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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선면 Nov 13. 2023

별은 빛나지만

손에 닿지 않는다_스타걸 stargirl


이李씨(이하 이): 책을 읽으면 상상했던 여주인공이 그냥 걸어 나온 느낌의 영화. 난, 그만 영화 속 스타걸에게 반하고 말았네. 그래서 이 글을 쓰기 전에 여주인공 배우가 궁금해서 검색을 했고, 그러고 나니, 이 소설의 배역으로 어쩌면 이렇게도 적절한 배우인가 더 놀라웠지.


소설 속 주인공 스타걸은 홈스쿨링으로 교육받다가  정규 학교로 입학해. 또래의 십대들이라면 절대 입지 않을 독특한 패션으로 등장부터 시선을 강탈하는데, 특이한 점은 생일 맞은 친구가 있으면, 그 친구 앞에서 우쿨렐레를 연주하면서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줘.

여기서 스타걸=우쿨렐레라는 공식이 딱 만들어지지.


영화 속 스타걸을 맡은 배우는 그레이스 반더월 Grace VanderWaal 인데, 2016년, 12세 때 아메리카 갓 탤런트 America's Got Talent에서 자작곡을 만들어 우쿨렐레로 연주하고 노래하며 첫 등장을 했더라고. 영상으로 봤는데, 소설 속 스타컬이 불렀음직한 자기 확신을 다짐하는 노래를 부르는 거야. 병아리 노란색 바지를 입고.

이건, 그냥 존재자체가 스타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영화 속에서 스타걸이 우쿨렐레를 들고 노래하는 모든 장면은 배우 자신이 연주하고 노래하는 거였어.


가장 최근의 뮤직비디오를 보고서 그 사이, 그 해맑던 꼬마가 이렇게 변했구나! 하는 놀람과, 다소 어두운 감성의 노래 때문인지 어린나이에 너무 평범하지 않는 생을 살아온 것이 인생의 고단함일 수도 있겠다는 안쓰러운 마음도 있었어.


점선면(이하 점): 이 씨가 여주인공에게 반했구먼요. 소설보다 영화가 더한 감상을 불러일으켰던 모양이네.


: 솔직히 말해서, 이 나이에 십 대 여주인공을 보면서 마음이 설레어보기도 흔치 않을 거야. 왜 이런가? 대리만족인가? 학창 시절로 돌아가서 생각해 보자. 동급생들 중에서 그다지 주목받을 게 없이 평범한 나, 저기 앞에는 화제성 인물인 그녀. 나는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을까? 아니면 거리를 유지했을까? 아니면 뒷걸음질 치고 고개를 돌렸을까?


너무 유별난 독특함으로 화제가 되는 친구라면, 그 시절 내가 보통 평범 무난함을 지향한 것은 아니었어도,  감히 가까이 다가갈 엄두가 안 났을 것 같아.

사교성은 젬병인 INTJ라 여학생들 무리 속에서 이미 다수의 성향과는 달라, 나 자신이 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 생각했던 그 시절. 눈에 띄는 인물을 친구로 둔다는 건 모험수였을 테니까.  


그래도, 무리들과 다른 그녀를 비난하거나 뒤에서 험담하거나, 조롱하거나 하는 행동은 하지 않았을 거야. 적어도. 여학생들의 가십 gossip처럼 어렵고 힘든 일이 없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바람에 감정적인 동조가 안 되는 그 고단한 학창 시절을 꿋꿋이 지나온 나 자신을 칭찬할래.


: 갑작스러운 자기 고백은 무슨 일인고?


이 씨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스타걸은 그녀가 어찌할 수 없는 남다름 때문에 친구들에게 소외되고, 오해받은 것 같군. 그래도, 이성에게 느끼는 호감은 조금 다를 수 있으니, 이런 스타걸에게 빠져든 남학생이 있지 않을까?


: 물론이지. 무색무취 보이지 않는 존재로 살아가기로 마음먹은 남자주인공 레오 Leo. 스타걸에게 점차 빠져 들어가는 걸 어쩔 수 없지. 하지만, 이 찌질한 남자는 스타걸이 가장 힘들고 외롭고 고통스러운 때에 그녀를 버리고 말았어. 그리고, 더한 요구도 하지. 남들과 비슷해지라고.


: 더블 펀치네! 이 씨가 찌질하다고 할만하다.


: 스타걸이 학교 응원팀이 되어서 학교대항 경기가 있을 때마다 주목받는 응원으로 사기를 북돋우어준 덕분인지, 소속팀이 승리를 하는 거야. 스타컬은 상대편이 득점을 하더라도 기뻐하고 응원을 하는 독특한 행동을 했는데, 어느 날 상대팀 선수가 부상을 입자 그 선수를 안타까워하면서 같이 구급차에 올라타고 가버린 거지. 학교 팀은 경기에 지고. 이 일로 스타걸은 학교전체의 공공의 적이 되고 말아. 이런 때에 레오는 스타걸의 곁을 지켜주지 않았던 거야.


마음의 괴로움을 덜어보려고, 스타컬은 레오의 요청대로 또래 십 대들이 하는 것처럼 외양을 꾸미고, 말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어 보지. 하지만.....


: 또래집단의 압력이 강력한 십 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 소설이 시사하는 바가 분명 있겠군.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그처럼 타인도 수용해야 하는 거. 집단의 암묵적 규칙이 누군가에게는 폭력이 될 수 도 있다는 것.


: 이 책은 영어교사 심화연수 리딩 교재로, 다른 선생님들과 같이 읽은 첫 책이었는데, 매 수업시간 돌아가면서 책을 읽고 나서 십여분은 토론 시간을 가졌거든. 개인주의 individualism과 체제순응 동조주의 conformism로 주제가 확대되어서 꽤나 열띤 토론을 했던 게 기억나.


십 대의 문화는 체제순응을 어느 면에서는 거부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어느 면에서는 너무나 강력하게 동조주의를 행사하고 있어. 동전의 양면과 같다 할까, 양날의 검과 같다 할까.


십 대의 시간을 사는 영혼들은 공부만 신경 쓰는 게 아니라, 자신의 존재가치와 소속을 놓고 소리 없는 전쟁터를 살고 있다고 봐야겠어. 너무 나갔나 싶기도 하지만, 체험학습 갈 때 버스짝꿍 정하고, 조편성하는 데 얼마나 민감한지 보면, 이 말도 과장은 아니야, 누군가에게는.


그러니, 상처 주고 상처받으면서도 관계를 향해 나가고, 돌아서도 다시 손 내밀고, 그 손 잡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 그 모든 인생의 만남과 관계들을 책으로, 제삼자가 되어 이 사람 저 사람 마음과 생각 속을 들고 나며 경험해 본다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이냐.


: 이 씨의 결론은 다시, 책 읽기에서 승리의 한 표를 던져주는 거네.


: 영화는 시각과 청각을 자극하는 매체의 미덕이 있고, 덕분에 즐거운 감상을 할 수 있다는 거 인정해. 이 영화도 음악과 영상, 배우들의 표정과 몸짓으로 이야기를 아름답게 전달하지.


하지만 글의 행간에 담긴 인물들의 갈등, 불안, 기쁨, 설렘, 초조, 주저, 의심, 환희, 후회, 이 모든 감정과 사고의 오솔길을 걸어보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게 나의 결론이야. 마음과 생각 속에 푹 잠겨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그 여행. 그래야만 경험할 수 있는 게 있거든.


원작이 있는 영화를 보고, 마음에 들었다면, 꼭 원작도 읽어보기를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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