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 Gatsby(Penguin Books)/ 위대한 개츠비_출처 Daum영화
이李씨(이하 이): 소설도 영화도, Thumbs up!
원작에 대한 애정이 깊으면, 영화를 보다 실망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 영화는 책을 읽으며 상상했던 것 이상의 장면들이 나를 기쁘게 했네.
점선면(이하 점): 이 씨가 원작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나?
이: 소설의 스토리나 등장인물을 사랑하는 것은 아니고요, 작가 피츠제랄드 Fitzgerald의 필력에 대한 흠모라고나 할까? 아메리칸드림을 이렇게 그려내다니!
욕망과 좌절, 이상과 현실, 진실과 거짓, 명성과 고독, 부와 가난, 성실과 운, 사랑과 배신 이런 대립적인 가치와 감정들이 얼마나 절묘한지.
1920년 미국을 배경으로 그 시대상을 잘 보여주면서, 더불어 인간본성에 보편적으로 호소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오늘날 고전문학이 된 것이 아닌가 해.
솔직히, 처음 소설을 읽은 20대에는 무슨 허망한 첫사랑의 이야기냐 정도로만 생각을 했거든. 로버트 레드포드가 개츠비로 나오는 영화도 봤는데, 씁쓸하다는 감정이 지배적이었지. 수영장에서 총탄을 맞고 죽는 장면으로 끝나는 결말도 서글펐고.
작년 책모임에서 'The Great Gatsby'을 읽은 참에, 딸이 레오나르드 디카프리오의 멋진 얼굴을 같이 감상하자며 조르길래 적절한 타이밍이다 하면서 영화를 봤지. 과연, 두 번을 다른 매체로 봐서 그런가, 젊은 시절에 내가 놓쳤던 것들이 보이더라.
영화에서 좋았던 부분을 정리해 볼게.
먼저, 개츠비라는 인물을 관찰하고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내레이터 닉 Nick의 존재.
소설은 닉의 자기 이야기로 시작하거든. 그가 어떤 배경의 사람인지, 그래서 개츠비가 등장했을 때는 닉과 개츠비 사이의 간격과 차이가 자연스럽게 설정된 상태지. 개츠비라는 인물을 주의 깊게 살피고, 그 주변의 인물들과도 연결되면서 닉은 다면적으로 개츠비를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거야.
영화도 닉의 독백으로 시작되는 것은 같은데, 닉이 들은 아버지의 당부는 소설과 같지만, 캐츠비를 만나던 시점의 미국사회에 대해 영상과 독백으로 딱 정리되는 거야.
영화의 마지막 장면도 좋았어.
닉이 타이핑이 된 GATSBY 위 여팩에 손글씨로 GREAT라고 적어놓은데, '와, 둘 사이의 관계, 감정, 개츠비에 대한 닉의 인식을 한 방에 정리하는 명장면이다' 생각이 들더라고.
두 번째는, 영화의 오프닝과 엔딩장면에 등장하는 초록색 불빛.
소설에서는 닉이 개츠비를 처음 보게 되었을 때, 개츠비가 초록불빛을 향해 서서는 팔을 뻗고 있었다고 묘사되어 있어. 그런데 영화에서는 초록불빛이 수미상관의 장치였어. 얼마나 세심한 선택인가! 하고 감탄했어.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라고 생각했거든.
책을 읽지 않으면 그냥 스쳐갈 장면이지만, 소설을 제대로 읽고 영화를 보는 경우에는 3,4초 정도 되는 초록불빛의 존재감이 마치 거대한 파도 같다고나 할까? 엔딩장면에서도 닉이 개츠비를 회상하면서 불빛이 등장하지. 소설의 끝에서는 불빛은 사라져서 볼 수 없었지만.
점: 어떤 상징인지 설명 좀?
이: 초록불빛은 개츠비의 첫사랑 데이지가 사는 곳이었어. 데이지가 이미 결혼하고 아이도 있는 걸 아는데도, 개츠비는 데이지의 사랑을 믿고 있었기에, 그녀를 만나기 위해 바다 건너편에 대저택을 사고, 사람들을 초대하고, 파티를 열지.
닉이 뒤에서 보게 된 개츠비의 동작-초록불빛을 향해 손을 뻗는 모습-은 나아가 닿기를 열망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자체를 경배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뭔가 숭고함과 준엄함을 느끼게 했지. 데이지를 향한 순수한 열망으로만 해석할 것인지, 아니면 그 너머의 부와 명성을 향한 몸짓으로 볼 것인지는 보는 이 마다 다르겠지만.
점: 이 씨가 생각하는 소설의 주제는 뭐야? 닉이 개츠비 이름 앞에 GREAT라고 붙인 걸 인상 깊다고 얘기했잖아?
