 사람 해석이 달라서.


동갑내기 줄리와 브라이스가 서로 티키타카 하면서 멀어지기도 가까워지기도, 때로는 엉뚱하게 때로는 어이없게 서툰 짓과 서툰 말을 하면서 오해도 하고. 그래도 줄리가 조금은 더 조숙했지. 적극적으로 사랑을 느끼고 표현하면서 다가서는 대도 브라이스는 아직도 어려서 그런지, 그런 마음을 잘 몰라.


아, 무엇보다도 줄리가 가진 매력과 깊은 내면을 제대로 이해할 만큼 성숙하지 않아서, 자기 옆의 보석을 못 알아보는 거야.


: 하지만, 두 사람은 결국 이어지나 본데, 영화포스터를 보면?


: 이게 영화와 소설이 다른 점인데, 영화에서는 두 사람이 줄리의 마당에다가 나무를 심으면서 서로를 잔잔히 바라보는 장면으로 끝이 나는데, 소설에서는 줄리는 집 안에서 창문으로 브라이스가 혼자 낑낑대면서 나무를 심는 장면을 쳐다보는 것으로 끝이나. 소설에서는 줄리가 브라이스를 완전히 수용했다는 느낌이 안나는 결말이야.


재미있는 건, 작가에게 보낸 독자글들에서 독자들이 둘을 연결시켜 달라고 애원을 하고 있더라고. 그래서 아마 영화에서는 훈훈한 결말로 마무리를 한 것 같아. 왜? 안 그러면 그런 결말을 기대한 많은 팬들을 실망시킬 거고, 영화는 사랑받기 힘들 테니까. 영화가 소설을 읽는 독자들의 판타지를 완성시켜 준 셈이랄까?


나도 별난 사람은 아니라서 둘이 서로 나무를 가운데 두고서 잔잔한 미소를 지으면서 서로를 응시하는 장면이 맘에 들더라고. 가슴에 따스한 기운을 품고 영화관을 나와서 좋았어. 해햇.


: 어때, 이 씨도 그 맘때 가슴 설레는 풋풋한 로맨스가 있나?


: 음..., 고등학교 배정을 받아, 제주시에 있는 여고로 진학하게 되었거든. 무슨 의미인지 지금도 언뜻 이해는 안 가지만, 중학교 선생님 중 한 분이 날 보고 '00는 남녀공학으로 가면 더 좋았겠는데.' 그러시는 거야. 그때는 제주시에 남녀공학 인문계고등학교가 딱 하나 있었거든. 글쎄, 남녀공학 고등학교로 갔으면 나도 근사한 로맨스 스토리 하나 정도 만들어 봤을까?


교회를 다닌 것도 아니고, 여중, 여고를 다니느라 내 청소년기에 남자라고는 그림자도 없네. 없이 살아서 그런가, 애초에 남자친구라는 존재가 없다 보니 없어서 아쉬울 것도 없었고.


그래서, 더 편안하게 영화를 감상했었던 걸 수도. 뭔가 떠오르는 개인사가 없다 보니, 둘이 알콩달콩한 게 재미있어서.


독자들의 편지가 참 재미있어. 주인공만 한 나이대의 독자들이 책으로 배운 게 많다고 썼더라고. 아름다움과 진정한 가치는 내면에 있다는 걸 배웠다고. 고맙다고. 이성교제와 자존감 문제에 치이는 청소년 독자들에게 위로가 되었나 봐.


관계에 얽힌, 자기감정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사춘기 시절은 때로 힘들기도 하지.


이 책은, 단순히 남주인공, 여주인공의 로맨스뿐 아니라, 가족들의 이야기와, 줄리가 사랑한 나무이야기가 곁들여지면서 조금 더 넓은 인생교훈도 배울 수 있어서, 청소년 독자들에게 추천할만해.


: 근데, 표지에 왜 병아리가 나와?


: 아, 두 사람 사이에 암탉과 달걀에 얽힌 에피소드가 있는데, 이게 정말 코믹하면서도 뼈를 때려.


그리고, 두 사람, 뽀송뽀송 너무 애기 같잖아. 소설이 시작될 때는 딱 병아리가 삐약거리는 느낌인데, 소설이 끝날 때쯤에는 솜털을 벗었다고 해야 할까? 솜털을 벗기 시작했다고 해야 할까?


궁금하면 직접 읽고 판단해보시기를. 훗.











매거진의 이전글 인간 관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