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회의 주제를 '경청'으로 잡고 글을 쓰다가, 나에게 '듣기' 기술의 신세계를 열어준 TET(Teacher Effectiveness Training_교사역할훈련)으로 글이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그러다가, 제 글이 부모들도 대상으로 한 것이기에 PET(Parents Effectiveness Training_부모역할훈련)을 언급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그때까지 내가 적은 글들은 결국 TET 혹은 PET의 변주에 지나지 않는다는 현실자각이 빡! 오더군요.제목을 바꿔달고 새로 써야했습니다.
토마슨 고든 박사(Thomas Gordon), 동일한 저자가 부모를 대상으로 PET를, 교사를 대상으로 TET라는 이론서를 썼습니다. 워크북을 활용해서 이론을 실제 생활에 적용하고, 효과를 성찰하도록 하는 훈련프로그램도 함께 구성하였습니다.
저는, 교직 초반에 학생들과 친밀한 관계(라포)를 만들어가는 방법을 배우려고 연수를 참 많이 들었습니다. 라포형성 교사에게는 중차대한 과제인데, '차가운 인간 혹은 따뜻한 로봇'이라는 별칭 붙은 INTJ형 인간이라, 교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부족한 사회적 기술을 학습할 수밖에요. 듣기, 말하기의 기술을 새로 배워야 했습니다. 여러 연수를 유랑하며 도움을 받는 중에, 2018년 만나게 된 교사역할훈련은 '왜 이제야 알게 되었나?'싶을 정도로 저를 매료시켰습니다.
연수 후에 책을 구입하고 읽고(네 번), 원서를 구해서 읽고(두 번), 교사역할훈련프로그램의 라이선스가 있는 회사에서 심화연수까지 자비를 들여 받았습니다. 저한테는 그럴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교사를 대상으로 한 저서와 훈련프로그램을 먼저 만나기는 했지만, 부모야말로 아이들이 만나는 최초의 교사이기에, 이 책을 공부하면서 더불어 PET를 공부한 셈이 됩니다.
다루고 있는 핵심적인 내용이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이 번 회차 이후에 쓰려던 내용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하하.
지적재산권의 문제가 있고, 원저의 내용이 심도가 있기 때문에 제가 간단한 요약정리를 할 수 없겠습니다.
개인적인 경험만 조금 나누겠습니다.
책은, 수용, 언어사용(듣기-말하기), 갈등 조정의 기술이라는 덩어리로 볼 수 있습니다. 전반적으로는 의사소통의 문제를 다룬다고 보면 좋겠습니다.
이 책의 내용대로 의사소통을 구조화해서 이해한 후, 실제 대화에서 사용하면서 얼마나 효과적인 도구인가, 새삼 놀랐습니다. 특히나 우리가 간과하는 '침묵'의 듣기가 얼마나 깊은 대화를 이끌어가는 지를 여러 차례 경험하면서, 저자의 깊은 통찰에 감탄했습니다.
그리고 기어변환(gear-shifting)이라는 기술은 갈등상황, 문제상황 아이들과 대립할 때, 나 자신의 감정을 돌볼 수 있었다는 점도 큰 만족이었습니다.
여러 차례 문제상황에 있는 아이들, 그리고 제 아이와의 대화에서, 책을 통해 배운 지식이 실생활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도움이 되는지를 체감했기 때문에 더 열렬한 신봉자가 될 수밖에요.
모든 도구는 손에 익는 시간이 필요하듯이 한번 책을 읽은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지식이 체화되는 경험이 필요한데, 학교 현장과 십 대의 제아이들이 지속적으로 저를 단련하는 기회를 주었지요.
꼭 교사로서 학생에게, 부모로서 자녀에게만이 아니라 가족 혹은 동료, 학부모, 기타 다른 대화상대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인간 의사소통의 기본 도구여서 참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내공이 쌓여간다는 느낌과 함께 대화에 대한 두려움이 작아져가고, 대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안정감이 높아졌습니다.
이렇게 비유해 볼까요?
여행을 가는데, 그 나라의 언어를 충분히 알고 있기에 여행이 두렵지 않은 기분이랄까요?
대신 그 언어를 익히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는 점, 말씀드립니다.
하지만, 그 보답으로 얻는 유익이 분명 있습니다.
도서시장에 학부모를 위한 안내서가 시대의 흐름을 따라 등장하고 사라지지만, PET는 세대를 뛰어넘어 살아남을 수 있는 고전이 아닌가 합니다. 왜냐면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욕구, 수용의 문제와 사회적 존재로서 매일 수행하는 의사소통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공격적인 마케팅이 부재한 탓인지, , 혹은 저만 뒤늦게 알아서 그런지, 좋은 책인데, 잘 알려지지는 않은 것 같아서, 무. 척. 아쉽습니다.
단 하나의 부모 지침서, 혹은 단 하나의 교사 지침서를 추천하라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PET, TET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