이: 첫째는 '개츠비가 욕망하던 것은 과연 무엇이고 그것은 어떤 가치가 있는가?
젊은 날 사랑에 빠지게 했던 데이지를 잊지 못해서, 이미 다른 남자의 부인이 되었음에도 데이지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헤어질 것을 종용하지.
데이지는 한때 개츠비의 엄청난 재력에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지. 하지만, 개츠비의 재력은, 가문으로 이어져온 부와 견줄 수 없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는 걸 알고는 남편에게서 벗어나는 걸 주저해.
데이지는 순수하고 지고한 사랑의 대상이 되기에는 무척이나 '현세적이고 현실적인' 좀 더 나쁘게 말하자면 속물적인 인간인데, 그런 대상에게 바친 개츠비의 사랑은 허탈하고, 허망하지.
그럼, 개츠비는 정말 데이지라는 한 여성을 그렇게 사랑했던 것인가? 아마, 그 역시도 '데이지'라는 이미지가 가진 고급스러움, 부, 귀족적인 사회계급에 대한 동경, 이런 것을 덧입혀 그만의 허상으로 삼았던 것은 아닌가 싶어.
두 번째는, 개츠비가 보여준 성공에 대한 몰두만은 진실했다는 점.
닉이 개츠비에게 ,
"너는 그 빌어먹을 인간들을 다 합친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인간이야."라고 외치는 장면이 있어. 닉은 개츠비에게서 다른 인물들에서 찾아보기 힘든 어떤 덕목을 느꼈기 때문에 그런 말을 했던 거였지.
소설에서는 개츠비가 죽고, 장례식 즈음, 개츠비의 아버지가 와서는 개츠비가 썼던 기록들을 보여주는데, 닉은 거기서 또 한 번 개츠비가 쏟아부은 강렬한 열정을 알게 돼. 개츠비와는 다르게 부모를 잘 만나서, 호의호식하면서 엄청난 재력을 가지고 고상한 상류층인 것처럼 구는 사람들을 보면, 닉도 반감을 가질 수밖에.
개츠비는 누군가의 화려함이나 명성에 기대려 하지 않았어. 닉은 개츠비를 바닷가 가난한 가정에서 웨스트 에그의 대저택까지 이끌고 온 열정에 대해 인정을 해 주었던 것이지.
다음은, 명성의 뒤 편에 남은 공허와 고독. 욕망의 덧없음.
개츠비의 죽음 뒤에 윌슨의 총기 자살 뉴스가 나오고, 이어 개츠비 죽음과 재산 형성에 대한 가십거리로 사람들에게 소비되지.
개츠비가 지켜주려고 했던 데이지는 끝내 애도의 전화한 통화 없었어. 개츠비의 대저택을 가득 채웠던 파티의 손님들 중에서 그의 장례식에 나타난 건 딱 한 사람. 그를 알았던 거물들도 개츠비와 거리를 두는 행태를 보면 닉은 다시 한번 개츠비의 인생이 안쓰럽지. 개츠비의 기대와 실망을 알았고, 열망과 노력을 기억해 주는 남은 자는 결국 닉 혼자였던 거야.
그래서인가, 영화에서는 개츠비 주변에 일어난 일들과 그 곁에 머물던 사람들의 이기심에 정나미가 떨어지다 못해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겪는 닉이 정신과의사에게 자기 얘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하지.
영화후반에서 닉이 개츠비에 대한 글을 쓰다가 쓰러져 있다가 일어나서는 맨 앞장 GATSBY라는 이름 위에 THE GREAT를 손글씨로 쓰는 거야. 그리고 초록불빛과 개츠비를 회상하면서 끝이 나.
점: 왜, 닉은 그렇게 했을까?
이: 데이지라는 경솔한 여자를 목표로 두었다는 것이 개츠비의 비극의 시작이었어. '데이지라는 경솔한 여자'를 다른 말로 바꿔볼까? '세상적인 부와 명성' 그래도 비극적인 건 마찬가지.
애당초 젊음과 인생을 제물로 바쳐 추구하기에는 둘 다 위험하고 불멸의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닌 거지.
그러니 어떤 독자에게는 그의 이름 앞에 'Great'라는 수식어는 'Foolish 어리석은'의 반어적인 표현으로 보일 수도.
하지만, 작가나 영화 속 인물 닉은 개츠비의 순수한 노력과 열정이 'Great'하다고 인정해 주고 싶던건 아닐까 생각해.
다른 등장인물들이 부나방처럼 눈에 보이는 쾌락, 돈, 감각을 추구하며 몰려다니고, 손바닥 뒤집듯이 태도를 바꾸었지만, 개츠비는 '하나의 불빛'을 집요하게 열망했고, 그 가까이 자기 힘으로 다가왔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