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李씨(이하 이): 한 소년의 이야기인데, 소설의 마지막까지 자기에게서 나쁜 냄새가 난다고 생각해.
점선면(이하 점): 어쩌다가?
이: 조엘 Joel은 어느 여름날 친구 토니Tony와 자전거 산책을 떠났다가, 여느 날과 다를 바가 없던 하루가 갑자기 악몽으로 변하는 경험을 하게 돼. 그 악몽의 잔재의 셈이야.
점: 갑작스러운 사고인가?
이: 결과적으로 보면 사고인 것은 맞지만, 조엘의 마음속에는 토니와 동행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거든. 그래서, 아버지에게, 아버지가 승낙해주지 않기를 바라면서 자전거 여행을 가도 되는지 물어봤었어.
길을 나서면서도 승낙을 해 준 아버지에게 감사가 아니라, 원망의 마음도 있었고.
점: 승낙해주지 않기를 바라면서, 왜 승낙을 부탁한 거지?
이: 조엘은 토니의 충동적이고 조심성이 없는 모습이 부담스러웠던거야.
토니는 어른들이 알게 되면 위험한 곳이라서 걱정하고 승낙해주지 않을 '아사의 절벽'을 오르고 싶어 했거든.
그곳은 집에서 10Km 정도 떨어진 주립공원에 있는 곳이었고, 물론 그 절벽을 오르지 않을 거라고 둘은 조엘의 아버지에게 얘기를 하지. 하지만 조엘은 토니가 그걸 원하고, 자기에게 하도록 요청할 것이고, 그 요청을 거절하면 자기를 겁쟁이라고 놀릴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그래서, 이번만큼은 아빠가 자신들을 의심하고 승낙해주지 않기를 바랐던 건데, 아빠는 이제 보호자 없이도 갈 나이가 되었다면서 둘을 보내주지, 물론 공원 말고 다른 곳에는 절대 가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점: 그럼 조엘을 악몽에 몰아넣은 사건이 그 여정 중에 일어난 거구나.
이: 그래, 토니는 충동적이고 기분파인 친구라 자전거로 주립공원을 향하던 중에 마음을 바꿔. 도로 아래로 흐르는 버밀리온 강을 보고는 갑자기 강에서 수영을 하자고 제안하지.
점: 아, 수영.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들어.
이: 조엘도 마찬가지였어. 그 강은 수심도 깊고, 물살도 세고, 물이 깨끗하지도 않은 탁류라서 물속에 들어가면 앞을 보기도 힘든 강이었어.
점: 아, 어쩌다가 그 강으로 들어간 거야? 그렇게 수영하기도 좋지 않은 강인데?
이: 처음에는 토니의 충동이었지만, 둘은 어느새 자존심 대결을 하기 시작해. 누가 겁쟁이인가? 누가 용감한가? 누가 목표점까지 먼저 갈 수 있는가? 하며 서로를 약 올리고, 격분시키고, 무모한 내기를 하게 했지.
점: 결국 그 둘 중에서 조엘만 살아 돌아오는구나.
이: 강물로 들어가기 전 조엘의 마음, 그리고 물속에서 수영을 하다가 토니를 잃고 나서의 조엘, 그 후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조엘의 심리적 서사가 뛰어나게 그려져. 읽다 보면 내 심장이 조엘의 심장처럼 쥐어 비틀어지는 기분이 들어. 12살 소년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충격이 크니까.
점: 어떻게 조엘은 그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까? 집으로 돌아온 조엘은 괜찮았어?
이: 괜찮을 수가 있겠어? 너무나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을 받으면, 우리가 상.식.적.으로 해야 할, 할 것 같은, 하던 자연스러운 행동들이 멈춰지고, 타인이 보기에는 엉뚱하고 이해 못 할 반응과 행동이 나오기도 하는데, 딱 조엘이 그렇게 했지.
토니의 부모님에게 토니의 죽음이 전해지고, 마침 이 장면에 있던 조엘의 아빠는 결국 조엘에게서 '아빠가 미워요. 모두 다 아빠 잘못이에요. 절대 우리를 못 가게 했어야죠!'라는 비난의 주먹질을 받게 돼.
점: 그런 비난을 받은 조엘의 아빠는 마음이 어땠을까? 이웃의 아이는 익사했고, 자신의 아이는 살아 돌아와서 자신에게 그런 말을 쏟아붓다니.
이: 조엘은 아빠를 비난하긴 했지만, 자신의 죄책감으로 미칠 듯이 괴로웠어.
버밀리온 강의 탁류가 자신에게 끈덕지게 달라붙어 있어서 씻어도 씻어도 그 강의 썩은 냄새가 자신을 따라오는 것처럼 느끼거든.
점: 그래서, 이 씨가 제목을 그렇게 달았구나 '나만 맡는 악취-죄책감'이라고.
이: 시간이 지나면서 악취는 점차 옅어져 가고, 잊힐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사건이 남긴 상처의 흔적이 아주 없었던 것처럼 되지는 않겠지.
그 사건을 겪기 전의 조엘과, 그 후의 조엘. 버밀리온 강가에서의 몇 시간이 이후 조엘의 삶에 드리웠을 그늘을 생각하면 너무나 안쓰러워.
하지만, 조엘의 아빠는 아들을 무척 사랑했고, 아들이 짓이겨진 마음으로 고통스러워한다는 것을 알았어. 조엘을 안아주자, 드디어 조엘이 짐승처럼 울부짖으면 눈물을 쏟아놓지.
그렇게 조엘을 안아줄 수 있는 아빠가 있다는 게 다행이야.
점: 그럼, 이 씨가 조엘의 아빠라면, 조엘에게 어떤 말을 해 주고 싶어?
이: 아마, 이렇게....?
조엘. 이것 한 가지 기억하자.
모든 것이 너 혼자만의 책임은 아니라는 사실을.
네가 말했듯이 너희들이 가도록 한 것은 나의 선택이었고, 중간에 마음이 변해 강물로 내려간 것은 토니의 선택이었고, 그런 토니를 따라 간 너의 선택, 시합을 하자는 너의 말에 응한 토니의 선택, 이 작은 선택들이 쌓여있다는 걸.
벌어지지 않았더라면 좋을 일들이지만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일들이 있단다. 우리 앞으로도 어려운 기억으로 그날을 마음에 담고 살아야 하겠지만, 지금 우리 앞에 놓은 시간을 어떻게 살 것인지도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걸 잊지 말자.
나는 너에게 미안하다고 용서를 구하기로 선택했고, 그때 너희들을 막지 못했던 나의 우유부단함을 용서하려 한다. 그리고, 조엘, 너도 스스로를 용서하기로 선택하기를 바란단다. 그리하여 살아있는 너의 시간을 소중하게 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