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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선면 Aug 14. 2023

전설이 된 별명

Marsh Girl(습지 소녀)_가재가 노래하는 곳

WHERE THE CRWADADS SING(G.P.PUTNAM'S SONS)/ 가재가 노래하는 곳_출처 Daum영화

이李씨(이하 이): 책을 읽다가 '작가가 어떤 사람이길래?'라는 질문이 터지는 경우가 있어. 너무 궁금해져서 소설을 읽다 말고 표지를 넘겨서 작가소개를 먼저 읽고, 책 뒤편에 '작가와의 인터뷰'까지 읽어버렸네.


점선면(이하 점): 특이한 이력을 발견했는지?


: 미국국적의 동물학 박사님이고, 20여 년이 넘는 긴 시간을 아프리카에서 동물들을 추적, 관찰하면서 살았더라고. 과학분야에서 높은 성과를 인정받는 글을 썼고, 이번은 작가의 첫 번째 소설인데, 출판할 때의 나이가 69세라는 점!


: 작가 인터뷰가 소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어?


: 작가는 이 소설은 법정 드라마이며, 사랑이야기이며,  미스터리라고 소개하면서, 본질적으로는 자립 self-reliance, 생존 survival, 고립이 인간행동에 미치는 영향 how isolation affects human behavior에 관한 것이라고 말해. 자신이 창조한 이야기라서 그런가, 소설을 읽고 난 후 이 요약이 얼마나 소설을 잘 설명하고 있는지, 또 놀랐지.


책은 습지에 사는 가족, 그중에서 카야 Kya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시작되는데, 페이지를 넘겨가다가 자연에 대한 묘사, 숲, 지, 하늘, 바다, 새들과 동물들에 대한 묘사를 만나면서, '작가님이 평범하지 않다'는 느낌이 왔어. 작가 이력을 알고 나니, 오랜 세월 광활한 자연과 동물들의 세계에서 관찰하고 연구한 이였기에 이런 글을 쓰는구나! 하고 감탄했고.


: 영화는 직접 봤나?

: 2022년 개봉작이더라고. 브런치스토리에 영화 본 얘기도 쓰고 싶어서 생애 처음, 내가 직접 OTT 플랫폼에서 구매해서 봤네. 하하.


일단, 주인공이 지내는 자연에 대한 묘사가 뛰어났기 때문에, 이것들이 영상으로 어떻게 담겼나 보고 싶은 마음이 컸고, 소설은 두 개의 시간트랙-Kya의 어린 시절부터 이야기(1952년 시작),  체이스 Chase의 사망사건(1969년)-으로 진행되는데, 이걸 어떻게 영화에서 전달하는지 궁금했거든.


: 자, 지금부터는 영화 감상평을?


: 소설을 읽지 않고 영화를 보는 경우라면, 조금 어설프고 납득하기 어려운 인과관계로 느낄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 왜냐면 소설에서 만큼 Kya의 심리가 제대로 전달되기가 어려우니까.


영화는 작가가 말했던 '고립이 인간행동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부분을 표현하는 힘이 소설보다 약하지.  영화에서는 몇 가지 장면으로만 Kya의 고립을 보여줄 수 있을 뿐이지만, 소설에서는 얼마나 처절하게 Kya가 고립감, 소외감, 유기된 기분, 외로움, 공포를 느끼는지 표현이 되거든. 정서를 담아내는 글의 힘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나 할까.


영화는 체이의 사망사건, 수사, 법정 대결이 큰 축이다 보니, 내가 생각했던 대자연의 묘사도 상대적으로 적게 느껴졌어. 물론 습지의 아름다운 모습이나 바다, 하늘이 담겨있기도 했지만, 동물학 박사님의 세심한 관찰로 적어나간 자연의 묘사가 온전히 구현하기를 기대한다면 이 또한 실망스러울 듯.


: 훗, 이 씨가 실망포인트만 말하고 있어. 영화를 비추할 거라면,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부탁해.


: 자립과 생존.


가정폭력의 피해자인 엄마가 먼저 집을 떠나고, 그 후로 학대받는 언니, 오빠들이 떠나가 아빠와 남겨진 카야.


그나마 아빠는 집을 비우기 일쑤였고, 어느 날부터인가는 나타나지도 않았지. 어린 카야는 온전히 자기 힘으로 늪지의 외딴집에서 살아가야 했어. 생필품을 사려면 돈이 필요한데, 어린 카야는 새벽녘 홍합을 파서, 점핑 Jumpin 아저씨의 가게에 가서 팔아 그것으로 먹을거리와 물건들을 구해서 혼자의 삶을 살아나가지.


정식 공교육은 단 하루. 습지 소녀 Marsh girl이라고 수군대는 아이들 앞에서 개 dog의 스펠링을 g, o, d라고 하는 바람에 아이들의 조롱과 비웃음을 당한 후, 더 이상 학교 근처에도 갈 수 없었어. 행운처럼 운명처럼 오빠 친구 테이트 Tate가 습지로 찾아오고, Tate에게 글을 배우고, 그가 빌려다 주는 책으로 공부를 하게 돼. 결국은 사랑했던 습지를 자기 소유로 만들고, 습지 생태전문가가 되고.


