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李씨(이하 이): 이 책과는 좀 사연이 있어. 아이들이 초등학생일 때 가정방문 학습지를 했거든. 그때 국어 학습자료로 이 소설의 일부분을 읽었어. 나중에 내가 궁금해서 책을 빌려 읽었지.
점선면(이하 점): 흠, 그러면 적어도 10년도 더 된 이야기네.
이: 아니, 그 후로 두 번을 더 읽었어. 한 번은 선생님들과 하는 책모임에서 내가 추천을 해서 원서로, 그다음에는 어머니가 돌아가시던 해, 그러니까 작년에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우리말로 읽었어.
점: 세 번을 읽은 책인 거 보니, 이 씨가 애정하는구나!
이: 음, 처음 두 번은 가슴이 먹먹해지는 아련한 슬픔이었다면, 세 번째는 어머니의 병환과 장례를 마친 시점이라 그런지 슬픔의 강도가 훨씬 강하더라고. 책을 읽다가 목 놓아 울어버렸네.
재미있는 건, 딸아이도 내가 대출해 온 그 책을 나중에 읽었는데, 흑흑거리면서 방으로 뛰어 들어온 거야.
'엄마, 너무 슬퍼.
메이 아줌마가 쓴 편지를 읽으니까 너무 슬퍼. 흑흑흑.'
딸은 침대에 몸을 던져 뒹굴며 울고, 나는 침대 발치에 있는 흔들의자에 앉아서
'그래, 너무 슬프지?'
하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거야. 그 마음을 알기에.
딸이 메이 아줌마의 편지에 눈물을 흘릴 줄 아는 감성을 가졌다는 게 나는 참 좋더라고.
점: 무슨 사연이길래, 두 모녀의 눈물샘을 자극했을까?
이: 핵심적인 사연이라면, 사랑이지. 사. 랑. L.O.V.E.
그리고 몇 가지를 덧붙인다면..... 상실, 그리움.
나이 많고 가난한 메이 May 아줌마와 오브 Ove 아저씨가, 부모를 잃고 친척집을 전전하며 주눅이 잔뜩 든 서머 Summer를 보고서는 두 번 생각할 것 없이 자신들의 보금자리로 데려와 같이 지내기 시작해.
셋이서 함께 지내온 세월 동안 서머는 그 부부에게 행복을 주고, 부부는 서머에게 사랑을 베풀었지.
소설은 서머의 내레이션인데, '메이 아줌마가 돌아가신 날, 오브 아저씨는...'으로 시작해.
소설의 시작이 벌써 어둠인 거야. 깊은 상실감에 빠진 서머와 오브의 이야기로 시작하기 때문에 무척이나 서글프고, 메이 아줌마를 기억하는 에피소드가 나올 때는 두 사람이 무척이나 안쓰러워.
점: 오브 아저씨는, 자기가 슬프긴 해도 어린 서머를 생각하면 힘을 냈을까?
이: 아니. 서머가 보기에 오브 아저씨가 완전히 생의 활력을 잃어버린 것 같아서 걱정이었지. 메이 아줌마가 세상을 떠난 것도 슬펐지만, 그렇게 오브도 삶을 저버리면, 다시 또 혼자 이 세상에 남겨질까 겁이 나고.
점: 이 두 사람만 그냥 두면 안 되겠다. 구세주가 있어야지.
이: 흣. 우리의 구세주님은 대단한 위엄과 권위의 휘황찬란한 후광을 입고 임한 신이 아니라, 조금은 이상야릇한 취미를 가진 전학생이었어.
클리퍼스라는 남학생인데, 서머를 좋아하게 되었나 봐. 아니, 좋아한다는 말로만으로는 조금 부족하고, 또래보다 훨씬 조숙하고, 사람을 잘 살피고 이해하는 아이여서 오브와 서머의 슬픔을 같이 하고, 위로해 주지.
