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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선면 Oct 30. 2023

맨손으로

숭어 잡는 소년, 공사장으로 가다

이李씨(이하 이): 여기, 자연에 깃들어 사는 소년이 있어. 본명조차 밝혀지지 않는 미지의 소년. 얼마나 재빠르게 달리고, 수영하고, 자연의 피조물을 다루는지, 맨손으로 숭어를 잡을 수도 있다 하여, '물럿 핑거즈 Mullet Fingers(숭어 손가락)'라는 별명을 얻었지.


사람들의 거주지에서 떨어져 있는 방치된 창고 속에 은신처를 만들고 혼자 살아가는 것이, 홀로 늪지에서 살아가는 '가재가 노래하는 곳 Where the crawds sing'의 주인공 카야와도 닮았네.


하지만, 소설의 진짜 주인공은 로이 Roy라는 소년이야.


이 마을로 이사 온 지 얼마 안돼서, 학교도 낯설고, 심지어는 그런 이유로 괴롭힘까지 받아. 어느 날 학교버스를 타고 가다가 맨발로 정신없이 내달리는 '숭어 손가락'을 보고는 강하고도 묘하게 끌려서 급하게 차에서 뛰어 내려가 뒤를 쫓지. 그것이 두 사람 관계의 첫 시작이었어.


초반의 만남은 순탄치 않았지만, 그 둘이 서로의 존재를 알고, 마을의 문제를 알아가면서 의기투합하면서 이야기가 흥미롭게 진행되지.


마을의 문제가 뭐냐고?

이 타운에 대형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공사부지가 정해지고, 착공일을 앞두고 기초작업을 진행 중인데, 자꾸 공사장에 이상한 일이 생기는 거야. 어느 날 뱀이 한 번에 여러 마리 출몰하지 않나, 공사인부들의 트레일러 변기 속에 악어가 들어가 있지 않나. (사실 악어는 모형이었음) 울타리가 파손되고, 작업 기물들이 뜯어지고 부서지는 일들이 이어지지. 그 일로 마을의 경찰관들이 공사장을 순시하고, 범인을 잡으려고 잠복근무까지 하는 소동이 벌어지는데, 그만, 경찰마저도 조롱하는 미지의 존재가 신출귀몰한다는 말씀이지.


점선면(이하 점): 그럼, 이 두 소년이 공사를 방해하는 세력을 색출한다는 건가?


: 흠, 정반대일세, 친구.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공사를 시작하기 위해서, 은폐된 사실이 하나 있었어. 자신의 사적 유익을 위해서,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회사의 중역이 거짓 보고서를 작성했던 거야.



바로, 올빼미.

책의 제목 '후트 Hoot'는 올빼미의 울음소리라네.

이제는 뭔가 감이 오는지?


: 올빼미의 존재가 은폐되었다는 건, 공사부지로 허락을 받기 위한 꼼수였던 거구나! 공사장 관계자들을 진땀 나게 한 신출귀몰의 존재는 그럼, 로이인가 아니면 숭어 손가락? 아니면 제3의 인물?


: 공사장의 악당은 숭어 손가락이었던 것이지. 어둠 속에서 소리 없이 움직이며, 얼마나 이 공사를 못마땅하게 여기는지 계속 무언의 그러나 험악한 메시지를 던지는 건, 그 안에 보금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멸종위기 종, 굴올빼미들 Burrowing owls을 이미 잘 알고 있는 준 생태환경전문가적인 결의와 애정 때문이었어.


이런 숭어 손가락에게 로이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로이는 공사를 막기 위해서, 합법적이고 사회운동적인 방법들을 동원하지. (다행히 로이의 아빠가 법률전문가!) 미국학교의 칠 학년인 로이니까 우리나라 중학생 정도.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서 청소년으로서 법의 테두리 안에서 목소리를 내는 방법을 찾고 실천해.

구체적으로 로이와 친구들이 어떻게 했는지는 직접 읽어보기를 !

이 실천적 행동 덕분에 이 소설이 청소년 환경소설, 청소년 사회운동소설이라는 칭호를 얻었으니.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가 된다고, 로이에게 한 때 무척이나 적대적이던 소녀, 베아트리스 리프가 로이와 '숭어 손가락'을 연결해 주는 고리가 되는 과정, 한때 로이를 괴롭히던 전형적인 불량배 데이나 Dana가 자신의 거친 성격과 무지 탓에 수용소에 감금되기까지의 과정이 유쾌하고, 통쾌하니 읽는 동안 따분할 일은 없을 거야.


마지막 하나, '숭어 손가락'은 왜, 가족을 떠나 사람들의 거주지를 떠나 혼자의 삶을 선택한 것일까?

이전에 리뷰했던 'The war that saved me (맨발의 소녀)'편 제목이 떠오르네.

내가 제목을 붙이길 '집이라는 전쟁터에 갇힌 아이_진짜 전쟁이 구원이 되다'라 했어.

왜 많은 아이들에게 집은 안식과 충전, 안전한 장소가 되지 못할까? 마음이 아프지.


어쩌면 따뜻한 보금자리가 되어야 할 가정에서 상처받고 떠나온 '숭어 손가락'이기에, 보금자리를 잃어버릴 위기의 굴올빼미들을 살피는 애틋한 마음이 더했을 것 같아. 그리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의도적으로 피하면서 자연의 생물들에게 위로받던 '숭어 손가락'이 마음을 열고 한마음으로 타인과 연결될 수 있었던 것도, 굴올빼미들의 안녕을 생각하는 동일한 마음을 타인에게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고.


외로운 존재가 어느 날 타인과 연결된다는 건, 정말 대단하고 엄청난 일이지. '숭어 손가락'입장에서도 그랬고, 몬태나 주에서 플로리다로 멀고 멀리 이사를 와서 몬태나의 깊은 울창한 삼림을 그리워하며 학교에서 겉돌던 로이에게도 그렇고.


: 낯선 환경에서 생존하기, 관계를 시작하고 우정을 쌓아가기, 어른들의 위선에 기지를 발휘하고 연대하여 맞서기, 생태적인 관점에서 개발을 바라보기 등, 청소년들에게 좋은 시사점이 많은 책이네. 이 책 덕분에 올빼미가 나무 위에서 살지 않고 땅속에 굴을 파고 살기도 한다는 것도 알았고요.


: 마지막 스포일러 하나, 강하게 던질게. 공사작업장에 올빼미가 산다는 걸 어떻게 입증할 수 있을까? 증거가 필요한데!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은밀하게 움직이는 굴올빼미가, 착공식 때 얼마나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북새통에 난리를 떨었는지, 그만 대낮에 굴 밖으로 뛰쳐나왔다는 거!



오늘 소개하는 책은 'Hoot'입니다. 번역서로 '후트'가 있고요, 영화로도 제작되어 현재 유튜브에 전체 공개되어 있습니다. 아직 저도 시청 전인데, 언제 기회가 되면 영화도 보고 싶네요.


HOOT(Random House Childrens' Books)/후트(그린북)_출처 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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