연결되고자 하는, 살고자 하는 본능.

고립된 삶 속에 한 줄기 빛처럼 찾아온 테이트. 어린 소녀였던 카야는 테이트를 만나면서 성장하고 있었고, 타인과 연결된다는 느낌을 맛볼 수 있었어.


십 대에 들어서면서 몸이 자라고, 테이트에게 성적인 끌림을 경험해. 아름다운 연인이 될 것 같던 두 사람인데. 테이트가 말도 없이 연락을 끊고, 더 이상 카야를 찾아오지 않자, 카야는 비통한 심정으로 고립과 외로움에 다시 빠져들어.


그때, 육감적인 매력으로 카야를 붙든 남자가 체이스였어. 하지만 체이스는 진짜 사랑보다는 무성한 소문 속에서 신비로운 존재인 습지소녀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컸기 때문에, 둘의 관계는 파국으로 끝나지. 그 끝에 체이스의 사망사건이 발생하고.


카야는 폭력적인 아버지가 어떻게 엄마를 자식들을 피폐하게 하는지 경험했어. 자기만 알고,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집요하게 폭력을 행사하며, 공포감에 떨게 하는 남자. 체이스에게서도 그런 모습을 봤지. 어린 날 집을 떠난 엄마를 이해하는 순간이었어. 누군들 언제까지나 공포에 쫓겨서 살고 싶지는 않잖아?


미지의 존재에 대한 배척과 편견.

범정에서 피고가 된 주인공 카야를 둘러싼 원고와 변호인의 공방이 흥미진진해. 미스터리적인 요소, 즉 누가 건장한 청년 체이스를 망루에서 밀어 떨어뜨렸나? 타살인가? 그렇다면 누구인가?  아니면 사고사인가?


어린 시절부터 마을사람들과 교류는 극히 제한적인 카야였기 때문에, 마을사람들은 카야를 두고 습지에서 혼자 사는 기이한 존재라고 수군거리고, 함부로 말하고, 폄하했지. 이 법정 공방으로, 마을사람들이 카야에게 가진 편견이 드러나고, 카야는 그들에게 배척당했던 과거기억과 함께 현재도 수용되지 못하는 존재라는 느낌을 받아.


물론, 카야를 지켜주려고 했던 소수의 존재들이 옆에 있었지만, 카야는 이 마을사람들과 동떨어진 존재라는 걸 느낄 수밖에 없었어. 깊은 은둔 속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호기심도 있지만, 비뚤어진 호기심은 어쩌다 마주치는 모습을 자기 식으로 해석하고, 루머를 덧 입혀서 과장된 이야기로 증폭되는 경우들이 있지.


왜냐면, 그들의 무리 속에 있지 않는 외부인에 대한 공격은 죄책감도 덜하고, 갈등으로 촉발된 확률도 낮으니까. 무리 밖의 고독한 존재를 공동으로 공격하기. 카야가 마을 사람에게 받았던 느낌이 그래.


그래서, 상처받지 않으려고 카야는 더 움츠릴 수밖에 없었고. 혼자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기에 누군가에게는 사랑과 수용을 받고 싶고. 그 기대가 좌절되자, 어린 날, 버려진 기억과 더불어 더 극악한 외로움에 상처로 남을 충동적인 선택. 체이스와 열애를 하고.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루머와 가십이 되어 다시 퍼져나가고.


법정의 공방은 카야가 겪어왔던 시간에 대한 축약된 증언장이었다고 생각해.


그래도 카야는 자기 삶을 살아낸 작은 영웅같은 존재야.학교는 단 하루를 다닌 게 전부지만, 외로움 속에서 그녀가 대자연의 품에서 관찰하고 배운 것들이, 그를 비범한 생태학자이자 작가, 시인으로 만들어 주었어.


영화에서는 카야가 시를 언급하는 장면이 한 번도 없는데, 소설에 등장하는 시들은 카야의 또 다른 목소리였어. 물론 그녀의 사후에야 밝혀지는 일이지만. 사실, 카야는 자신의 이름만 내걸지 않았을 뿐, 지역 신문에 정기적으로 시를 투고함으로써 사람들에게 말을 하고 있었던 거지.


: 체이스 사망사건의 범인을 찾는 게 영화의 기본 뼈대라고 했잖아? 그래서, 범인은 밝혀진 거야?


: 물론. 소설도 영화도 범인이 누구인지 말해주지. 하지만, 내가 여기서 그 얘기를 하고 싶지는 않네. 혹시라도 영화나 소설을 이 글을 이후에 접하실 분이 한 분이라고 계실까 하여.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78주라는 기록은 웬만한 필력으로는 이루기 힘든 일이었다는 점 얘기할게요.


영화포스터에 나오잖아요, '강력한 결말'이라고.


오늘의 글이 독자님들에게 '소설'을 읽어보고픈 마음을 불러일으켰기를 바라며, 스포일러가 튀어나올까봐 이만 서둘러 마쳐야겠습니다.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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