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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선면 Aug 11. 2023

주인을 위해 목숨바친 개

1961년 출판 미국아동소설

점선면(이하 점): 생명력이 긴 스테디셀러가 된 데는 이유가 있겠지?


이李씨(이하 이): 읽으면서 느낀 건데, 미국의 정신문화가 이런 건가? 지금 이 시대에도 소중하게 여겨지는 가치가 담긴 이야기라서 세월을 견디고 살아남아서, 이 먼 이국땅에, 이렇게나 시간이 흐른 뒤에 내 손에까지 들려지게 되었겠다 싶었지.


: 이 씨가 생각한 미국의 정신문화라.... 키워드로 소개부탁해.


: 첫째, 스스로 돕기(자조).


시대 배경이 과거인지라, 살림살이나 생활형태가 현재와 다르다는 걸 전제로 하고 이해하길. 장소 배경이 산맥의 일부인 시골이라 주변은 광활한 숲이고, 겨울이면 마을 사람들은 사냥을 하지.


주인공 어린 소년 빌리 Billy가 너구리 사냥을 위해 사냥개를 간절히 원했어. 어느 날 사냥개 광고를 보고서, 빌리는 어른들의 힘이 아닌 자기의 힘으로 자신만의 사냥개를 얻기로 결심해.


 그 후 2년 동안 집안일, 마을일을 가리지 않고 한 푼 두 푼 모아서 돈을 마련하지. 그토록 갈망하던 개를 만나는 날, 예상과 다르게 마을과는 엄청나게 먼 곳으로 개가 배달되었다는 소식을 들어. 빌리는 또 그 길을 걸어서 가고, 어린 개들을 품에 품고 다시 돌아오지.


미국에서 16살 생일을 기념해서 부모가 자녀들에게 차(car)를 선물해 주는 서프라이즈 축하 영상을 본 적이 있었는데, 격세지감이랄까, 아마 미국의 부모들도 자녀들이 이런 이야기를 읽으면서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땀 흘리는 정신을 배우기를 원하는 게 아닌가 싶어. 하하.


모험.

미국의 대표 정신이 뭔가, 개척자 frontier(프런티어)/ pioneer(파이오니어) 정신 아닌가. 종교의 자유를 찾아 대양을 건너 낯선 땅으로 들어온 그들의 조상님들로부터 내려져오는 개척정신으로 초기 미국역사가 빚어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지.


 특히나 서부 개척시대, 선이나 악을 판단하는 것은 차치하고, 그들은 열심히 미국 대륙을 휘젓고 다녔으니까. 어렸을 때 TV에서 흑백 드라마로 '초원의 '이라는 미국개척시대 드라마를 보면서, 왜 저 가족을 저렇게 마차를 타고 다니면서 자꾸 이사를 다니나 궁금했던 게 생각이 나.


빌리의 가족이 마차 타고 이동하면서 산 것은 아니지만, 소설의 이야기가 빌리와 사냥개들의 너구리 사냥에 많은 부분이 할애되면서 이 어린 생명들이 얼마나 사냥에 진심인지 나오거든. 어둠을 가리지 않고, 눈과 바람을 가지리지 않고, 얼마나 너구리들을 맹렬히 쫒는지!


단지 사냥의 즐거움을 위한 것은 아니었고 빌리는 그렇게 포획한 너구리의 가죽으로 가족들에게 꽤 쏠쏠한 수입을 가져다주기도 했어.


우정과 관용.

너구리 사냥에 진심인 빌리였지만 '유령 너구리'라 불리는, 그러니까 사냥의 표적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교묘한 기술로 매번 뒤쫓는 이들을 미궁에 빠뜨리는 현란한 도망기술을 가진 너구리가 있었어.


빌리도 무척이나 이 너구리를 잡고 싶었겠지. 얼마나 대단한 트로피가 되겠어. 사랑하는 두 마리 사냥개와 더불어 마을 최고의 너구리 사냥팀이 될 수 있는 기회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빌리는 이 너구리를 마지막 단계에서 풀어놓아 주거든. 최고의 적수에게 은혜를 베풂으로서 경의를 표하는 자세라고나 할까.


어린 주인 빌리에게 충성을 다하는 두 마리 개, 올드 댄과 리틀 앤은 견주들의 로망이 아닐까. 팀플레이의 정석을 보여주는 두 마리 개와, 지휘관 빌리. 이들은 깊은 사랑과 유대로 묶여 있어. 빌리가 산 사자 lion의 공격을 받을 때, 올드 댄은 목숨을 아끼지 않고 주인을 위해서 싸우지. 개를 반려동물을 키우는 모든 이들이 이 대목에서 눈물을 훔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짝꿍을 잃은 리틀 앤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자기 짝의 뒤를 따라가. 빌리에게는 너무나 서글픈 이별이 연이어 일어난 거야.


소년은 사랑, 헌신, 유대, 충성의 모든 숭고한 감정을 이 두 마리 개와 함께 하는 동안 체험하며 배웠어. 아이들 교육을 위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고자 하는 부모님도 빌리의 마음을 알기에 강제할 수 없었는데 개들과 이별 끝에 부모님의 생각을 따르게 되지. 이제 빌리의 소년기의 한 막이 끝나는 거였어.


: 올드 댄과 리틀 앤은 정말 온전히 빌리의 개들이었구나.


: 개들이 가족들과 함께 지내더라고, 주보호자는 누구인지 분명히 정해져야 관계와 질서가 바로 선다는 걸 본 적 있어. 그런 의미에서 빌리는 어렸지만 두 마리 개에게 사랑과 책임을 다한 훌륭한 주인이었지. 처음 시작부터가 그렇잖아. 만남을 위해서 용돈을 모으고 모으고, 꿈에도 그리던 강아지들을 품었을 때, 얼마나 행복했을까.


돈으로,  마음만 먹으면, 빌리가 기대하고, 노동하던 모든 시간들이 생략된 채, 품에 강아지를 안는 이들은 필시 빌리의 설렘과 행복에 미치지 못할 거야.


: 혹시 견종에 대해서 궁금한 이들을 위해서 빌리의 강아지들을 조금 소개한다면?


: 쿤하운드 coonhound, 자세히 말하자면 Red bone coonhound로 밤에 너구리 사냥을 하는 특징적인 습성이 있는 개야. 빌리는 처음부터 너구리 사냥을 위한 coonhound를 원했던 거지. 반질반질 붉은빛이 나는 짧은 털에 길고 축 늘어진 귀를 가지고 있지만, 근육질이고 민첩하고 몸이 큰 동물들과의 싸움도 두려워하지 않는, 딱 소설에 등장하는 올드 댄과 리틀 앤의 모습이야.


이미지는 아래 책 표지를 참고하세요. ^^


미국아동청소년 소설 고전이라고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번역본이 절판이라는 점, 밝힙니다.

과거 다른 나라 소년들의 삶에까지 관심 가지기에는 우리 문화가 너무 풍성해진 덕분일까요? 흠!


Where the Red Fern Grows(Turtleback Books)/나의 올드 댄, 나의 리틀 앤_출처 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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