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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선면 Jul 20. 2023

인간 관찰

내레이션의 힘_ 책도둑(The Book Thief)

The Book Thief(Alfred A.Knopf)/ The Book Thief_출처 Daum 영화

(이전 편에 이어서)

점선면(이하 점): 이번 글에 소개해줄, 인간에 호기심을 가지고 인간을 관찰하는 존재가 저 책과 영화에 나오다는 것인가?

이李씨(이하 이): 누군가는 책을, 누군가는 영화를 더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책이 더 좋았어.

영화에서도 내레이션이 조금씩 나오기는 하지만, 책에서만큼 존재감이 풍기질 않아.


: 그 내레이션을 하는 존재가 누구이길래?

: 독특하게도 '죽음의 사자'야. 그러니 이 땅에서 자신의 본업에 충실하게 인간에게 정해진 죽음의 때에 찾아가 대면하는데, 그러기 위해서 이 시간과 공간 속에 머물며 인간들을 지켜보게 되는 거지.


: 아! 죽음의 사자가 인간을 찾아오기 전, 그들의 삶을 보고 있는 거구나. 어쩐지 으스스해진다.


죽음은 언제 어디서 올지 모르게 급작스러울 수도 있고,  예정된 마지막을 향해 천천히 조금씩 생기를 잃으며 진행되기도 하고... 하지만, 분명한 건 언젠가 누구나가 겪게 될 일이란 점인데. 시대배경이 평범하질 않네?


: 2차 세계대전의 후반부라고 해야 할까? 전쟁으로 이미 독일인의 삶도 피폐해져가고 있었고, 연합군과의 교전이 거세어지면서 죽음의 사신이 소설의 후반부에서 많은 영혼을 거두어 가느라 조금 바빴어.


전쟁통에 바빠진 사신이 보기에, 인간은 영광과 추함을 동시에 가진 미스터리 한 존재야.


탐욕과 미움, 차별이라는 추함이 드러나는 전쟁 속에서도 사랑, 헌신, 희생이라는 아름다움과 고상함을 꽃피우는 걸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지.


: 그렇군. 이 세상, 생명을 부여받은 존재 중에서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참 많이 다르네.


: 생명 있는 존재 중에 하나님 자녀로 지음 받아진 존재는 인간이 유일하기에,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다르다고 나는 믿네.


그렇지 않고서야, 다른 동물들과 다를 바 없는 부모의 생식으로 태어난 또 하나의 개체일 뿐, 그리고 손을 사용하고 불을 사용하는 지성이 조금 뛰어날 뿐, 존엄의 가치를 매길 근거가 없거든.


한 인격체마다의 존엄의 근거가 없다면, 평등의 개념도 성립될 수 없다고 생각해.


: 흠... 잠깐 이 씨. 화제를 돌리자. 그 얘기를 언젠가 별도로 다루기로 하고. 오늘 책과 영화로 돌아가자.


질문할게. 제목이 '책도둑'이야. 설명 좀 부탁해..


: 포스터 속 소녀, 여주인공 리젤은 전쟁통에 부모님과 헤어지고, 입양 가정으로 가던 길에 어린 남동생이 세상을 떠나지. 리젤이 처음 손에 넣은 책이 동생을 땅에 묻을 때, 실수로 인부들이 흘려 땅에 떨어진 'The Grave Digger's Handbook(시신 매장을 위한 지침서)'을 보게 돼. 이걸 몰래 집어 들어 옷 속에 감추고 자리를 떠나지, 이게 첫 책도둑질이었어.


포스터 장소 배경은 독일의 힘멜스트리트. 리젤과 있는 사람은 리젤의 양아빠 한스야. 두 사람뒤에 타오르는 불꽃은 마을 광장에서 책들, 이른바 불온서적이라 불리는 책들을 모아서 불태우는 장면인데, 리젤은 여기서도 불붙지 않은 책을 품에 넣어 훔쳐오지.


: 책을 좋아하는 리젤인데, 리젤이 읽을 만큼 시대적으로나 양부모님 환경적으로나 충분한 책이 있었을까?


