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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선면 Dec 06. 2023

탈체된 뇌의 지배

이李씨(이하 이): ChatGPT가 모바일에서 보이스 버전을 무료로 오픈했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금요일 시도해 봤지.

예전에 사용했던 영어회화 앱에서도 AI와 대화하기 기능이 있긴 했는데, 이번 GhatGPT는 한국어와 영어를 혼용해서 이해하고, 발화하는 강점을 가지고 있더라.


영어 학습자로서는 영어와 한글을 다 이해하고 사용하는 원어민 개인교사 한 명을 두는 것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으니, 앞으로 영어회화 이나, 학원가에서는 적지 않는 타격이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


인공지능과 대화를 나누다가 급기야 서로 사랑에 빠진다는 줄거리의 영화'Her'. 무선이어폰 정도  크기의 동시통역 기기. 이런 상상이 곧 현실에서 일어날 수도.


점선면(이하 점):  제목에 '탈체된 뇌'라고 하고  인공지능 얘기를 하는건데?


: 1962년에 출판된 청소년 공상과학 소설이 있는데, 그 시절에 벌써 인간의 몸과 분리된 '뇌'만이 존재하고 작동하는 기술문명, 그리고 그게 사회를 지배한다는 설정이 들어 있거든. 어때? 굉장한 상상력이지?


11월에 학생들과 '더 마블즈 The Marvels'영화를 봤는데, 거기서 캡틴 마블이 행성을 다스리던 AI를 파괴하는 장면이 있어. 그때부터 이 소설 리뷰를 써야지 생각했어.


60여 년의 시간을 앞서 이런 사회를 상상한 작가에게 존경을 표하고, 더불어, 시공간을 초월한다는 의미 즉, 시간과 공간을 접어서 그 간격을 줄인 채 통과한다는 설정(테서랙트 tesseract)은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었는지, 나 같은 과학 문외한은 그저 놀라울 뿐.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선과 악의 대결. 빛과 어둠의 싸움은 여전해.


우리들의 용감한 주인공들은 우주 시공간을 넘나들며, 악과 싸우고, 가족들을 구해내는 영웅들이야.


대한민국에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있는 것처럼, 미국에는 이 전통적인 소년소녀영웅들이 세대를 초월해서 사랑받아오고 있는 것 같아.


일전에 리뷰를 쓴 ' 어느 날 미란다에게 생긴 일 When you reach me'에서는 주인공이 이 영웅담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백번 넘게 읽었다는 설정이 나오거든. 미국소년소녀들에게는 고전 중의 고전인 듯.


: 초판발행 이후 지금까지도 책이 나오고 있다는 거야?

: 음. 리뷰를 쓰기 전 자료검색을 해보니, 지금도 영미권에서는 출판되고 있고, 영화로는 2003년, 2018년에 만들어졌다는데, 영화평은 그다지 좋지 않네.

신화, 종교적인 요소들도 있고, 공상과학 이야기고 우리나라 어린이 청소년들이 번역서로 얼마나 접했을지는 모르겠어.


영어를 우리말로 바꿀 때 미묘한 재미가 반감되는 손해도 아쉽고.


주인공 Meg의 조력자로 우주시간이동이 가능한 신비한 존재인 세 여성이 있거든.

영어로는 Mrs.Whatsit, Mrs.Who, Mrs.Which 부인인데, 우리말로 어떻게 옮겼을까?

이건 뭐 부인, 누구 부인, 어느 것 부인. 이렇게 했을지.

아니면 왓츠잇 부인, 후 부인, 위치 부인 이렇게 했을지.  

어느 것이 되었든, 원문 소리 느낌과는 거리가 멀어.


: 흠, 이 씨가 소설의 오늘 세부사항에 너무 몰두하는 것 같네.

마지막으로 가장 인상적인 거 하나만 말하자면?


: 인류의 소망과 염원. '악의 힘을 이기는 것은 바로 사랑이다'라는 점.


행방불명된 아빠를 찾기 위해 일부러 주인공 소녀 멕Meg은 남동생 찰스 월리스 Charles Wallace가 카마조츠 Camazotz 행성을 다스리는 거대한 뇌  'IT'의 지배를 받아 그것과 대화를 나누도록 해. 이 과정에서 찰스는 일종의 최면상태에 빠지는데, 멕이 찰스를 최면상태(IT, 악)에서 빠져나오게 하는 방법은 바로, 온전한 사랑의 힘을 한 데로 집중해서 모으는 것이었답니다! 


태고적의 신화가 되었던, 미래사회가 되었든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한 정신적 무기는 바로 사랑이었고. 사랑일 거라는 바람을 가지며 오늘 이만 마칠게.


오늘 소개한 책은 'The Wrinkle of Time'입니다. 우리말 제목은 '시간의 주름'이고요, 아래 이미지의 번역서는  절판되었어요. 영어원서는 서점에서 여전히 판매중이네요.

이미지 출처 _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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