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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선면 Aug 08. 2023

열세 살의 결혼

소설이 되지 못한 이들의 비극은?

점선면(이하 점): 이것은 실제인가? 비유인가? 열세 살의 결혼이라니?


이李씨(이하 이): 실제 했기 때문에 소설이 되었겠지. 2000년, 책이 집필될 때, 당시의 인도 문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야.


현재의 문제를 차치하고, 이 소설의 시대 배경을 과거로 두고 읽자. 오늘날은 주인공과 같은 역경을 겪어야 하는 소녀들이 없기를 바라면서.


: 물론, 스스로 선택한 결혼은 아니었겠지?


: 주인공 콜리 Koly는  중매결혼으로 맺어진 혼처로 시집을 가게 돼. 열세 살에 가족을 떠나 결혼했다는 거 자체로는 크게 비극일 것도 없는 문화이니까. 정말 예상치 못한 비극은 그 이후에 연이어 콜리를 찾아오지.


알고 보니, 남편은 병약한 소년인데, 그의 부모는 콜리의 지참금을 가지고, 성스러운 갠지스강이 흐르는 도시 바라나시로 여행을 가는 게 목적이었어. 그곳에서 성스러운 강물의 기운으로 아들 하리 Hari가 나음을 입기를 기대했던 거지.


가족들의 열렬한 소망과는 다르게 신성한 강가에서 몸을 씻고도 Hari의 병세는 나아지지 않고, 결국 세상을 떠나. 콜리는 십 대에 과부가 되어버렸어.


: 남편이 없는 시댁살이라니, 콜리는 친정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거 아니었을까?


: 안타깝게도, 콜리는 그런 선택을 못하지. 친정의 부모님과 형제들이 너무 그리웠어도, 자기가 과부가 되어 돌아가는 건 친정식구들에게 불명예고 짐이 된다는 생각에 차마 그러지 못하지. 시댁에서 시어머니의 몸종과 하녀, 감정 쓰레기통 노릇까지 하면서 지내야 했어.


다행인 건, 시동생이 되는 찬드라 Chandra와 마음이 맞아서 자매처럼 따스한 정을 나누는데, 찬드라도 시집을 가면서 집을 떠나가. 시아버지는 콜리에게 글을 가르쳐주었는데, 시아버지도 세상을 떠나서 시어머니와 콜리 둘만 집에 남게 되지. 그러니, 과부가 된 두 여인만 집에 남으니 시어머니는 더 심하게 콜리를 구박하지.


: 이런, 콜리가 이런 역경의 터널을 빨리 빠져나와야 할 텐데.


: 아직, 진짜 고난은 시작되지 않았어. 시어머니가 어느 날 친척에게서 편지를 받고, 그 집으로 가서 아이를 돌봐주면서 살기로 하고, 둘이 같이 길을 떠나지.


기차를 타고 가는 중에 브란다반 Vrindavan이라는 곳에서 잠시 사원에서 기도시간을 가지거든. 시어머니가 다른 때보다 인자하게, 많은 돈을 주면서 끼니를 사 오라고 콜리에게 심부름을 보냈어. 자, 어떤 촉이 오는지?


: 야박하던 사람이 갑자기 친절을 베푼다? 뭔가 큰 거 한방을 숨겨놨군.


: 사원에 돌아온 콜리는 아무리 찾아봐도 시어머니를 찾을 수가 없었어. 의도적으로 콜리를 유기한거지. 과부들의 도시라는 별명이 붙은 그곳에. 하!


이제 갈 곳 없는 처지의 콜리는 어떻게 되는가?


아동소설이기 때문에, 콜리를 도와주는 선한 손길을 만나고, 결국에는 자립의 길로 들어서서 일과 사랑을 다 얻은 행복한 결말을 맞긴 해. 콜리는 남다르게 자수를 놓는 솜씨가 뛰어났거든. 인정받고 좋은 일자리를 제공받기까지 우여곡절이 있긴했지만.


그래서, 드는 생각이, 소설의 주인공이 되지 못한 평범한 소녀들은 어떻게 되는가? 였어.


콜리는 가난하지만 따뜻하고 성실한 좋은 남자를 만났고, 스스로 돈을 벌만큼의 기술력도 가지고 있었는데, 그조차 불가능한 이름 없는 소녀들은?


시대와 문화의 횡포가 너무 가혹한 거야.


콜리가 사원에서 본 수많은 과부들, 교육을 받을 기회도 없었고, 자신의 불운을 신에게 헌신하는 방법이나, 구걸에 의존해서, 과부의 의복을 입고 남은 평생을 사는것으로 감내해야 한다는 것은.


한 소녀가 인생의 시련을 겪으면서도 이렇게 잘 살아내었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이기에는 그 이면에 어둠이 너무 크게 보이는 거야.


미망인(未亡人)이라는 단어가 가진 의미가 -남편이 죽었으나 아직 망하지 않는 여자-라는 뜻이란 거 알고 있는지? 단어의 의미에 여성을 남성에게 종속된 존재로 본 다는 시각 때문에 사용을 금하자는 말도 있었지.


우리나라에서는 과거보다 남편을 사별한 여인에 대한 단죄적 시선이 약해졌지만, 2023년도의 인도는 어떠한지 잘 모르겠어.  


: 삶이란 애당초 공정하지도, 평등하지도 않은 거네. 시대, 국가, 문화, 자연, 가족과 혈연에 매여있는 존재라서, 선택하지 않는 삶에 내동댕이쳐진 것 같은 인생이 있어.


: 그걸 빨리 인정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어.


나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들, 나를 속박하는 것들에만 집중하다 보면, 세상을 점점 더 살기 어려운 곳이니까, 주위를 둘러보면 나를 주눅 들게 하고, 불편하게 하는 부당한 것들이 가득해 보이겠지.


적어도 이 소설의 콜리는 그 '부당함이 주는 정신적 괴롭힘-분노-'에 굴복하지는 않았어. 있는 곳에서 살아가려고 애썼지.


소설의 주인공이 되지는 못한, 시련 속에 있는 많은 소녀들이, 여성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체념적으로만 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콜리도 여성들의 자활을 돕는 기관과 사회유지를 만난 덕분에 제2의 인생 기회를 얻은 것처럼.


: 그런 의미에서, 우리말 번역서의 제목이 왠지 서글프다. 인도가 소녀와 여성들에게 좀 더 나이스한 곳이라면 좋겠어.(인도에 대한 편견이라 생각되면 알려주세요. 잘못된 생각이라면 정정하겠습니다.) 아니, 세상 모든 곳이 잘 살아가기 위해 애쓰는 선한 이들에게 나이스하면 좋겠다.


Homeless Bird(Harper Trophy)/인도의 딸(내 인생의 책)_출처 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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