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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선면 Sep 15. 2023

다른 빛깔 우정

다채롭기에 아름답게 성장한다

이李씨(이하 이): 작가들은 기본적으로 충실한 독자인 경우가 많아서, 가끔 자기 책 속에 자기가 애정하는 작품을 등장시키고는 하지.


오늘의 이야기는 '시간의 주름 A Wrinkle in Time'이라는 미국 아동 과학공상소설을 품고 있어. 그 책을 훨씬 더 전에 읽었었는데, 리뷰는 오늘 책을 먼저 쓰게 되네.


(지금 연재 중인 -유혹하고 싶은 북리뷰-매거진은 실제 책을 읽은 시간의 순서와 상관없이, 맘에 끌리는 대로 작성하고 있는 중입니다.)


일단 주인공 미란다 Miranda는 소설 '시간의 주름'을 백번정도는 읽은 광팬이라서, 미란다의 생각과 사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에, 미란다의 이야기 속에 '시간의 주름'이 여러 번 등장하지.


점선면(이하 점): 그럼 이 소설도 과학공상소설쯤 되는 건가?


: 시간여행자가 등장하니까 그렇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내가 받는 느낌으로, 이 책이 뉴베리 수상작이 된 데는 공상적인 요소보다는 섬세하게 12살 소녀가 경험하는 우정의 시작, 발전, 갈등, 위기, 회복 이런 것들이 잘 그려졌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


시간여행이라는 것은 상상의 사건이겠지만, 친구들과의 관계는 그 나이대 소녀들에게 '물고기에게 물과 같은' 존재의 필요필수조건이라서, 미란다가 경험하는 우정의 이야기가 더 큰 시사점을 주고 있지.


: 그럼, 미란다의 우정으로 중심으로 한번 정리를 부탁해.


: 먼저는 남자사람친구인 샐 Sal. 같은 아파트에 살고, 엄마들끼리도 친하고, 그래서 허물없이 집에도 왕래하던 절친이었는데, Sal 길에서 갑자기 한 소년에게 구타를 당하는 일을 겪고 나서는 미란다를 모른 척 하기 시작해. 미란다는 Sal이 왜 자기에게 거리를 두는지 영문도 모른 채, 마음을 동동거리며 샐과 함께 즐겁게 보내던 시절을 그리워하지. 자신을 외면하는 것 같은 Sal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파오지만, 선뜻 뭐라고 말을 건네지도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가.


새롭게 가까워지는 두 친구. 안네마리Annemaire와 콜린Colin. 안네마리는 미란다보다 훨씬 부유한 가정의 소녀라서 미란다는 가까워지는 과정에서 안네마리의 부유함과 자신의 집의 형편을 비교하기도 해. 미란다는 미혼모 엄마와 같이 살고 있어. 엄마는 자신을 임신하고 출산하느라고 대학을 그만두고서 변호사의 꿈을 접은 대신, 법률사무소의 사무보조원으로 돈을 벌고 있거든. 미란다는 이런 경제적인 차이가 줄만도 한 질투나 시기심, 열등감을 넘어서서 안네마리와 친해지게 되지. 늘 유쾌하고 농담을 좋아하는 콜린과도 친해지면서 셋은 아예, 학교 근처 샌드위치 가게의 파트타임 조수 일자리를 얻어.

셋은 일을 해주는 대신 공짜 샌드위치와 음료를 얻지. 그리고 샌드위치 가게 주인이 아끼는 비밀통장의 존재를 알게 되고는 몹시 궁금해하지. 그리고 셋의 사랑의 트라이앵글...


줄리아Julia. 뭐든 다 알고 있는 똑 부러지고, 잘난 소녀야. 아는 것은 말해야 직성이 풀리고, 틀린 것도 지적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눈치 없는 T형 소녀라고나 할까. 이런 태도에 미란다는 줄리아를 가까이 두기 어려워하는데, 정작 자기가 더 친하다고 생각했던 안네마리의 비밀을 줄리아가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또 줄리아가 안네마리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또 놀라게 되지.


앨리스 Alice.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그렇다고 말을 못 해서 쩔쩔매다가 실례까지 해버린 자신감 없는 소녀. 처음 미란다는 앨리스의 소심함을 하찮게 여기는 모습이었다가 점점 더 앨리스의 어려움을 이해하게 돼. 어떻게 앨리스를 도울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되고, 소설의 후반부에서는 앨리스를 자원해서 돕는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게 되지. 다만, 다른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하도록 하면서.


마르쿠스Marcus. '시간의 주름'을 읽는 소년. 시간이동에 대해서 미란다와 죽이 잘 맞는다고 해야 할까. 둘은 엉뚱하게도 샐과 미란다의 하굣길에 마르쿠스가 샐에게 주목을 휘두르는 일로 안면을 트게 되는데, 이 때문에 한동안 미란다는 마르쿠스를 무서워했어. 하지만, 시간여행에 대한 대화로 강한 공감대를 느끼게 되고, 소설의 말미에 밝혀지는 시간여행의 출발과 마지막을 구상하고 실천한 관계로 발전하지.


웃는 남자. 미란다의 하굣길에 어느 날부터 등장한 정체불명의 사람인데, 특이한 행동들을 하지. 정신이 온전치 않아 보여. 소설의 시작부터 끝까지 그는 어떤 사람인가, 왜 자꾸 이렇게 등장하는 건데? 궁금하게 만들다가, 결말에서 결정적인 아하! 를 만들어 주지.


: 이 씨는 소설의 어떤 점이 좋았어?

: 사랑하는 것을 사랑한다고 표현하는 작가의 헌정방식?


소설'시간의 주름'에 대한 헌사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소설 이야기가 많이 나와. 실제로 아동소설에 시간여행이라는 개념이 처음등장했던 소설이라서 큰 이슈가 되었다고 하는데, 나도 그 책을 읽으면서 기발하고 놀랍다고 느껴지는 지점들이 있었거든. 출판된 시기 1962년을 생각하면, 엄청난 충격이지 않았을까 싶어.


그리고. 십대소녀들의 영원한 과제, 우정.

학교에서 관계의 문제가 잘 풀리지 않아서 힘들어하는 여학생들이 봐왔어. 요인은 여러 가지이지만, 자신의 사회적 기술이 부족한 경우들도 있거든. 이런 소설들을 읽고, 타인의 입장이 되어보고,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면서, 우정을 만들고 발전시키고, 설령 위기의 순간이 오더라도 자신을 건강하게 지키고, 다시 회복시키는 이야기로 위로로 얻고, 지혜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관계의 빛깔도 어느 한 색이기를 고집하지 않고, 나와 내가 대하는 친구의 빛깔이 어우러지는 그 색을 수용할 수 있기를 말이지.

 

When you reach me(Penguin Radom House)/ 어느날 미란다에게 생긴일(찰리북)_출처 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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