그리고, 놀라운 소식을 전해주면서 두 사람에게 희망을 주거든. 그래서 세 사람은 메이의 영혼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다른 도시로 출발을 하는데.
점: 앗. 그 이상은 비공개로 하자. 이 씨가 요즘 너무 책을 자세히 알려주려는 듯해서. 이쯤에서 내가 멈출게.
이: 왓. 알았어. 어쨌거나, 그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세 사람은 조금 달라졌어.
아니 많이 달라졌다고 해야 하나?
일단은 서머가 아저씨의 품에 안겨서 그동안 감추었던 눈물을 쏟아내지.
슬프고도,
그립고도,
두렵고도,
외로워도,
걱정이 되어
감추었던 눈물을.
오브 아저씨가 온몸으로 우는 서머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 함께 있어주고, 클리퍼스는 잠잠히 두 사람이 시간을 보내주도록 기다려 줘.
클리퍼스는 자라면 훌륭한 심리상담가가 될 것 같아.
서머는 이토록 애잔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를 가졌으니, 훌륭한 작가가 되겠지. 바라건대.
점: 그럼, 이 씨 모녀를 울렸다는 메이 아줌마의 편지는 뭐야?
이: 소설의 말미에 나와. 세 사람이 여행을 끝내고 트레일러로 돌아와 한 바탕 울음으로 밤을 보내고, 다음 날 메이 아줌마를 기억하면서 바람개비를 날리는 일을 한 기록 다음에.
아줌마의 편지(내레이션)를 읽으면서, 아줌마의 목소리에 담긴 작가의 마음이 들려.
늙고 병들고 초라하고, 가난하여도 서머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싱그럽고, 건강하며, 굳건하며, 풍성한 메이 아줌마.
사랑은 나이와 건강, 빈부, 고하를 떠나서 사람을 사람답게 고상하게 만들어주는 감정이라는 걸 알게 돼.
얼마나 서머를 진실로 아꼈는지!
만남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감사했는지!
그 편지를 읽다 보면, 이런 마음을 가진 메이 아줌마의 사랑에 감격하여 눈물이 차오른단다.
누구나가 꿈꿔봤을 지극하고 극진한 사랑이라서, 생에 이런 사랑을 경험한 서머는 행복한 아이였구나, 한편 이런 사랑의 온기와 빛이 사라졌으니 서머가 느끼는 상실감을 어찌하나. 하지만 이 사랑에 대한 믿음이 서머에게
힘이 되어주겠지.
그래서 눈물이 났어.
점: 이 씨에게 메이 아줌마와 같은 사랑을 베풀어 준 이가 있었어?
이: 모양만 달랐을 뿐, 그리고 그렇게 아름다운 말로 적어놓지만 않았을 뿐, 나의 부모님, 나의 조부모님의 사랑이 그러하지 않았을까.
나의 기대치에 못했기에 결핍을 느낀 순간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어도, 그분들 나름의 최선이었다는 생각이 들어.
그리고, 나를 늘 눈물짓게 하는 지극한 사랑의 행위로, 구원해 주신 분이 계셔.
거대한 사랑이 오자, 늘 모자란다고만 생각하던 내 사랑의 탱크가 채워졌지.
사랑하기에 죽음의 고통, 치욕의 고통도 견디어, 그 생명을 나를 위해 내어 주신 분.
위대한 사랑이 나를 살게 하셨어.
점: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는 사랑이라 말했지. 이 씨도 그 그렇게 생각하나?
이: 사랑이자, 사명이라고 해야 할까.
오브아저씨에게 서머를 아끼고 사랑하며 잘 성장시키는 것이 살아갈 이유가 되었던 것처럼.
우리는 사랑할 대상이 있을 때 더 강해지고, 고상해지는 것 같아.
진실하고 깊은 사랑, 그건 고여있지 않고 분명 흘러 전해질 거야.
MISSING MAY(SCHOLATIC)/그리운 메이 아줌마(사계절)_출처 yes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