: 리젤의 양어머니는 빨랫일을 하는 사람인데, 시장(市長) 집 일도 했기 때문에, 빨랫감을 나르느라 리젤이 그 집을 드나들게 돼. 시장의 부인은  전쟁통에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아들을 그리워하면서, 책을 좋아하는 리젤을 알아보고, 그 집 서재의 책들을 읽게 해 줘.


: 이 씨가 생각하는 내레이터의 죽음의 사신이 언급한 인간에게 영광스러운 면 GLORY이 책에서는 어떤 식으로 표현이 되는 거야?


: 첫째는 사랑. 리젤을 아빠인 한스가 리젤에게 베풀어 준 사랑. 리젤은 부모님과 헤어지고, 남동생이 사망하고, 낯선 곳에서 살아야 하는 어려움에 마음이 닫혀있었는데, 한스는 인내심을 가지고 따뜻한 사랑을 베풀어 주지. 글을 배우고 싶고, 책을 읽고 싶은 리젤의 마음을 알아채고는 글자를 천천히 배워갈 수 있도록 직접 가르쳐 주고.


둘째는 희생과 보답. 한스의 목숨을 구해줬던 전쟁동료의 아들 맥스가 한스의 집으로 찾아와. 그는 쫓기는 중이었어. 유태인이었거든. 자신들에게 위험이 닥칠 것이 불 보듯 뻔한 것이었어도 한스와 부인은, 일전에 자신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 아들이라 그를 품어주고, 몸이 상한 그를 극진히 돌보아 주지. 그러다가, 독일경찰이 점점 추적을 좁혀와서, 그들의 은닉이 발각되기 전, 맥스는 한스의 가족들을 위해서 다시 길을 떠나지.


셋째. 사랑 같은 우정, 우정 같은 사랑. 리젤에게 친구의 정과 사랑을 나누어 준 소년이 있어. 루디와 리젤은 서로를 진심으로 아꼈기에, 팍팍한 전쟁, 어른들의 근심 속에서도 파릇파릇한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어. 이념과 정치가 대중의 생각을 사로잡아서 집단적인 혐오와 광기가 넘실댈 때도, 부모가 사회주의자라는 낙인이 붙은 리젤에게 루디는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어.


넷째. 연민. 힘멜스트리트에 유대인 포로들의 행렬이 도착해. 살아있는 송장 같은 행색인데, 눈에 띄게 이들을 도와줄 수 없는 거야. 왜냐면 이적행위가 되기 때문에. 하지만, 종족과 이념을 떠나서 고통받는 사람들이기에 그들에 도움을 주는 용감한 행동을 리젤과 루디가 하지.


연합군의 공습에 지하실로 대피한 마을 사람들이 공포에 떠는 시간, 리젤은 그들의 공포를 덜어주기 위해서 자기가 읽었던 책의 내용을 들려줘.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위한을 얻고. 자기와 타인의 아픈 감정을 알아채고 돌보아 주려는 마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고, 연민과 더불어서 돕는 손길을 내미는 것은 용기라고도 할 수 있겠다.


: 그렇군. 죽음의 사자가 2차 세계대전 즈음 얼마나, 바빴을까? 리젤이 사는 마을에도 수시로 공습이 있었다니. 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다치지 않고 전쟁이 끝났으면 좋겠는데.


: 선함과 악함이 인간의 수명을 결정짓는 건 아니라서. 리젤은 공습이 있던 시간 지하실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써가고 있는 중이어서 살아남을 수 있었어. 그리고, 그 이후에 리젤은 '쓰는 사람'이 되었어.

한스가 열어준 활자의 세계, 맥스가 열어준 '글쓰기'의 세계에 매료되었고, 맥스의 당부 'WRITE'를 실천하지.


: 죽음의 사자가, 리젤의 영혼을 데리러 가기 위해 찾아갔을 때, 리젤은 사자를 감동시킬 만큼 잘 성장하고, 잘 살아낸 사람이 될 것 같네.


: 흠... 생각해 볼까요? 죽음의 사자가 찾아왔을 때, 그를 맞는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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